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6주기 및 4주기 추모공간 및 사진전 설치

(국화는 SPC삼립 산재사망 노동자 49재 추도식에서 나눔받았습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감사드립니다)

6주기 그리고 4주기로 돌아온 여름을 맞아


 2019년 8월 9일, 서울대학교의 한 청소노동자가 공과대학 302동 휴게공간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 계단 아래 위치한 비좁은 휴게공간에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냉방시설도, 한파에 대비하기 위한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청소 용구 창고와 맞닿아 있었던 이 공간은 머리 아픈 기름 냄새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약 2년 후인 2021년 6월 26일, 또 한 차례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관악학생생활관 925동에서 발생했다. 입사 시 공무원채용 신체검사를 모두 통과할 만큼 건강했던 고인은, 196명이 정원인 925동 기숙사 건물을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혼자 청소하다 휴게공간에서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난 데다 시험 기간과 퇴사 기간 등이 겹치면서 노동강도는 폭증했고, 낡은 건물의 낙후된 샤워실에는 여름마다 청소해야 할 곰팡이가 늘어만 갔다. 심지어 고인은 지자체에서는 노동자 인권 차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100L 쓰레기봉투를 옮겨야 했고, 인력의 부족으로 제초작업 등 옥외 청소까지 담당해야 했다. 과중한 업무강도뿐 아니라 강압적인 인사관리 실태 역시 문제로 드러났다. 일부 보직교수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며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반복되는 청소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많은 학생과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았다. 학내에 설치된 여러 추모공간에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포스트잇이 쌓여갔다. 추모와 관심은 곧 연대로 이어졌다.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과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향한 학생과 노동자들의 강력한 요구는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열악한 휴게공간에 대한 문제 제기 속에서 대학본부는 대대적 휴게공간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면적이나 환기, 냉난방 등의 측면에서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휴게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21년 12월 2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는 관악사에서 발생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업무상 재해 승인을 통해 고인의 죽음에 놓인 사회적 책임의 진상이 조금이나마 밝혀질 수 있게 되었다. 2024년 2월, 유족이 서울대에 책임을 인정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대학이 손해배상을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진한 지점도 많다. 휴게공간 개선 사업으로 1인당 사용 면적이 늘어났고 지하나 계단 아래 공간에 위치한 공간은 보다 나은 곳으로 이전됐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 표지판이 부재하거나 명칭이 부적절하여 구성원으로서 청소노동자의 존재를 비가시화하는 공간, 건물 구조상 명목상 지상층이지만 환기나 제습 등이 매우 미진한 공간, 법적으로 규정된 필수 비품에 대해 대학이 책임지고 공급하지 않는 공간, 옥탑이나 다락에 위치한 공간, 근무지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거나 샤워실을 비롯한 필수 시설과의 동선이 매우 불편한 공간 등 개선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였거나 공간의 질을 더욱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한편 여전히 대학 시설노동자를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 계약직으로 사용하는 많은 대학과 달리, 서울대는 2018년 직고용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해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청소·경비·기계·전기·소방·통신·영선 노동자들의 임금체계와 수당 등 처우에서의 차별 시정은 매우 미진했다. 그런데 이제는 몇몇 기관들에서부터 기간제 계약직 채용과 용역업체 간접고용이 다시 확장되고 있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상을 유지하는 노동이 이러한 고용 불안정에 놓이게 될 때, 일터에서 민주주의가 자리잡기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휴식할 권리가 보장되기도 어렵다. 또한 인력 충원 등을 비롯해 노동강도 완화 등 건강권을 위한 요구는 여전히 달성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많은 한계와 함께 새로운 난관이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의 대학을 조금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만들어 온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이 구축한 관계였다. 노학연대가 시작되는 관계는 일상 속에서 비롯된다. 올해 비서공에서는 학내 휴게공간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며 개선된 측면과 부족한 측면을 정리해가고 있다. 작년부터는 시설관리직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학내 공간에서 건강을 위해 스포츠를 배우는 “호호체육관”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동안의 아픔을 기억하며,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와 안전한 노동조건 확립을 위한 일상 속의 연결과 연대를 이어가고자 한다. 그 길에 더 많은 마음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는 여름에 추모의 마음을 모아가고자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비/서/공)


올해부터는 전시장의 포스트잇 추모공간과 함께 온라인 추모공간을 병행운영합니다.
많은 관심과 추모의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