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산업재해・노조파괴 기업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박탈을 촉구하는 연서명 발표 기자회견

사회자 모두발언: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집행위원 연수
중대산업재해・노조파괴 기업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박탈을 촉구하는 연서명 발표 기자회견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약칭 비서공의 전임 대표 연수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비서공이 발의하여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민주노총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지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지부 서울대학교분회, 민주노총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달,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함께해 주시고 계십니다.
오늘 기자회견 순서는 비서공 현임 대표의 기조발언을 시작으로,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님 발언, 대학원생노조 서울대분회 강수연 분회장님 발언,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 정재순 사무국장님 발언, 서울대 학소위 김지우 운영위원장 발언, 그리고 기자회견문 낭독 후 연서명 명단을 대자보로 부착하고 요구안을 본부에 전달하는 것으로 마칠 예정입니다.
식순에 앞서 민중의례를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하신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PC 계열사에서 돌아가신 세 분 노동자를 비롯하여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먼저 가신 희생자들, 그리고 노동해방을 위한 투쟁 가운데 스스로를 희생하신 선배 열사들을 기리는 묵상이 있겠습니다. 일동 묵상. 바로. 노동자의 노래, 투쟁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힘차게 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연서명에 41개 단체와 1704명의 개인들이 뜻을 모아 주셨습니다. 단체들의 경우 단체연명 여부를 확정하고자 여쭈었으나 어제까지 회신을 받지 못한 단위들은 부득이 연명 명단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 점은 발의단체로서 좀더 기민하게 챙기지 못한 불찰이오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대학원생노조 서울대분회와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지회를 포함해서 서울대학교 학내의 모든 민주노조들에서 단체연명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임단협 일정이 바쁘신 관계로, 또는 업무시간과 겹치시는 관계로 오늘 현장에 직접 참석해 계시지는 못하지만, 연대와 응원의 마음으로 함께해주고 계신 민주노총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그리고 민주일반노조 서울대기계전기지회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밖에 연명해 주신 마흔 한 곳 단체를 모두 거명하여 감사드려야 마땅하겠으나, 시간관계상 이 자리에서 미처 다 언급할 수 없는 점 또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기조발언: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공동학생대표 윤단영
안녕하십니까? 비서공 현임 공동학생대표 윤단영입니다. 서명운동 발의단위로서 비서공을 대표하여 어떤 취지로 이번 서명운동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기조발언 하도록 하겠습니다.
SPC그룹은 노동자들을 불법파견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려 했으며, 심지어 공장에서의 연속적인 중대산재로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끔찍한 기업입니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노조법 위반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며, 유죄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전망되고 있습니다. 세 번이나 산재사망사고가 거듭되었지만 그 때마다 말뿐인 사과를 반복할 뿐, 제대로 된 예방대책을 내놓지도 않고, 지금까지 어떻게 예방을 했는지에 대한 투명한 검증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허 회장은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에 50억 원을 건물 건축 기금으로 쾌척했다는 이유로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품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서울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발전공로상의 제1회 수상자가 허영인 씨라는 사실은 이 상을 둘러싸고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첫째로 서울대학교가 생각하는 ‘품격’과 ‘덕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허영인 회장이 품격과 덕망을 겸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SPC그룹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즉 발전공로상을 수상한 시점인 2007년 당시에도 위장도급업체를 운영하며 노동자들을 불법파견하고 착취해 왔습니다. 더구나 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산업재해의 최종 책임자로서 허 회장이 이 상의 수상자로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학생들이 본받을 만한 품격과 덕망입니까?
둘째로 서울대학교가 생각하는 ‘발전’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대학의 발전이 단순히 대학에 돈을 많이 주는 것으로만 정의되는 것입니까? 그것이 어떻게 번 돈인지 묻지 않고 그저 돈을 많이 주면 그것이 대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표창하고 명예를 부여하면 그것은 기업의 악행을 은폐하는 데 대학이 이용당하고 심지어 방조하는 것이 됩니다. 서울대학교는 본부 산하에 ESG위원회를 두고 윤리경영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은 윤리경영과 지극히 어긋나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단순히 서울대학교의 불명예를 넘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허영인 회장이 돈으로 산 명예를 서울대 구성원들과 시민들의 연대의 힘으로 박탈하여, 학교 밖으로는 SPC그룹에 대한 전사회적인 압박에 기여하고, 학교 안으로는 대학 공공성의 의미를 다시 묻고자 합니다. 이는 비단 SPC와 서울대라는 특정한 기업과 대학의 관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어느 대학 어느 기업에서나 반복될 수 있는 문제임을 지적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첫걸음으로 이 자리를 삼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장발언: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수도권지부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 임종린
회사를 상대로 오랜기간 투쟁하고 있지만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건 통쾌함 보단 씁쓸한 마음이 더 큽니다. 누구나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좋은 회사이길 바라지 법도 안지키고 노조탄압 하고 심지어 노동자들도 계속 죽어나가는 비도덕적이고 악덕한 회사라고 말하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SPC가 답답할 따름입니다.
