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노동현안 토론회: 가려진 서울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실래요?


기조발제: ‘나아지지 않는 서울대 노동자의 처우, 무엇이 문제인가요?’
이재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 학생대표


1.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이번 2021년 서울대 노동 현안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게 된 비정규 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약칭 비서공의 학생대표 이재현입니다. 먼저 저희 비서공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비서공은 2018년에 출범한 학생단체들과 노동조합의 연대체로서, 현재 18개 가맹단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울러 가맹된 단체의 대표자나 파견인이 아니더라도, 학내 노동자 처우의 개선을 바라는 학부생・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개인회원으로서 비서공의 활동을 후원하거나 각자의 여력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집행위원으로서 사업의 결정과 진행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비서공은 2017~18년에 서울대학교에서 학내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진행했다는 대대적인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비정규 직이 만연한 데다 정규직 전환 또한 불완전하게 이루어져 실제 노동환경 및 처우의 개 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학내 노동자들의 처 우개선을 목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를 비롯한 자체직원 노동자들의 차별 시정 요구, 2019년과 2021년에 발생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 요구, 2019년 청소・경비 및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파업과 2019년 및 2021년의 생 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드러난 처우개선 요구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서공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과의 일상적 소통과 연대에서부터 시 작하여, 학내 노동 현실을 공론화하기 위한 토론회와 집담회 진행, 현안을 언론에 알리 기 위한 기자회견,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성명/대자보 및 콘텐츠 작성과 서 명운동/연서명 진행, 빗소리와 함께 진행한 국정감사 대응 등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2. 지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돌아보며


 올해 6월 26일, 서울대학교의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휴게실에서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청소노동자분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2019년 8월에 공과대학 지하에 위치한 열악한 휴 게실에서 한 사람의 청소노동자분을 떠나보낸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2019년의 사망 사건은 폭염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배경으로 발생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그 공간이 매우 협소 하였음은 물론이고, 지하 및 반지하 혹은 계단 아래의 유휴공간에 조성되어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고인이 사망한 휴게실은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도 적절한 환풍기가 설치 되지도 않아 창고에 보관된 청소 용구 및 기름 등의 냄새가 진동하였으며, 여름과 겨울의 날씨에 인간다운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냉난방 시설도 미비하였습니다.

 2019년 사망 사건 이후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비인간적 휴게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 를 서명운동 등으로 이어나갔습니다. 결국 고인의 1주기 추모제 때까지도 제대로 응답하 지 않던 대학본부다 2020년 말에 이르러서는 일정한 휴게공간 개선 작업을 단행하면서, 지상 공간으로 휴게실을 옮기고 냉난방 및 환기 장비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 작업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방향적으로 진행되었기 에, 개선된 공간이 작업 공간과 너무 멀어 휴게공간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열악한 창고에 서 휴식할 수밖에 없는 등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올해 사망 사건 이 후 공론화되었던 관정도서관 청소노동자들의 창고 휴식 실태도 실질적으로 개선된 휴게 실을 활용하기 어려웠기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휴게공간만 개선 작업이 일정하 게 진행되었을 뿐, 전반적인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포괄적 작업은 진행되지 못하 였으며, 이러한 미진함은 결국 2021년 사망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2021년 사망 사건은 높은 노동 강도와 직장 내 갑질이라는 배경 속에서 발생하였습니 다. 고인이 근무하였던 925동 기숙사 건물은 196명이 정원인 반면 해당 공간을 청소해 야 하는 노동자는 1명에 불과하였습니다. 인력 부족에 더해 노후한 기숙사의 시설이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무거운 100L 쓰레기봉투를 계단으로 이동시켜야 했던 조건 등이 노동 강도를 높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기숙사의 거주자가 줄기는 했지만, 오히려 배달음식 소비 등이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할 쓰레기의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 사를 통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및 인권침해로 인정된 갑질도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가중 하여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실시와 근무성적평정 반영 고지, 시험장에의 정장 착용 강요 등의 갑질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공론화되었기에 이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 만 기숙사 내 주요 보직자를 비롯한 윗선이 해당 갑질에 대해 인지했거나 지시했을 것 이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에 대한 책임 규명에 미흡한 모 습을 보이며 ‘꼬리 자르기’에만 그치려는 대학 당국의 태도가 문제적임은 지적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한편 전 학생처장과 전 기숙사 부관장을 비롯한 여러 보직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은 지금까지 서울대학교가 학내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왔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사망 사건을 비롯한 심각한 사안이 발생해도 미봉책에만 급급하고, 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으며 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나 노동조합을 비난해온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서공을 비롯한 학생들과 노동조합, 그리고 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았고 근본적 재발 방지를 위한 요구를 이어나갔습니다. 추모공간에 포스트잇을 남겨주시고 처우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비록 부족하지만 총장의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망 사건의 근본적 재발 방지와 현장의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멉니다. 기숙사 당국은 사망 사건 이후 주말 근무 중에 고인이 사망하셨다는 점을 들어 처우개선을 위해 주말 근무를 폐지하고 주말 업무는 용역업체에 외주화하겠다는 대책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8년 이후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는 사라진 용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간접고용을 부활시키는 처사임은 물론이고, 그동안 일해온 노동자들의 실제 요구와도 동떨어진 미봉책이었습니다. 용역업체의 청소 미비로 월요일에 출근한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생활임금도 충족하지 못해온 저임금을 약간이나마 보충해온 휴일근무수당 또한 삭감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노동강도는 더 높아져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임금은 또 더욱 낮아지니, 어떠한 점에서도 실제 노동자들의 처우는 오히려 나빠졌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기숙사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주말에 근무하는 것은 괜찮으니, 대신 평일에 정규적으로 건물 외곽을 청소하는 전담 인원을 직고용으로 충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숙사 건물 내부 청소에만 집중해서 노동 강도를 낮추고 학생 생활공간 청소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려면 적어도 외곽 청소 인원은 충원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력충원이 진행되어야 노동자의 처우도 학생의 생활권도 증진될 수 있을 것인데,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차별적 고용구조는 이러한 해결책의 현실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기관인 기숙사의 관장 발령으로 청소노동자가 고용되다 보니, 대학본부는 총장발령의 서울대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우개선이나 인력충원을 위한 예산 투여에 소극적인 것이 관악학생생활관이 놓인 현실입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총장발령으로 인사발령이 일원화될 때만이 실제적 인력충원을 통한 재발방지와 처우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3. 인간다운 존엄을 위해 파업에 나서야 했던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


