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서광석 열사의 죽음, 정부와 CU 원청이 책임져라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진짜 사장’에게 교섭 의무를
1.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CU편의점 ‘진짜 사장’ BGF리테일
2026년 4월 20일 오전 11시 45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서광석 조합원이 CU 사측과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서광석 조합원은 CU편의점 배송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CU진주물류센터에 투입된 대체인력 운송차량의 출차를 저지하던 도중 차에 깔리고 말았다. 경찰은 물류센터 앞에서 연좌 농성하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밀어냈고, 농성 중인 조합원이 남아있는 가운데 차량을 출차시켜 끝까지 차량을 가로막던 서광석 조합원을 비롯한 3명의 조합원이 차에 치이게 만들었다.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된 서광석 조합원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CU편의점 배송화물노동자들은 CU의 ‘진짜 사장’인 주식회사 BGF리테일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4월 5일부터 파업을 이어왔다. 화물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수행해야 하며, 아파서 하루라도 쉰다면 대체인력과 차량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CU와 같은 특정한 업체에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기에 발생한 일이다. CU는 그러면서도 다른 편의점 화물노동자들은 부담하지 않는 분류와 진열 작업까지도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다. 휴무일과 운송료 등 핵심적인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과의 교섭이 필수적이다. 화물연대는 개정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BGF리테일에 7차례나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으며, 고인이 사망한 이후 4월 22일이 되어서야 뒤늦게 교섭을 수용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원청의 행태 또한 정당한 쟁의에 대하여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려 한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2. 폭력 진압 경찰, 왜곡 보도 언론, 책임 회피 정부
고인의 사망 이후 일간지와 지상파 방송국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하나같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보도를 연이어 내놓았다. 본문을 읽지 않은 사람은 화물연대 차량에 치어 사람이 죽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 헤드라인을 뽑거나, 파업의 원인이 사측의 교섭해태에 있음에도 노동조합의 이기심 때문에 편의점 점주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쓰는 식이다. 노란봉투법 제정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노란봉투법 ‘갈등’이 ‘사망자 발생’을 야기했다는 식의 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지난 2023년 노동절을 앞두고도 주요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에 동조해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던 바 있다. 그렇게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후에도 성찰과 반성이 없는가?
경찰 측은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집회 등지에 경찰 기동대가 투입될 때 ‘진압’이 아닌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그 많은 기동대 인원이 배치된 현장에서 사람이 치일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채 대체인력 차량을 출차시켰다는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조를 진압하는 데 혈안이 되어 ‘안전’은 뒷전에 두었기에 한 노동자가 귀중한 생명을 빼앗긴 것이다. 국가 책임의 국가폭력임이 명백하다. 경찰을 지휘하는 정부의 책임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노동운동 열심히 하시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을 권유하면서 공권력을 통해 파업 중인 노동자의 죽음을 조장하는 이중적인 정부의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더욱 충격적이게도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현장을 다녀간 뒤 노동부는 화물연대가 노조가 아닌 ‘자영업자 단체’이므로 노란봉투법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는 기조의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화물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 불안정노동자들은 법적 사각지대와 배제 속에서도 안전하고 존엄한 노동 조건을 위해 사업주 및 정부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고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왔다. 윤석열 정부가 일터의 비상계엄과 같은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을 강제 종료시키며 막으려 했지만 올해부터 재시행되는 ‘안전운임제’를 생각해보자. 안전운임제야말로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사회적으로 교섭을 요구하며 만들어낸 대표적인 제도적 결과다. 안전운임제 쟁취 투쟁을 통해 과속과 과적, 장시간 졸음운전을 조장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었고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증진될 수 있었다. 화물노동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 불안정노동자들의 거듭된 요구를 통해 여러 정부에 걸쳐 수용된 정책적, 제도적 성과의 누적을, 그렇게 법적 배제 속에서도 곳곳에서 실질적으로 인정되어 온 ‘노동자성’을, 노동운동 출신이라는 노동부장관이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3. 대체인력 투입, 파업 노동자들은 왜 분노하는가
원청과 경찰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쟁의에 나설 때마다 노조법상 사각지대에 놓인 점을 이용하여 대체인력 투입을 통해 파업을 무력화하려 시도해 왔다. 노조법상 대체인력 투입은 기존 사내 직원으로만 가능하지만, 특수고용을 ‘근로자’로 분류하지 않는 법적 배제를 이용해 눈치 보지 않고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근로자’ 미분류를 이용해 파업 중 대체인력에게 일감을 이전하고 파업 노동자들의 일터 복귀가 어려워지도록 하며 파업을 파괴해왔다.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 노동조합원들이 분노하며 피케팅 투쟁에 나서는 데에는 이러한 구조적 이유가 있다. 노동운동 출신의 노동부장관을 자임한다면 마땅히 그동안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투쟁과 교섭으로 만들어 온 성과를 인정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는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업 무력화 목적의 대체인력 투입은 사측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노동자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그 뒤에 사측이 숨는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적이기도 하다. 우리 서울대 구성원들은 지난 2019년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의 학생식당 및 카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을 때, 대학본부 보직교수가 책임지는 생협 사측이 대체인력 투입을 지시하였던 일을 기억한다. 파업 무력화 시도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식당과 카페를 항의 방문하여 피케팅을 이어나가자 일각에서는 “자유로운 근로의사를 침해하는 행태”라며 “위법한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서울대 부총장 겸 생협 이사장에게 주문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CU 자본 BGF리테일에게서 2019년 서울대생협과 서울대법인의 모습을 본다. 자본과의 압도적 권력 차이 앞에 단결해 행사하는 단체행동의 권리는 노동권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이를 무력화하려는 대체인력 투입은 그 형태를 막론하고 노동권을 침식한다.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정당한 항의를 “위법”이라고 몰고 이에 대해 공권력이 “단호한 대응”을 한 결과를, 2026년 세계노동절을 앞둔 오늘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4. 열사의 염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고인이 된 서광석 열사는 광주 5.18 민중항쟁을 청소년기에 경험한 후 박근혜 퇴진과 윤석열 퇴진 투쟁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여 온 존엄한 노동자이자 민주사회의 시민이었다. 지난해 2025년 3월, 서광석 열사는 “광장의 시민들”에게 손글씨 대자보로 “화물노동자는 오래전부터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 권리도 없는 헌법 사각지대에서 살아왔”음을 호소하였다. 우리 모두 서광석 열사의 호소에, 그리고 그동안 자본과 국가의 폭력 앞에 화물노동자 노동기본권을 외치다 쓰러진 최복남 열사, 김동윤 열사, 박종태 열사의 외침에 뒤늦게라도 답해야 할 때다. 안전운임제를 상설화하고, 노란봉투법을 실질화하고, 모든 유형의 파업 무력화 목적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여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들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정당히 누리는, 서광석 열사가 꿈꾼 “헌법정신 이어받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생각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