기업이 어느정도 커지면 ESG경영을 내세웁니다. SPC도 그랬습니다. 포탈에 허영인이나 SPC를 검색하면 어디에 뭘 기부했네, 어디에 장학금을 줬네, 무슨 사회공헌 활동을 했네 하는 기사가 줄줄 나옵니다. 기업 밖으로 아무리 이미지를 포장하려 해도 우리나라 최초로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로 긴급 체포 구속 된 최고경영자라는 오명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노동조합을 시작하며 들여다 본 현장은 노동자 착취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산업구조였고 이를 개선해보려 부던히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사회적합의 불이행과 노조탄압 이었습니다. 빵 만드는 회사가 회사의 가장 근본인 빵 만드는 직원들 정당한 급여 주기 싫다며 합의서를 지키지 않고, 합의서를 안지키고 싶으면 합의서 사인한 노동조합을 없애면 되지!라는 신박한 논리로 노동조합을 없애려 어용노조를 이용해 직원들을 갈라치기 하고 민주노조 혐오와 직접적인 괴롭힘을 자행했습니다. 이로인해 현장엔 뿌리 깊은 민주노조 혐오가 자리 잡았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 탄압 당할만 해서 탄압했다’는 식의 2차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또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곳이라는 오명 또한 씻어낼 수 없습니다. 똑같은 끼임사로 3명이 죽고 과로사로 3명이 죽었습니다. 노동자가 죽을 때마다 안전경영을 약속하지만 이 약속 또한 사회 질타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 약속이었음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또 끼임사가 발생한 SPC삼립시화공장에 대통령이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마치 현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듯 거짓 보고를 한 회사와 ‘우리회사 이쁘게 봐주세요’라며 조합원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지 않는 어용노조에 분노하며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서 최근 SPC삼립시화공장에 민주노조가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에선 민주노조 가입자를 색출하려는 부당노동행위가 버젓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SPC는 지금도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서울대가 이런 노동자 착취 기업의 오너인 허영인에게 시상한 발전공로상을 박탈하라고 촉구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허영인 회장님. 경찰 수사관에게 돈 주고 수사 정보를 사버릇 하시더니 돈이면 다 살 수 있는줄 알고 명예도 돈으로 사셨나 봅니다. 명예는 본인의 행동에 뒤따라 오는 것이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서울대와 서울대 학생들에게 본인의 오명을 덧씌우지 마시고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라면 스스로 발전공로상을 반환하시길 바랍니다.
연대발언:
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학원생지부 서울대분회 분회장 강수연
안녕하십니까,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서울대분회장 강수연입니다.
2022년부터 가시화된 SPC 계열의 산업재해와 노조탄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SPC그룹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사고 사망자 3명과 과로로 인한 질병 사망자 3명을 포함해 6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발 방지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범시민적 운동에 힘입어 최근 야간 근로시간 단축 등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현장에서의 생산압박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SPC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연이은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은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삶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학교가 어떠한 토대 위에 세워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최고의 지성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자본의 투입과 노동 착취가 서울대학교에서 자행되고 있음을, 거대 자본이 촘촘하게 우리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2007년 SPC그룹 허영인 회장에게 수여된 서울대 발전공로상은 서울대학교 건축 기금 출연 때문이었습니다. 그 기금으로 지어진 SPC 농생명과학연구동에는 허영인 회장의 이름을 딴 세미나실이 설치되어 있고, SPC그룹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내 연구소가 입주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가 투여한 자본 위에 세워진 연구기관에서 생활하고, 지식을 생산하고, 또 다른 노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우리는 ‘피 묻은’ 자본 위에 세워진 대학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없습니다. 지식 생산이 자본에 복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는 이 자리에서 연대의 목소리를 더하고자 합니다.
서울대학교라는 대학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대학원생노조 서울대분회는 노동착취를 일삼는 기업을 윤리적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던 서울대학교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합니다.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는 또 다른 구성원으로서 SPC그룹의 고의적인 노조파괴와 산업재해 조장을 규탄하며, 이에 맞서는 노조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지성을 탐구하고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우리는 대학이 ‘발전’과 ‘공로’의 가치를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반사회적인 영리추구에 귀속시키는 행태에 반대합니다.