 올해 여름의 사망 사건 이후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보여준 가장 중요한 사건은 가을에 진행된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쟁의가 아닐까 합니다. 생협 노동자들은 2019년에 무려 30년 만의 파업을 통해 휴게공간 개선을 비롯한 처우개선 성과를 이루어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임금과 수당, 노동 강도 등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2021년 가을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동쟁의 상황이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생협 노동자들은 출근 선전전과 캠페인, 대학본부 앞 천막농성과 파업을 통해 대학본부와 생협 경영진이 책임지고 인간다운 노동의 존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우선 임금에 있어서는 3개의 직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데다 115단계로 세분화되어 사실상 아무리 오래 일해도 호봉 상승을 통한 저임금 극복을 어렵게 만드는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서울대 내 타 직종들이 모두 지급받고 있는 식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당 및 카페 노동자들이 제공받는 현물 식사에서도 개수가 제한된 주메뉴는 먹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할 것을 외쳤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서울대 내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현저히 차별받고 있는 낮은 명절휴가비의 부당함을 규탄했습니다.

 이러한 저임금과 식사 및 수당 차별은 생협 노동자들이 처한 인력 부족 및 높은 노동강도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처우가 나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보니 생협에서 신규 인력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거나 신규로 들어온 사람들도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퇴사하게 되면서,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올해 발표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조사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하여 고강도 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이 규명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2021년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듯, 코로나19 이후로 식수는 줄었다고 하지만 계약직 노동자들의 해고로 인력은 감축되고 방역을 위한 칸막이 청소 업무 등은 추가되면서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면 개강을 앞두고 식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생협 식당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인력충원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파업의 결과 생협 노동자들은 주메뉴를 포함한 식사를 전 생협 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를 쟁취하면서 ‘닭 없는 반계탕’, ‘연어 없는 연어 덮밥’을 정작 식사를 조리한 노동자들이 먹어야 하는 현실을 바꿔냈습니다. 또한 초・중・고교의 교육공무직 급식노동자들이 지급받는 위험수당을 불과 칼을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식당 및 카페 노동자들이 지급받게 되면서 고강도 노동에 대해 조금이나마 나은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본급 임금 인상은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21년 2월까지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상세 합의가 진행될 예정이기에, 생협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향한 움직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울러 생협이 학교 구성원 전체의 후생복지를 위해 저렴한 식사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적자를 감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 차원의 재정 지원은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는 것도 생협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그동안 생협이 흑자를 낼 때 학교가 발전기금으로 이윤을 수취해왔던 만큼 코로나19 이후 생협의 재편 과정에서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더 나은 복지 서비스 기반 창출을 위해 대학이 책임 있게 재정을 지원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집단급식 사업장 등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필수 후생복지 사업장을 대학이 직접 운영하고 생협 노동자들을 직고용하여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는 ‘생협 직영화’도 학생 복지와 노동자 처우 모두를 위한 대안으로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더 질 좋은 식사와 복지 서비스를 위한 학교 구성원들의 수요도 대학의 지원이 있을 때 충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협이 서울대법인이 아닌 별도법인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서울대의 후생복지를 책임지는 기관과 그 기관의 운영을 가능케 하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대학이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은 변화해야 합니다.

4. “우리는 유령 직원인가요?” : 경비와 기계・전기 노동자들, 그리고 자체직원


 청소노동자와 생협 노동자들 이외에도 서울대에서는 열악한 처우를 고발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다양한 직종이 있습니다. 모두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학교 공동체 내에서 정당한 몫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경비 노동자들 및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경우 청소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저임금 개선을 위한 임금체계의 개선과 각종 수당에 대한 차별 해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 초와 하반기에 진행된 파업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의 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법인직원과 비교할 때 처우는 너무나 열악합니다. 청소・경비와 기계・전기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2018년 이전의 용역회사 간접고용 계약직에서 직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고용 불안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새로 채용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노동자들도 처우개선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특히나 노인 일자리의 성격이 큰 직종들에서는 정년이 오히려 감축되었다는 개악의 문제점도 지적됩니다. 현재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수당의 차별을 부당하다고 본 판례를 근거로 하여 차별시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력충원 또한 노동 강도의 감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경비 노동자들은 무인경비시스템이 경비 인원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며 학생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의 노동자가 담당하는 건물의 면적을 줄이고 경비초소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다른 학교들에서 경비초소와 인력의 감축 이후로 무인경비시스템이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서울대 학생과 노동자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요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주로 행정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총장발령의 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법인직원에 비해 각 기관장 발령으로 주로 고용된 자체직원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법인직원과 사실상 같은 행정 노동에 종사함에도 임금과 수당에서부터 경조사비 및 취업규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차별에 시달려야 하는 자체직원의 현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시금 조명되었습니다. 이 또한 결국 총장발령으로 노동자들을 책임 있게 직고용하지 않고 기관장 및 단과대 학장 발령으로 파편화되고 이중적인 고용구조를 운영하는 서울대의 문제점과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서울대가 발행하는 통계연보나 교육부에 제출하는 직원 현황의 숫자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유령 직원’ 자체직원의 처우와 관련해서는 송호현 대학노조 지부장님께서 향후 패널 토론에서 현장의 목소리로 더 상세히 이야기해주실 예정입니다.

