생활협동조합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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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이하 약칭 ‘서울대생협’은 서울대학교가 1999년에 학교로부터 분리해 설립한 법인입니다. 교내 식당과 카페의 운영 및 관리는 기존에 학교 후생과에서 담당했지만, 이 때 만들어진 생협이 별도법인으로서 그 업무를 이관받았습니다. 즉, 학교 곳곳의 단체급식 식당과 느티나무 카페, 그리고 매점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생활협동조합 노동자입니다.

서울대생협의 노동실태


 그런데 서울대생협은 그 노동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처우 미흡으로 인해 비판받고 있습니다. 생협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 오고 있습니다. 특히 단체급식 식당의 노동강도는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업계에 악명이 자자하여 신규직원 모집에 지장이 발생할 정도입니다.

 노동환경의 측면에서 네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력 부족입니다. 코로나 발발 이후 2년(2020-2021)간 재계약도, 대체 인력 고용도 하지 않아 1인당 업무량이 크게 늘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열악한 노동조건인데요, 조리 업무를 비롯한 주요 업무들이 신체적 부담이 큰 ‘동시다발적‘ 업무라는 점은 종사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21년 서울대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80%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부당한 임금체계인데요, 평균적으로 40세에서 60세 정년까지 20호봉 정도를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115단계의 호봉으로 분리된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하위 호봉에 당시 최저임금과 엇비슷한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업무량·업무 강도와 임금 간의 괴리를 심화시켰습니다.

두 차례의 생협 파업


 오랫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에 고통받아온 생협 노동자들은 생협이 만들어지고 30년만인 2019년, 처음으로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노조를 통해 알려진 생협 노동자들의 노종조건 실태는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열 평짜리 휴게실에서 8명이 모여 쉬어야 했고, 어떤 곳에서는 아예 휴게실이 없어서 사람 없는 식당에서 누워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샤워실이 없어서 식당 조리실 한켠에 샤워커튼을 설치해 간이 샤워실로 삼아야 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충격을 받았고, 열흘간의 파업은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후 휴게실과 샤워실의 열악한 환경은 다소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2021년 한 번 더, 거의 같은 요구사항으로 다시 파업을 했습니다. 게다가 이 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상시화됨에 따라 생협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점포들이 다수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대생협의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생협의 재정 악화는 더욱 심화되어 생협이 운영하는 식당과 매점 다수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학생 복지의 축소와 더불어 해고, 임금 삭감, 휴직 요구등이 빈번해지며 노동자들의 처우도 악화되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1년 9월, 임금 교섭 결렬을 발단으로 생협 노동자들은 쟁의행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마지막으로는 학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식사 문제인데요, 식당 노동자들에게 주메뉴가 빠진 식사를 제공하고, 다른 부서 노동자들에게는 식비도 주지 않으며 타 서울대 노동자들과 차별대우하는 생협의 행태가 문제시되었습니다.

 상술한 이유들로 2021년 9월 16일, 출근길 피켓 선전전을 기점으로 생협 노동자들은 쟁의행위에 돌입했습니다. 9월 26일 행정관 앞 천막농성으로도 교섭이 진전되지 않자 10월 6일 점심, 첫 부분파업을 통해 저임금, 식비 미지급, 가혹한 노동강도와 같은 산재한 문제점들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론화했습니다. 이후 10월 25일 점심의 부분파업, 10월 26일의 연가 투쟁을 통해 쟁의를 이어나갔고, 마침내 11월 11일, 노조와 생협 사무처간의 합의가 도출되었습니다. 합의를 통해 기본급 인상을 이루어냈고,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협의체 개설을 약속받았으며, 식당, 카페 노동자들은 위험수당을 지급받게 되었고, 생협 내 모든 노동자들에게 개선된 질의 현물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만으로 생협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임금이 소폭 인상되기는 하였으나 근본적인 호봉제의 문제점, 즉 체계의 결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으며,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업무강도 또한 여전히 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생협의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고질적인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인력이 부족하기에 업무강도가 높아지지만, 높은 업무강도와 비상식적인 임금체계로 인해 서울대생협으로 유입되는 노동자의 수는 적어, 고용과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그것입니다.

서울대생협의 현재


 

서울대생협의 근본적인 문제점


 원래 협동조합의 본분은 조합원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그 출자금을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대생협은 전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서울대생협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편익은 약간의 할인혜택 뿐이고, 서울대생협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학내 구성원 전체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또한 생협은 교내에 ‘입점’해 있는 별도법인으로서 대학본부에 매년 4.7억 원 가량의 임대료와 5.2억 원 가량의 공과금을 납부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협에서 흑자가 발생하면 그 금액은 생협에 재투자되지 않고 학교 본부에 발전기금으로 납부되게 되어 있습니다. 생협 이사장은 서울대 부총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협은 구조적으로 기금을 가질 수 없고, 조합원 민주주의에 의해 운영되지도 않습니다. 정상적인 협동조합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학내 구성원 전체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본부 산하의 부서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렇듯 생협은 정상적인 흑자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본부에 의존적인 존재인데, 서울대 본부는 생협이 별도법인이라는 이유로 생협의 재정적 어려움을 수수방관 해오고 있습니다. 생협의 적자는 노동자들의 처우 열화와 학내 구성원들의 생활복지 미흡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생협 노동자들은 서울대 소속 노동자가 아닌 별도 법인 소속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서울대생협은 사실상 서울대학교의 사내하청으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상의 간접고용 구조는 그 아래에서 벌어지는 각종 차별과 노동환경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합니다.

우리의 실천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서는 서울대생협을 서울대 본부와 이원화된 별도 법인이 아닌, 대학본부 직영의 조합으로 두는 생협 직영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비서공도 이에 동감하여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생협에서 발생해왔고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노동문제들의 책임주체가 대학본부로 명확해져야지, 본부의 재정적 방관, 노사교섭의 어려움, 열악한 노동조건과 같은 산적한 문제들의 해결이 비로소 시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