대학을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촉구합니다. 서울대학교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십시오. 영리와 자본으로 대학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마십시오. 이상 발언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 사무국장 정재순
지난 17일,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건물 3층 담론홀에는 ‘좋은책신사고 홍범준 사장은 노조 괴롭힘 말고 담론 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내용대로 홍범준은 그릇된 망상에 사로잡혀 불통하며 소속 노동자들을 의심하고 괴롭혀 왔으며, 최근 5년간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횟수는 14회, 부당노동행위는 3회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직접 재판장에서 “내 가치관과 경영철학대로라면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죄가 없다.”라고 주장하며,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직원들을 자신의 양자로 들이고 있는 사례, 자신이 여태 기부하여 받은 표창, 감사장 등을 제출하였습니다. 이 중 다수가 서울대학교와 연관이 있습니다. 발전 기금 지급 내역, 기금 협약서, 사용내역 보고서, 장학생 명단,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님의 자필 감사 편지, 지원 학회 명칭에 “SSEN conference”가 들어가도록 표기까지 하게끔 정한 문서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연봉만 50억인 홍범준에게는 푼돈 적선을 통해 노동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자행한 악행들을 정당화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서울대학교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졸부 홍범준의 악행을 눈감으며 과시욕을 채워주어 제2의, 제3의 피해자들 양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도입부에 말씀 드린 담론홀은 홍범준이 ‘욕심을 버리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의 명칭을 붙여 만들어진 홀이라 합니다. 대자보를 붙인 서울대 구성원분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난 후 상당한 모순과 괴리감을 느끼셨기에 상황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시하여 주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수상하였던 SPC의 허영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SPC그룹 내 민주노조 파괴를 주도한 정점에 있는 허영인은, ‘SPC는 반사회적 기업이 아니며, 자신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다투겠다’고 합니다. 노동자 착취는 끊이지 않았으며, 결국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집에 무사히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사망사건도 여러 번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범죄자의 신분으로서 상당한 벌금을 내고 중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상을 주고, 명예를 줄 사안이 아닙니다. 그 상의 주체가 대한민국 지성의 상징이라는 서울대학교라면 더욱 안 되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 촉구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리를 탐하는 것은 대학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어 주십시오. 더 이상 반사회적 기업가들의 선심성 자본에 굴복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 첫 단계로, 허영인 씨의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여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장 김지우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지우입니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또 서울대학교의 학부생으로서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박탈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연대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학내외의 인권 관련 사안을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고, 논의가 시작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학외의 사안을, 그러니까 학교나 학생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안을 학내 구성원에게 알려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꾸준히 듣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합니다. 서울대학교는 학외의 사안들과 그리고 학외의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사회 안에서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여러 사안과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서울대학교는 2008년,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을 ‘품격과 덕망을 겸비한 개인 또는 단체’로 간주하여 발전공로상을 수여했습니다. SPC그룹의 회장은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제빵 공장 노동자의 사망과 부상에도 산업 재해 사고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허영인 회장에게 서울대학교는 품격과 덕망을 겸비했다는 명예로운 수식어를 붙여주었습니다. 더 이상 SPC그룹의 노동 착취를 그저 학외의 사안이라며 외면할 수 없습니다. 특히 SPC그룹과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SPC그룹의 회장에게 제1회 발전공로상을 수여한 학교라면 더더욱 문제를 직시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저 또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목소리를 더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낍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속히 허영인 회장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박탈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SPC그룹의 노동 착취 문제를 비판하는 교내 구성원과 연대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문:
서울대학교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십시오
지난 5월 19일 월요일, 경기도 시흥의 SPC그룹 계열사 삼립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22년 10월에 평택의 SPL 공장에서, 2023년 8월에 성남의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 이후, 최소한의 안전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한 끼임 사고로 인해 벌써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3년 전의 범시민적 불매운동을 다시 되살려 SPC그룹과 그룹 총수 허영인의 책임을 물으며 노동안전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로서의 불매뿐 아니라, 서울대학교를 통해 이 사안에 결부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이에 연대하는 시민으로서 대학에도 책임을 직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2007년 SPC그룹으로부터 건물 건축 기금을 출연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총 50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지어진 건물이 농생대 203동, SPC농생명과학연구동입니다. 이 건물 지하에는 ‘허영인 세미나실’이라는 이름의 강당이 있고, 5층에는 SPC그룹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내 연구소가 입주해 있습니다. 2011년에는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와 SPC그룹에서 50%씩 지분을 출자하여 ‘에스데어리(S-dairy)’라는 기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의 유제품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특허를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며 서울대학교 로고마크가 찍혀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SPC 가맹점에 납품됩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반사회적 기업이 서울대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마케팅에 이용해 자신의 무책임함을 은폐하고 있는 셈입니다.
허영인 회장은 2008년 처음 제정된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의 제1회 수상자였습니다. 건물 건축 기금 출연 이듬해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빵공장 연쇄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SPC그룹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제빵노동자들을 위장도급 불법파견하여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으로 혹사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로 불법파견을 시정할 수밖에 없게 되자, 2018년 체결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노골적으로 노조파괴를 일삼았습니다. 불매운동을 비롯한 사회적 항의가 이어진 끝에 현재 허영인 회장은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의 수상 요건은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대학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서울대학교가 말하는 인격과 덕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 묻은 빵’을 팔아온 SPC그룹의 ‘피 묻은 돈’이 이런 경로로 대학에 유입되고 재투자된다면 서울대 구성원 역시 SPC그룹의 문제와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서울대학교 구성원과 연대 시민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본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반사회 반노동 기업 SPC그룹의 최종 책임자 허영인은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대학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허영인이 수상한 제1회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십시오.
이번 연서명을 통한 요구는 서울대학교가 SPC그룹과의 관계에 대하여 취해야 마땅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향후 대학 공공성의 차원에서 다해야 할 사회적 책무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