5. 무엇이 문제일까요? : ‘무늬만 정규직화’와 이중적인 차별적 고용구조


 그렇다면 이처럼 광범위한 직종에 걸쳐 서울대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약직을 비롯한 비정규직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은 차치하더라도, 서울대에서 2017~18년에 걸쳐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선제적 전환을 진행하였다고 그토록 많은 홍보를 해왔는데 말입니다.

 당시의 전환이 실질적 처우의 개선과 차별의 시정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대학본부가 전환에 필요한 재정을 직접 책임지는 ‘진짜 정규직화’가 아닌, 차별과 열악한 처우를 온존시키며 개선의 책임을 기관이나 별도법인, 단과대 등에 떠넘기는 ‘무늬만 정규직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무늬만 정규직화’가 낳은 실질적 처우개선과 차별 시정의 미흡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공공부문에서도 직접 처우개선을 책임지는 정규직화가 아닌 별도의 자회사 고용을 통한 전환이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전환 자체의 한계로 인해 대학본부의 총장발령으로 고용된 정규직인 법인직원과 타 직종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웠습니다. 용역회사 고용에서 직고용으로 전환되었다고는 하지만 대학본부 직고용이 아니기에 서울대 내에 새로운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학내 간접고용 구조’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의 독립채산제 기숙사 관장 발령 고용,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별도법인 생협 고용, 수많은 자체직원들의 기관장 및 단과대 학장 발령 고용은 대학본부로 하여금 이러한 노동자들이 서울대 직원이 아니기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은 대학본부에 있기에, 별도법인이나 단과대 및 기관은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싶어도 권한이나 예산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실질적인 사용자인 대학본부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간접고용의 모순이 서울대 내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비서공을 비롯한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 2022년 정부지원금 예산요구서에 총장발령 법인직원의 인건비만이 아닌 다양한 직종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예산이 포함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공동행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총장발령이 아니라는 이중적 고용구조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무늬만 정규직화’로 인해 발생한 처우개선 미비와 부당한 차별 온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용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고용구조 일원화를 이루어내고, 학내에서 다양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서울대학교라는 공동체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노동자들의 존엄한 일터를 위해서도, 더 나은 노동을 통해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받아야 할 학생들의 교육권과 생활권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6. 오세정 총장님께 : 노동 현실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직시해주세요


 지난 11월 11일 진행된 제2회 SNU 토크콘서트에서 청소노동자 및 생협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생들이 학교 구성원으로서 약자를 위해 희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학의 최종적인 정책 결정권자인 총장이 노동자 처우개선 방안을 질문하는 학생에게 하는 답변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지요. 대학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학교에 요구하지만 말고 학생이 희생해야 한다는 말은, 결국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본부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장 국가의 최종 정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의 자리에서 불평등 개선 정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할 정책은 잘 모르겠고 시민들이 의식을 키워야 한다거나 약자를 위해 희생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하면, 그 누가 올바른 태도라고 수긍하겠습니까.

 물론 대학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인간다운 존엄을 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대 노동자들이 처한 불평등에 대해 오세정 총장이 2021년 국공립대 및 국공립대병원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여러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를 받은 지 채 한 달 반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는 누구도 죽거나 아프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동환경 개선과 차별 시정을 위해, 이원화된 고용구조 뒤에 숨지 말고 진짜 사장인 대학본부가 마땅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패널토론 1: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이창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수석부지부장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은 알게 모르게 천시받던 노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정에서 어머니나 할머니가 가족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짓고 일터로 나가는 생계부양자나 학교로 가는 아이들, 그리고 가내의 노인을 위해 한 끼 식사를 하루하루 준비하던 조리노동은 가사노동으로서 임금도 받지 못하고 그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노동이었습니다. 사회가 산업화로 크게 변화하여 여성도 산업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하나둘씩 이전에 가내에서 진행되던 역할을 사회적으로 담당하기 위한 식당들이 생겨났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의식주 중에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식사를 담당하는 노동은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70년대의 산업화가 과정에서 식당에 일하는 조리노동 종사자들을 타 산업의 노동자들보다 더욱 천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이후부터는 요리사가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될 정도로 요리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하였지만, 아직도 대다수 식당의 주방 안 노동은 방송에서 조명되는 화려한 셰프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가려지고 있습니다. 힘든 노동환경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아직도 열악한 식당 사업장의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여러 종류의 식당 중에서도 회사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학교에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집안에서 스스로 끼니를 마련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여러 종류의 단체급식 시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서울대에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온 기관이 바로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입니다. 70년대 후반에 이전에는 대학로 여러 곳에 나뉘어 있던 서울대 단과대학들을 관악의 종합대학부지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구성원들의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후생과 소속으로 소비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대학 안에서 생활하는 학생, 교수,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소비조합이 맡아온 여러 가지 사업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식당과 매점의 운영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소비조합의 복지사업 운영 과정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려야 했던 노동자들은 80년대 후반을 거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1989년 파업을 통해 일정한 개선을 이루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21세기에 들어 이전의 소비조합은 생활협동조합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재편되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처우는 시간의 흐름에 걸맞게 충분히 변화하지 않았고, 89년 파업 이후 30년이 지난 2019년 가을에 노동자들은 30년 전 요구와 거의 다르지 않은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이 생협 노동자들의 업무를 기반으로 하여 당연하게 누려온 복지를, 그 복지를 제공하는 생협 노동자들 또한 누려야 한다는 것이 주요한 요구였습니다. 결국 생협 노동자들은 파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그동안 그림자처럼 살아온 노동자들의 삶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2019년 파업에서 많은 학생들이 지지를 보내주면서 30년 만의 파업은 생협 노동자들의 삶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조금이나 생활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비대면 수업 이후 노동자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비참해져만 갔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 중 계약직인 노동자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계약만료를 통해 일자리에서 떠나가야 했고, 이들이 떠난 빈자리로 인한 지나친 노동강도 증가는 이전부터 고된 노동으로 근골격계질환을 앓던 직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자진 퇴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이미 서울대 생협이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로 악명이 자자했던지라 신규직원을 뽑고자 해도 지원자가 쉽게 나오지 않았고, 남은 직원들의 병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생협 사무처의 안일한 대처와 부실한 경영으로 생협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고 그러한 부실 경영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경영진은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서울대 생협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2년 만에 다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생협의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치게 만든 생각은 생협이 올바로 서야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고 동시에 학교 구성원들의 복지도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이었습니다. 저임금문제가 해결되어야 인력충원을 통해 노동강도도 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이 누리는 식사 등 복지의 질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학교가 생협에 대해 실질적인 정책의 결정권을 가지고자 한다면 마땅히 재정적인 지원을 해서 학교의 후생복지를 책임지는 생협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합니다. 만일 생협을 독립성을 지닌 별도 법인 사업체로만 여긴다면 지금까지 생협의 사업 결정과 정책에 관여해온 학교의 태도는 모순적이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2021년에 진행된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권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래에도 서울대 학생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후생복지를 책임져야 할 생협이 더 안전하고 인간다운 일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앞으로 더 건전하게 발전하면서 복지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처우와 학교 구성원의 복지 모두가 보장될 수 있는 더 건전한 생협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패널토론 2: ‘자체직원이 일하고 싶은 차별 없는 일터의 모습은?’
송호현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지부장


