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투쟁 연대방문

5월 18일(수)부터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교원분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종강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도 2019년에 한국어 및 외국어교원분들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투쟁을 진행하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여러 처우 개선을 이루어냈는데요! 동종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대학 노동자분들과 연대하기 위해 당일 오전에는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한국어교원 조합원들이, 오후에는 비서공 학생들이 연세대학교에서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비서공에서는 백양관에서 진행된 행사에 연대를 전하고, 연세대 한국어교원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 교원 노동자들은 강의 외에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시험 출제와 채점, 강의자료 준비, 과제 점검 등의 노동시간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하고 계신데요! 강의 외의 노동에 대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하루종일 대학의 업무에 매여 있으면서도 심각한 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대 언교원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강의 외 노동시간을 인정하고 있으나, 연세대는 이마저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항의 앞에서 학생들의 평가 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꼼수로 대응했습니다. 시험의 일방적 변경 등으로 한국어를 배우던 유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교육에 대해 책임져야 할 대학의 역할을 져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유학생들이 교원들의 파업에 연대하며 수업에서 선생님들께 배운 한국어로 응원의 메세지를 남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노조 연세대어학당지부의 이번 투쟁이 잘 마무리되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울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대하겠습니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은 어떤 곳인가요?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은 우리나라 한국어 교육 기관 중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한국어학당을 목표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지요.
한국어학당 교원 분들이 현재 학교에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주된 요구 사항은 시급 인상과 강의 외 노동에 대한 인정입니다. 먼저 시급과 관련해서는, 연세대 한국어학당 경력 강사의 시급이 다른 학교의 신입 강사 시급보다 낮은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학교는 시수가 많으므로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시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의미잖아요? 시수 배정의 기준도 의문이고요.
둘째는 강의 외 노동 문제입니다. 수업이 끝나면 숙제 검사, 시험 출제, 코멘트, 채점 등 강의 외 노동을 하는데, 이런 시간들은 모두 계약서에 휴게시간으로 명시되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도요.
현재 급여 수준은 어느정도인가요?
시니어 강사의 최고 시급이 36,200원 수준입니다.
얼핏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평균임금은 100만원대 후반으로 낮습니다.
신임 강사는 수습기간이라 해서 수업을 주 10시간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시급 외 급여는 어떠한가요?
시급과 연차수당 이외에 복지비나 급식비 등은 전혀 받는 것이 없습니다. 또 방학이 네 번 있는데 무급이라 12달 중 두 달은 수입이 없습니다. 이외에 교재 편찬 등의 프로젝트가 있지만 한 달에 20만원 정도로 박봉이라 사실상 자원하는 강사는 없고 차출 형식이 되었습니다.
학교 측의 대응은 어떠한가요?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짜 사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원장은 2년마다 교체되고, 행정실에 물으면 본교에서 안된다고 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룹니다. 우리의 요구가 본교에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아요.
기말 시험에서 강의 외 노동을 거부하기로, 공짜 노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랬더니 학교는 강사와 협상해 시험 방식을 바꾸는 절차를 밟지 않고, 전임 교원들과 행정팀이 시험을 진행하게 했습니다. 말하기 시험은 아예 사라졌고 자동번역을 이용하는 등 시험문제가 엉터리로 출제되었습니다. 학생과 강사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활동을 하면서 새로 느끼게 된 것이 있으신가요?
한국어 선생님으로서의 사명 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교의 대응을 보면서 ‘학교가 외국어 학습자들을 수입원으로밖에 보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어요. 다른 학교 한국어 강사 선생님들께 강사계를 바꿔보자는 응원을 많이 받고 있어서, 선두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