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경비, 기계・전기, 생협 노동자 공동집회: 함께 모인 노동자가 서울대를 바꾼다!


 오늘 서울대 기계전기 노동자 분이 삭발을 하셨어요. 뒤에서 쳐다보던 청소 노동자분들이 막 우시더라고요. 무기한 단식도 하신다네요. 13년정도 학교에서 일하신 분이에요. 분회장님이신데, 분회장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결혼사진이세요. 그냥 평범한 가장이신데 집에도 못 가고 식사도 못 하실 거 생각하니까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니까 단식 천막을 가리키시면서 “이게 우리 집이에요 이제. 우리 집 마음에 들면 학생도 자주 놀러와요~” 하면서 농담으로 풀어주려고 하셨어요. 안 울 수 없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너무 더워서 다들 에어컨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죠. 너무 더웠던 8월 초의 어느 날 서울대 공과대학에서는 고령의 청소 노동자분이 창문도 없고 에어컨도 없는 계단 아래 합판으로 문만 막아놓은 그런 곳에서 새벽부터 출근하느라 밀려오는 잠을 못 이기고 잠드셨다 다시는 못 깨어나셨어요. 그 분도 누군가의 아버지이셨어요. 학교는 공식 사과 표명도 안 했습니다. 지병으로 죽은 거라고요.

 겨울에는 며칠간 중앙도서관 난방이 안 들어왔었죠. 저희 학생들도 정말 곤란함을 겪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최저임금 받고 밤새 기계 전기 설비 가동하는 노동자들이 파업해서 그랬습니다. 이 분들은 결혼은 꿈꿀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은 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세상 어느 가장이 최저임금 받고 식구들 먹여 살릴 수 있느냐고 외치셨어요. 스테이크 먹게 해달라고 하는 파업이라며 비난하는 언론, 정치인들 많았죠. 근데요. 이 분들 기능사, 기능장 자격증 갖고 입사하시는 분들이에요. 아직도 시중 평균에 비하면 너무너무 못 받으셔요. 이분들 수당 다 야간근무 밤샘근무해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 삶을 두고 너무들 했던거 아닌가요? 그런 삶을 방치해온건 누군가요?

 동료를 폭염 속에 잃었던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어떨까요? 이 분들은 추석 때 그 흔한 떡값도 못 받아요. 기본급은 올해 기준 최저임금보다 낮고요. 학교가 조금 있는 상여금 그거 월마다 쪼개서 최저임금 계산할때 집어넣어서 법 위반 피해가거든요. 65세 넘어가면 학교에서는 계속 퇴직시키려 들어요. 정부에서도 청소경비는 고령친화직종이니까 70세까지는 고용하라는데, 학교는 왜 그러는 걸까요? 빨리 퇴직시켜 인원 줄이고 무인경비 시스템 하려고 그럽니다. 돈 아끼려고요. 이 분들은 여기 아니면 어디가서 일 하시나요 그 나이에? 평생 몇십년 서울대에서 일하신 분들이에요. 교수님들 퇴직할때는 은퇴강연에 퇴직금에 연금에 아주 성대한데 이 분들은 그냥 빨리 내보내서 치워야 하는 사람들인가요? 학생들 안전에 관심은 있나요? 청소하는 분들 줄어들면 적은 수의 사람들이 그 넓은 캠퍼스 다 청소하실 수 있나요?

 식당 노동자분들 지금 6일째 파업 중이시죠. 학교 다니면서 학생식당 한 번도 안 가본 사람 있나요? 싼 가격에 그렇게 식사하게 해주니 빨리 한 끼 잘 먹고 싶을 때, 비싼 밥 부담스러울 때 늘 찾죠. 그 뒤에서 주방 안에 샤워커튼을 치고 흘러내리는 땀을, 따가운 땀띠로 덮인 몸을 누가 볼까 창피해서 최대한 빨리 씻는 여성 노동자들이 지금 파업 하시는 분들이에요. 초봉 기본급 한 달에 171만 5천원 받으셔요. 그거 176만 얼마로 올려달라는게 요구예요. 근데 생협 경영진들은 두고 보겠다네요. 뭘 두고보나요?

 최소한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분들은. 나도 서울대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존중받고 싶다고 나 없으면 서울대 안 돌아가는데 어찌 이렇게 교섭도 안 하겠다고 나오냐고 억울해하십니다. 학교는 이 분들이 모여서 목소리 내는것도 싫어서 고등법원까지 가면서 노조랑 교섭 안할 방법 없냐고 소송 걸어요. 돈이 없는게 아니겠죠 소송비는 있으니까?

 저는 그냥 서울대 학생입니다. 비서공 활동을 하면서 답답하고 힘든 적 많았는데 오늘 같은 적은 또 처음이네요. 왜 노동자들과 연대하냐고요? 제가 이런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아서 그럽니다. 이 분들이 이런 삶을 강요받으며 유지하는 학교에서 맘 편하게 제가 대충 모른 척 하고 제 일만 보는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 꿈꾸는 인생이 다 있는데 거기서 노동자들은 언제나 빠져 있는 것 같아서 가끔 미칠 것처럼 답답합니다.

 못 오신 분들도 사진을 봐 주세요. 이게 우리 학교입니다. 식당 파업 불편하죠. 천막농성 보기 껄끄럽죠. 빨간 머리띠 매니까 거부감이 드시나요? 근데 이 분들께는 이것이 마지막 방법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