 ‘자체직원’이라는 용어는 서울대학교에만 존재합니다. 자체직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언뜻 들어서는 쉽게 짐작이 되지 않을 겁니다.

 먼저 가볍게 추측을 해보자면, 서울대가 채용한 것이 아니라 단과대학이나 연구소 자체적으로 채용한 직원을 뜻하나보다 하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그렇게 채용된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를테면 대학원생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자 전문연구요원이 되면 어떻게 분류될까요? 자체직원으로 등록합니다. 대학원생에게 학부 홈페이지나 특정 기간중 학회 홈페이지 개설 및 관리를 맡기고 인건비를 줘야 할 때 학교는 어떻게 이를 진행할까요? 대학원생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할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임의로 직원으로 등록시키고 인건비를 지급하는데, 이때 자체직원으로 등록시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통용되는 ‘자체직원’은, 소위 정규직이라고 분류되는 법인직원, 그리고 조교, 학사운영직, 시설운영직 노동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이라고 분류되는 분들을 통틀어서 정의하는 명칭입니다. 워낙 다양한 직원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애매하기도 하고 쉽게 정의 내리기도 어려운 그런 직원 범주입니다.

 언제부터 자체직원이 시작되었을지를 생각해봅니다.

 서울대학교가 법인화 이전에 국립대학일 때, 기본적으로 교육부에서는 교육공무원을 각 국립대학에 배정합니다. 어느 대학이든 교육공무원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공무원 특성상 예산도 깎고 인력도 부족하게 내려보내게 됩니다. 정해진 계획보다 예산을 덜 쓰고, 인력을 덜 채용해야지 연말에 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공부문의 관행 때문입니다. 각 국립대학은 부족한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충원하게 될까요. 당연히 교육공무원이 아닌 직원들을 자체적으로 채용을 합니다.

 직원을 채용하려면 당연히 예산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학생 여러분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수업료가 250만 원 ~ 300만 원 정도 기재되어 있지만, 국립대학일 때에는 수업료 50만 원에 기성회비가 200만 원으로 기재되어 기성회비라는 범주가 따로 존재하였습니다. 학생들과 부모님들께 노후 건물을 수리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둥 학교운영에 쓰도록 규정된 기성회비 명목으로 받아서 돈을 모았습니다. 십수 년간 서울대학교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기성회비를 모았으니 어마어마한 규모였을 겁니다. 그럼 그 재원을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고, 실제로 예산을 집행하는 직원들도 필수적으로 필요할 겁니다. 그렇게 채용된 직원들을 교육공무원과는 다른 기성회직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그 기성회직이 해야 하는 역할은 당연히 기성회비를 관리하고 집행하는 등 기성회계와 관련된 업무에 국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대학교에서는 교육공무원만으로는 학교를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일이 많은데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기성회계 재원으로 직원들을 채용해서 기성회계 업무가 아닌 일바적 대학행정을 맡깁니다. 기성회계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장이 등록금 고지서에 명시해서 받았기 때문에, 기성회직 발령권자는 총장이었습니다. 이 기성회직원들이 채용된 초기에 처우는 너무 열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맡게 된 업무는 업무지원과 사무보조였으며, 사무실 청소나 커피 타다 나르기 같은 교육공무원들이 기피하는 일들까지 맡아야 했습니다. 거기다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차별적인 환경에 공무원의 약 6~70% 수준의 급여만 받고 일을 하며 온갖 갑질과 무시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분들이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처우개선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기성회직원도 기존 교육공무원과 통합되어 현재의 정규직인 “법인직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기성회직원을 채용해서 서울대는 인력 부족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했습니다.

 이제 기성회계 재원이 아닌 다른 재원을 끌어와서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해결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국가로부터 인건비가 지원되는 비학생조교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업을 수행하고 있는 분 중 조교로 채용한 분들께 교수님의 연구와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는데, 그 T.O 중 일부를 대학원생 대상으로 공고하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채용 공고를 내서 행정 인력을 뽑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직원이 바로 비학생조교입니다. 이 비학생조교가 하는 업무는 각 학부(과)에서 교육공무원이 하던 업무, 법인화 이후에는 법인직원이 하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해당 전공이나 학부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요. 다만 조교라는 특성 때문에 매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고용이 승계될 수 있었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도래하면 계약갱신과 고용 승계를 무기 삼아 업무를 떠넘기고 갑질을 강요하는 등 불의한 일을 겪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더는 이분들의 계약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많은 비학생조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지난 2017년 투쟁을 통해 비학생조교 노동자들은 학사운영직이라는 범주, 즉 매년 고용계약을 갱신하지 않고도 고용안정이 보장될 수 있는 무기계약직 자체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성회직, 비학생조교로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니었겠지요?

