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3주기 학내 추모행동 공동주관 및 연대발언


 사회적 참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일터와 삶터 안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그러나 그 무게는 모두 너무나 무거운 참사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리셀 참사에서처럼 생명의 보호에서 배제되었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날한시에 목숨을 잃기도, SPC그룹 빵공장들에서와 같이 조금만 안전 설비가 준비되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중대산업재해가 연쇄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발적 선택으로 포장되어 강요된 과로로, 유해물질과 건강 유해요인에 대한 알 권리의 부족으로, 천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일상 속 죽음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내재한 구조적 위험들이 터져 나와 발생한 막을 수 있었을 죽음들에 대해 우리는 애도라는 과제를 계속해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떠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에 대해, 애도한다는 것은 슬픔을 온전히 표현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이전의 일상’ 속에 재난의 위험과 대처를 불가능하게 한 구조적 폭력이 고스란히 내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재난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하였던 시민들 안에 상실로 인한 외상이 계속 각인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언제나 슬픔을 어둡게 간직하며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국가와 권력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어두운 침묵의 방식으로만 추모할 것을 강요하며 실은 우리가 모이고 이야기하고 함께 애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때, 그러한 권력의 작동과 이에 대한 피로감 속에 피해자와 생존자에 대한 혐오와 매도가 자라날 때, 이태원 참사를 다른 방식으로 추모하려는 움직임들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죽음과 삶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며 거리를 메우고 때로는 오체투지로 기어 나아가는 몸짓들, 재난에 대한 우리의 서사를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몸짓들, 그리고 때로는 노래와 춤으로 그리고 랜턴과 축제로 참사에 대한 기억을 나누고 고통과 함께 살아나가려는 몸짓들을.

 우리가 2021년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한 청소노동자분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 유족과 노동조합 그리고 동료 시설노동자들과 함께했던 일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직장 동료이기도 했던 유족이 아픔을 견디기 위해 져야 했던 짐을 함께 지는 것, 떠나간 이의 삶과 기억이 이미 우리의 일부이기에 메시지를 쓰고 모으고 또 기록하는 것, 고인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대학본부의 서사와 유족 및 노조를 비난하는 보직교수들의 2차 가해성 발언에 맞서 노동조건에 대한 구조적 책임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서사를 엮어가는 일, 그리고 일터이자 삶터로 계속 남아있을 이곳에서 어둡지만은 않은, 애도의 형식을 초월하는 애도를 하는 일. 아픈 공간이었던 관악사에서, 노동자의 건강권과 여가권을 위해, 그리고 학생과 노동자의 평등한 공동체 시민성을 위해 함께 스포츠를 배우는 ‘호호체육관’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애도라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 애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그리고 이전의 사회적 참사들을 함께 애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목소리를 모아가며, 우리는 구조적인 책임을 규정하고 구성하고 묻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중요한 만큼, 그것이 때로는 책임의 선을 말단에 끊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때로는 최고 권력자의 인적 교체만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란 환상으로,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구조적 과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재난을 ‘국가의 위기’로 규정하고 ‘치안’을 명분으로 자행되는, 심지어는 재난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해 자행되는 국가폭력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요구하는 ‘안전사회’는 단순히 국가권력에 행정적 권력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안전’인지 국가가 설정한 위계관계를, 이를테면 시위에 대한 통제가 ‘안전’인지 다중밀집 상황에 대한 대처가 ‘안전’에 대해 설정된 위계관계를 우리의 힘으로 변형해내고 그 책임을 우리가 구성해내어 관철하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2021년 서울대 사망 사건의 유족분이 보낸 문자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유족분은 고인의 죽음이 어떠한 불행한 일탈적 원인에 기인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자 산업재해 신청을, 그리고 비민주적 인사관리와 부적절한 사후대처에 대한 구조적 책임을 구성하고 귀속시키고자 대학본부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승리’라는 말로 그 마음과 맥락을 담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승리하셨습니다. 그 후 해병예비역연대의 일원으로서 채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노력해오던 유족분이 광장에 나서며 보낸 문자를 보며, 죽음에서도 삶에서도 연결된 우리가 상실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서로를, 다른 부당한 죽음과 연결된 유족들을, 그리고 우리를 비롯한 시민들을 거리와 광장에서 만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처와 함께 살아내는 과정에서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살아나가는, 그리고 돌아가지 않고 살아나가는 삶을 발견하고 만들어내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