 서울대는 교수연구비에 배정된 간접비 재원, 발전기금 재원, 시민을 대상으로 개선된 공개강좌의 수업료 징수, 언어교육원의 한국어 및 외국어 강사 채용 후 그 수업에서 징수한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 신입생 모집을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납부받는 입학전형료 등 다양한 재원으로 인력들을 충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충원된 인력들은 역시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으며 채용되었는데, 이러한 직원들을 통틀어서 자체직원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청소・경비,기계・전기,소방・통신 등 용역업체를 통해 시설관리를 하다 2018년에 서울대학교가 직고용함으로써 용역회사 직원에서 자체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된 분들이 계시는데, 이분들이 시설운영직(시설관리직) 분들이십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이 자리에 없으셔서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그분들께 직접 이야기를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채용된 자체직원들의 급여는 여기저기서 끌어온 재원으로 급여를 지급하다 보니 재원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계속해서 계약연장을 하면 급여인상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학교는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고 똑같은 사람을 다시 신규채용하는 꼼수로 급여인상을 억제해왔습니다. 다행히 비정규직보호법이 2007년에 제정되면서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무기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반복해서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도 될 뿐 처우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입니다. 이렇게 장기간 근무를 하다 보니 업무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고, 업무가 추가로 주어져도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쌓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분들도 법인직원처럼 고등교육 이상을 이수한 후 기본적인 업무 역량을 축적한 분들입니다. 거기다 대다수 법인직원들은 그렇지 않지만, 일하지 않고 떠넘기는 법인직원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직원들이 업무분장을 거부하게 되면 누가 부담을 지게 될까요? 힘없는 비정규직들이, 비학생조교(학사운영직)이나 자체직원들이 지죠. 자체직원들의 업무 자체가 이제는 법인직원이 하는 업무와 구분될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학생들께서 학부행정실에 갔을 때, 누가 법인직원이고, 누가 비학생조교(학사운영직)이며, 누가 자체직원인지 구분할 수 있나요? 사실상으로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각 학부, 단과대 홈페이지에는 직원들 현황이 나와 있고, 그 직원이 무슨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체직원의 급여는 너무나 낮습니다. 우리는 동등한 처우를 주장합니다. 법인직원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왜 차별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대학 당국 입장에서는 난감할 겁니다. 자체직원은 어디까지나 업무지원, 업무보조만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법인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를 낮게 주며 이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다, 논리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온 것이죠.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은 섞여서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이를테면 행정실에 근무하시는 직원이 출산을 하게 되어 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대체인력을 뽑게 되는데 이분은 휴직하신 분이 복직할 때까지만 일하는 한시적인 인력입니다. 그렇다면 이분에게 얼마나 책임 있는 일을 맡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투입되자마자 바로 업무를 이어서 할 수 있을까요? 대체인력의 급여는 얼마나 줄까요?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된 분의 업무를 동료들에게 적절하게 나눠주고. 대체인력에게는 저임금 수준에 맞지 않는 과한 업무를 주지 않고 보조나 지원업무를 하도록 하는 게 맞지 않겠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그대로 넘깁니다. 업무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대체인력은 업무파악도 못한 채 일을 해야 하고, 야근은 불가피하죠. 주말에도 나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보에 의하면 낮에 뭐하고 놀다가 야근을 하느냐며 눈치를 준답니다. 휴일에 근무하면 월요일에 출근해서 휴일에 근무는 제대로 한 게 맞느냐고 취조하듯 물어본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실을 통해 서면질의를 했습니다. 자체직원은 정말 업무보조나 지원만을 하는 게 맞냐고 말입니다. 돌아온 학교 관계자의 답변이 참 기가 막힙니다. 각 학부・단과대 홈페이지에는 자체직원들이 해당 업무의 실무를 담당한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보조 또는 지원업무’를 하는 게 맞다고 답변합니다. 다만, ‘보조 또는 지원업무’로 홈페이지나 내부 업무분장에 표기할 경우 학생 등 학교 구성원에 의한 차별의 소지나 노동자들의 자존감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어서 기관별로 일반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자체직원들이 학생들로부터 무시당하지 말라고, 자존심 상하지 말라고, 실제로는 보조와 지원 업무만을 수행하는데 홈페이지에는 법인직원과 같은 일을 한다고 표시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학생 여러분들께서 자체직원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지요. 대학 관계자는 이제는 학생들을 핑계 삼고 있는 겁니다. 그런 이상한 답변에 대해서, 동일한 업무에도 차별적 대우를 받는 저희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시당하지 말라고 우리 자체직원들을 배려해준다고 고마워해야 할까요.

 낮은 급여와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과연 자체직원들이 학생들과 교수들을 위해 양질의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똑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급여가 두 배나 많은데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자체직원은 얼마나 오랫동안 근무하든 승진 체계 자체가 없습니다. 나보다 늦게 입사한 법인직원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승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부서에 팀장으로 발령이 나는데, 과연 자체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될까요? 열심히 일해도 어차피 급여는 늘 제자리 수준이고 승진도 안 되면 열심히 일할 의욕도 떨어지지 않을까요? 상황이 이런데도 연말연시가 되면 기관장들이나 학부장이 직원들을 불러모아서, 대학과 학부 발전과 위기 극복을 위해 원팀이 되어서 같이 일을 하자는 일장연설을 합니다. 애초에 직원들 사이에 차별이 심한데 그런 말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요?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저희 노동조합에서는 이원화된 고용구조를 지적합니다.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르면 교직원의 임면권, 즉 임용과 면직에 대한 권한은 총장에게 있습니다. 하위법이 상위법을 어길 수 없는 것은 상식입니다. 총장이 아닌 각 단과대나 연구소의 기관장이 직원을 임용하거나 면직시킬 권한을 부여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임의적으로 임용권을 남발해서 사용해왔습니다. 그렇게 채용된 직원들이 바로 자체직원입니다.

 기관마다 끌어다 쓸 수 있는 예산과 재원의 규모는 다릅니다. 공대나 의대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편이고, 자연・인문・사회계열은 그렇지 못하겠죠? 전공마다 특성은 있겠으나 대학행정이라는 틀에서 보면 행정업무는 동일합니다. 그런데도 기관과 단과대마다 재정적 여력이 다르다보니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며 같은 노동을 해도 어느 기관에 채용되었는지에 따라 노동조건이 다릅니다. 기본급도 다르고 지급되는 수당의 종류나 금액도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단과대나 연구소, 혹은 학부(과)에서 자체직원의 급여와 노무를 관리하는 정규직을 채용합니다. 정규직이 자체적으로 급여와 노무 관리를 맡으니, 다른 행정을 맡기기 위해 추가적으로 자체직원을 채용하게 됩니다. 법인직원은 재무과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대학본부에서 급여를 일괄 지급합니다. 노무관리도 인사교육과에서 일괄 담당하고요. 자체직원은 기관마다 처우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기관마다 관리하는 직원을 따로 두는 것이지요. 자체직원도 법인직원과 마찬가지로 재무과, 인사교육과에서 대학본부가 일괄 관리하면, 예산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대학행정도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학본부에서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핑계를 자꾸 만드는 것이고요.

 지금 당장 문제가 해결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목표가 정해지고 방향만 올바르게 진행된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다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저희 노동자들이 10년, 20년을 더 가만히 기다린다는 것은 아닙니다.

 총장발령과 기관장발령으로 이원화된 고용구조를 극복하고, 법인직원과 마찬가지로 급여와 노무관리를 대학본부의 동일한 부서에서 관리하도록 하며, 궁극적으로 행정 전반에 걸친 분석과 과감한 결단을 통해 전 직원을 법인직원으로 통합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노동자들의 처우도, 학교 행정의 효율성도 제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패널토론 3: ‘취재현장에서 바라본 서울대 노동의 현실은?’
박건우 빗소리 of SNU 회원


 안녕하세요. 빗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건우라고 합니다. 앞서 노동자 선생님들의 발제가 있었는데, 저는 학생이니까, 제 차례에선, 제가 한 학생으로서 서울대학교 노동에 대해 느낀 바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제가 활동하고 있는 빗소리라는 단체에 대해 조금 설명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1. 빗소리의 전반적인 취재 활동 과정


 빗소리는 중앙동아리인데요. 주로 노동자를 취재하고, 그 취재 내용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서울대 안팎으로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잘 와닿지 않을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전반적인 취재 활동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간략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첫 번째 단계에서는 무엇을 취재할지를 정합니다. 저희는 매 학기가 시작될 무렵에 이에 관한 논의를 하는데요. 보통 직군별로 묶일 수 있는 노동 현안을 검토하고, 그중 이번 학기에 조명할 내용과 방식을, 대략적으로 결정합니다. 이때의 ‘직군’들은, 보통 생협, 자체직원, 청소・경비, 기계・전기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빗소리 회원들은 이러한 직군별로 분산되어서 각자 맡은 취재를 구체화하고 또 수행합니다. 취재는 보통 개별 노동자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요.

 그다음 단계에서는, 누구를 취재할지를 정합니다. 소위 ‘컨택’ 과정인데요. 대부분의 컨택은 노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에 생협의 노동환경에 대해 취재하기로 했다’라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대학노조의 이창수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려봅니다. 그러고는 ‘저희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말씀을 나눠보고 싶은데, 혹시 이런 얘기를 들려주실 선생님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하고 요청합니다. 그럼 보통은, 저희가 항상 노조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리는 바인데, 인터뷰이와 연결이 잘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마지막 단계인데요. 취재를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적절한 형식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입니다. 취재는 보통 인터뷰이의 노동과 밀접한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생협 같은 경우는 대학노조 사무실이나 학생 식당에서 뵌 적이 많고, 청소경비노동자 같은 경우는 휴게실이나 근무지에서 뵙는 편입니다. 취재 질문들은, 아까 말씀드린 첫 단계에서 정한 취재 방향성에 부합하는 것들로 준비해갑니다. 이때 생협의 예시를 다시 들자면,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이 너무 힘들어져서 몸이 아프게 된 경험이나, 방역 물품 부족으로 인해 안전에 대해 불안해했던 경험 등과 같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만이 말해줄 수 있는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노동환경과 고충들에 대해 질문을 구성할 수가 있겠죠.

 취재 이후에는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알맞은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카드뉴스 콘텐츠를 주로 게시해왔는데요. 최근 들어 점차 다양한 콘텐츠 형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줄글 텍스트 형태의 콘텐츠를 게시하기도 하고, 노동 강도를 직접 체험하거나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유튜브 영상 등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모두 학내 노동자와 다른 구성원들 간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빗소리 취재 활동을 하며 느낀 점들


 여태까지 말씀드린 흐름에 따라 취재 활동을 해오다 보면, 학생으로서 새롭게 배우고 느끼는 점들이 많은데요.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노동자를 직접 대면하기 전과 후로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대면 이후에 고민이 더욱 구체화된다는 것이지요.

 생협이든 청소 직군이든, ‘아, 인력이 부족하구나’, ‘임금이 정말 낮구나’ 하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그게 개별 노동자에게 야기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은 사실 체감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취재를 나가서 노동자분들을 직접 찾아뵙게 되면, 그런 일반화된 큰 얘기들에서는 잘 포착되지 않던 각각의 사연들이 보이고 들리는 겁니다.

 일례로 생협의 경우, ‘인력 부족이다’, ‘저임금이다’에서 그치지 않고, ‘인력이 부족해서 일이 힘들다.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만성적으로 허리가 아프고 손목이 아프다. 그런데 일손도 부족할뿐더러 어차피 병원비 지원도 안 되고 병가도 못 내는 분위기이니까 일에 빠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뼈주사’ 를 맞기도 한다.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면 거기서 똑같은 문제로 병원을 찾아온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식당에서는 신입을 뽑아도 일이 너무 바빠서 교육도 제대로 못한다. 그럼 방치된 신입은 일 자체나 일의 강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주 퇴사한다. 그럼 또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더욱더 일이 힘들어진다. 그럼 다시 ‘서울대 식당은 일이 힘들다’는 악명이 자자해져서 입사하려는 사람이 더 없어진다. 결국 학생들이 먹는 식사는 위태롭게 조리되게 되고, 그에 따라 식사의 질도 안정적일 수 없게 된다 등’ 연쇄적으로 실제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문제점들이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실질적인 문제들의 교차와 연쇄를 취재로 접하다 보면, ‘인력 부족’이나 ‘저임금’ 같은 단순한 말들이 전혀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고, 고민이 더욱 무거워집니다. 개별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런 단순한 말로 전혀 환원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한편으론, 뭐가 왜 문제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나, 그러한 무지로 인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해 같은 것들도, 한두 번만 취재에 나가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의 식수가 줄었는데 그럼 식당 업무도 줄지 않겠느냐’하는 일견 그럴듯한 의문도, 현장을 나가보니 곧바로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나도 모르게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알아채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언젠가 한 시설관리직 노동자분을 찾아뵈려 할 때, 그분이 학교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마구 토로해주실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막상 찾아뵈니까 본인의 일에 만족하면서 근무하시는 분이었더라 하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분이 일하시는 곳이 완벽한 일터였던 건 아니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고용구조로 인해 파견계약직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처우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까닭에, 그런 고용 불안정이 그저 생활이 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렇듯 개선될 수 있고, 또 개선되어야 하는 것들이, 오랜 시간 그러한 환경 속에서 노동하며 살아온 노동자 당사자에게 있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굳어져 있다는 점 또한, 취재를 통해서만이 감지할 수 있는 서울대의 미묘한 현실이었습니다.

 결국 취재라는 것은, 서울대의 다양한 노동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인 동시에, 동일한 구조 아래 있더라도 개별 노동자의 서사는 다양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현장의 목소리를 하나둘씩 마주해감으로써, 빗소리 회원들은, 이미 알고 있던 점이나 미처 몰랐던 점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을 세세히 수정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3. 취재 경험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는 서울대


 그런데 이쯤에서 제 앞선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한번 검토해볼까 합니다. 방금까지는 제가 번듯한 말들을 동원해서 빗소리의 취재 경험이 매우 ‘특별한’ 것처럼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취재 경험이 지금 이곳 서울대에서 ‘왜’ 특별하게 여겨지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서울대학교에서 노동자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귀에 잘 들리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대우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생과 같은 다른 구성원이 노동자와 만나 소통하는 경험은 ‘예외적인’ 사건이 됩니다.

 취재를 나가게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노동자분들께서 취재원들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라고, ‘이렇게 찾아와주기만 해도 고맙다’라고 감사를 표하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장면을 마주했을 때, 저는 선생님들의 진심에 크게 감사하면서도 때때로 당혹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서로의 이 고마움이 함의하고 있는, 노동자와 학생의 만남에 깃든 이 ‘특별함’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학생도, 노동자도, 서로 간의 만남에 이토록 조심스러워하고 감사한다는 현상 자체가, 서울대학교에서 구성원 간의 동등한 대화의 자리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등한 만남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현실에서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사실은, 서울대의 노동자들이 학생이나 교원과 같은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인정받거나 생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취재를 위해 컨택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망설이시는 노동자분들을 많이 만나 뵐 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망설임이, 서울대에서 노동자가 받는 대우를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는 관리자의 눈치가 보여서, 혹은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서, 때론 학생들의 눈치가 보여서 취재를 어려워합니다. 취재에 응하더라도 그들이 마땅히 말할 수 있는 것들을 꺼내놓는 걸 조심스러워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파업으로 휴게실에 환풍기가 설치되고 냉난방이 나오게 되었다면, 더 나아가 휴게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는 괜히 내뱉지 못하고 삼키게 되는, 어떤 마음 같은 게 있다는 것입니다. 요구해도 학교가 들어주질 않고 도리어 반작용만 돌아올까 두려워 노동자의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학생들이 노동자를 차별하고 무시해서 그렇게 된 걸까 요?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활동을 하면서 또 확실히 느낀 바 중의 하나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서울대 노동자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노동자분들도 학생들에게 관심과 응원이라는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는 비단 빗소리 같은 동아리나 노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활동의 범위 밖에 있는 여러 학생과 노동자들도 공유하고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성숙한 구성원들이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흐름에 동참해 힘을 실어주어야 할 주체는, 구성원들의 이러한 진심을 노동자 처우 개선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오세정 총장님과 대학본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드 코로나라고들 합니다. 점차 대면 수업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에서, 서울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가, 단지 서로 얼굴을 몇 번 더 스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 그리고 교원 모두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서울대라는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주저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또 이해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서울대를 만들기 위해, 부디 오세정 총장님과 대학본부도 함께 힘써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빗소리도 그런 서울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패널토론 4: ‘노동자와 학생, 함께 권리를 찾는 방법은?: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일자리’
고근형 비서공 집행위원


1. 들어가며


 서울대학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끊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학부 1학년을 마치던 겨울에 음대 시간강사 부당해고 사태로 노동자들이 본부 앞에 천막을 쳤고, 이듬해부터는 비학생조교 투쟁이 시작되었지요. 기억에 남는 건 학생들의 연대가 항상 있었다는 점입니다. 16년 5월, 모 학과가 장터를 열었을 때 음대 선생님들과 제가 같이 장터에서 식사하는 학생들에게 부당해고 철회 서명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지지와 응원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17년 3월 비학생조교 선생님들이 집단농성을 시작했을 때, 거의 모든 학생회에서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었습니다. 덕분인지 음대 강사 투쟁, 비학생조교 투쟁 모두 성과를 거두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8~90년대 이야기가 아니라, 코로나19 유행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모습이 학교의 일상이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모이지 못하면서 이전과 같은 학생-노동자의 교감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면 수업이 전면화될 때 이전과 같은 학생 노동자의 교감을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노동자와 학생들이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저는 양질의 일자리를 양질의 교육환경과 연결 짓는 활동을 시작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환경의 보장을 대학의 역할로 요구하자는 것입니다.

2. 양질의 교육환경, 양질의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보장이란 이런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노동과 서비스를 정부/공공이 책임하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실업, 고용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이지요. 예컨대 대학이라는 공간에 필요한 노동으로 강의와 연구는 물론 행정, 청소, 경비, 시설, 조리 등이 있는데, 정부/대학 책임하에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통해 양질의 교육환경을 보장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더 나은 수업, 더 쾌적한 학교, 더 맛있는 학식 등을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자에게는 생활임금, 고용안정 등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작년 2학기 기말고사 무렵, 저는 본가에 머물고 있었고 교수님이 공지하신 기말고사 일정에 맞추어 교통편을 예매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불과 이틀여 앞두고, 돌연 기말고사가 연기됐다는 공지가 나왔습니다. 대입 면접을 위한 방역으로 건물 출입을 금지한다는 건데, 알고 보니 학교 본부에서는 이미 일주일도 더 전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 공문을 신속히 처리하기에는 단과대 행정실과 학과 사무실의 인력이 모자랐던 겁니다. 학교 행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사무실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높이고 업무 과중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확대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 학생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요구하자는 것입니다.

 수업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자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요즘, 80명에서 많으면 140명이 넘는 대규모 대면 강의를 소규모 강의로 나누어 대체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강의 교원 채용 확대를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필수교양과 기초학문을 담당하는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 등에서 정규직 강의 교원 채용 확대를 통해 교양과목에서의 수업권과 해당 학문공동체 구성원에게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달 학사운영위원회에서 대학원 비인기학과 정원을 감축하기로 한 서울대학교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는 비인기학과 대부분은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생명과학부를 비롯한 기초과학, 혹은 독어독문, 서어서문, 불어불문, 영어영문, 중어중문과 같은 어문계열이라고 합니다. 비인기학과의 원인이 대부분 졸업 후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한 기피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분야의 연구자와 예비연구자에 양질의 일자리와 연구 노동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3. 학교에서부터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


 세상에 비정규직으로서 받는 차별을 평생 감수해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최저임금만 받아도 되는 사람, 평생 해고를 걱정하며 살아야만 하는 사람, 평생 과로에 시달려야 마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생활임금을 보장받는 것, 열심히 일하면 실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노동과 여가의 균형을 보장받고 일하다 아프지 않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갖는 것, 이것은 특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학 역시 대학에 필요한 노동을 풍부한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늘 부딪히는 질문을 마주합니다. 예산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지요. 저는 오히려 고등교육에 대한 예산 확충을 대학 구성원이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장학금을 제외하고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부문 투자 규모는 GDP 대비 0.4% 수준으로, OECD 주요국 평균인 1.1%의 절반도 채 못됩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양질의 교육환경과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것, 이른바 대학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의 필요에 입각한 실천으로부터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면 더욱 설득력이 있겠지요. 앞서 얘기했듯이 학생들의 본질적 문제인 수업권의 보장은 양질의 일자리 보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특히 학문공동체 구성원에게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규직 강의 교수 등의 채용 확대를 통한 강의의 소규모 분할 및 수업 개설 부족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하며, 이것이 학문공동체 내 연구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과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범대의 경우에는 양질의 초중등교육을 위한 교사:학생 비율 축소와 교사 채용 확대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도 있겠지요.

 이외에도 여러 요구가 양질의 일자리 보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우선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한, 학교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자리 얘기를 함께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은 모든 구성원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고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의 사회적 필요가 더 잘 충족될 수 있는 세상일 테니까 말입니다.

자유토론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지난 11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당시 직장 내 갑질 가해자인 전 안전관리팀장이 기숙사 징계위원회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인권침해 가해자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기숙사 당국은 노동자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주말 업무를 용역업체에 외주화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으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휴일근무수당을 삭감시켜 생계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직접고용으로 건물 외곽 청소를 전담하는 인원을 충원해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생협 경영 개선안과 직영화 중 어떤 대책을 더 주요하게 고민하고 있나요?


 생협은 조합원의 민주적 구성과 결의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생협은 대학본부의 개입 속에서 민주적 운영권과 노동자들의 지속 가능한 노동권을 무시해 왔습니다.

 생협의 별도 법인화는 노동자 고용의 이중 구조를 고착화하며 생협 노동자의 인권을 악화시켰습니다. 오세정 총장은 인권이 비용의 문제라고 이야기했지만, 생협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별도법인 구조 속에서 인권을 위한 비용이 낭비되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경영진의 경영 개선은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별도법인 구조를 극복하는 직영화가 꼭 필요합니다.

자체직원의 임금은 어느 예산 항목에서 주어지나요?


 자체직원의 임금은 서울대 본부가 대학 운영을 위해 편성해놓은 ‘사업비’에서 지출됩니다. 전임 교원과 법인직원의 임금은 별개의 ‘인건비’ 항목으로 편성되지만, 자체직원의 경우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의 일부를 임금으로 지급받게 되는 것입니다.

 자체직원은 ‘직원 코드 Z’와 같은 일상적 차별에서부터 임금 지급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국정가사에서도 이와 관련해 많은 이슈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인건비와 달리 사업비는 학교 예산 상황에 따른 삭감이 쉽기에, 자체직원이 임금은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