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이상해!: 비서공 새학기 오픈세미나

1. 서울대, 뭐가 문제?
: 뭔가 이상한 서울대의 모습, 함께 살펴보자!


문제 1. 누군가 일하다 퇴근하지 못하는 대학


2019년 8월. 공과대학 302동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첫번째는 "뭔가 이상한 서울대" 함께 살펴보자 그런 취지입니다. 서울대가 문제가 아주 많죠. 뉴스로 알려진 것도 많고, 학교를 오래 다닌 분들은 봐서 아실 것도 있는데, 특히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본격적인 공론화의 계기가 되었죠. 아주 심각한 사건이었는데요. 2019년에, 여기하고 가까운, 아니 가깝지는 않죠. 같은 공대 소속인 302동에서 사망사건이 발생을 했는데, 사진만 봐서는 얼마나 좁은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직접 가 보니 정말 너무 열악한 곳이었고요. 일단 지하이고, 지하 중에서도 계단 아래 삼각형 공간을 활용한 곳이기 때문에 천장도 비뚤고 공간 자체가 확보가 안 된 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 공간이기 때문에 누군가 휴식하거나 할 때 계단 오르내리면 소음이 들리고, 냉난방 잘 안되고, 선풍기 다 썩은거 하나 달려 있고. 특히 냄새가 아주 충격적이었는데, 바로 옆이 청소기름 보관고라서 코를 찌르는. 아주 문제적인 공간이었고, 거기서 폭염 속에 노동자가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많은 노력이 있었고, 2020년 되면 늦었지만 개선사업이 진행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부 개선이 있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류상으로만 개선된 그런 게 많아요. 서류에는 1층이지만 가보면 사실상 지하인. 그래서 저희 단위에서 작년에 건축 연구하시는 분과 함께 학내의 휴게공간을 다 돌았던 적이 있는데. 명목상으로는 개선되었지만 안그런 데가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데가 중앙도서관. 중앙도서관 + 관정도서관 청소하는 분들 모두가 한곳에서 휴식을 하는데, 휴게실이 1층에 있거든요. 우리가 책 빌리러 가는 데는 2층이고. 그래서 휴게실은 사실상 지하라서 환기 안되고 습기 차고. 여름에는 온돌 틀어야 습기가 잡히는. 그리고 관정관은 중도 1층하고 멀잖아요. 그래서 오가기 힘들고. 명목상 휴게공간이 존재한다고 서류에는 쓰여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탕비실이나 화장실에서 쉬셔야 했던. 그런 부분이 개선되지 못했다. 샤워실도 많이 미비한데,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직군에서 샤워시설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없거나 이상하거나 문제 있는 데 많았다. 미대 쪽은 샤워시설이 없어서 장애인 화장실을 샤워시설로 사용하던. 노동자와 장애인 모두 공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중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휴게공간이라는 게 단순히 쉬는 데가 아니고, 여러가지 활동을 하십니다. 식당이 머니까 거기서 식사를 하시기도 하고. 환복도 거기서 하셔야 하고. 설거지도 하고 등등, 눈만 붙이는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 하나에서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게 옳으냐 그것도 질문을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이 필요하지 않느냐. 거기서 사용되는 집기들도 낡거나 밖에서 주워오거나 해서 구비되고 있다. 대학본부에서 책임지고 해주는 게 없다는 느낌이다. 누가 죽지 않으면서 일하기 위한 휴게라는 것이 필요하고, 또 그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공간인지 고려가 필요하고. 리모델링이라던지 할때 처음부터 휴게공간을 고려해야 할 필요. 원래 설계해 놓고 남는 공간에 휴게공간을 주고 그랬어요. 이미 있는 건물에서는 대체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공사를 해야 하고. 신축은 처음부터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배를 해야 한다. 저번에 함께 휴게공간 돌았던 건축 대학원생 분은 연구자이자 동시에 실무자로서 고민할 게 많다고 말씀하셨고, 이것은 또한 비가시화되는 약자로서의 노동자들을 우리가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하고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2021년 6월. 관악사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다음 사건 경우에는 익숙할 수도 있어요. 더 최근이기도 하고. 재작년 2021년에 사망사건이 또 발생을 했었죠. 기숙사 관악사에서. 92N동 구관들은 낙후되어 있다고 악명이 높죠. 사람은 많이 살고 설비는 안 좋고. 여기서 사망사건이 또 발생을 하면서 많은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시에 열악한 노동조건들이 이슈화되었는데, 아쉬웠던 것이 당시에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 엽기적인 갑질들 위주였었죠. 자극적으로 보도가 많이 되었었고. 저는 그것이 공론화 과정에서 필요했을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만 지나치게 주목을 받으면 본질적 구조적 원인이 가려지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희는 강압적인 인사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누가 있는가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가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청소노동자로서의 노동강도라는 것이 심각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얼마나 많은 배달쓰레기가 늘어났는지, 2-3배 늘었다고 보도가 있었죠. 쓰레기가 굉장히 늘어난데다가, 쓰레기봉투라는 것도 규격이 인간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규격의 무게가 아니었던 거죠. 게다가 92n동들은 엘리베이터도 없고. 근데 노동강도라는 거는 노동인원하고 직결되잖아요. 인력충원이 안되는 게 치명적이었다고 봅니다. 당시 925동 거주자 196명인데 거기를 맡은 청소노동자는 한분이셨다. 그리고 그게 건물 내부 뿐만이 아니라 잔디와 낙엽, 배수로 포함해서 외부까지 포괄하는 노동을 해야 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92n동은 샤워실들도 문제가 많은데 구술조사를 해보면 곰팡이가 짜증이 나고 노동강도의 중요 원인이었다고 해요. 이처럼 높은 노동강도 상황에서 인력충원 없는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강압적인 인사관리는 그 팀장 개인의 일탈일 수가 없어요. 학생처장이 피해자 코스프레 운운하고, 기숙사 부관장이 사생들에게 카톡을 돌리고, 갑질 당사자 위에 법인직원들 있었을 거고 그 위에 처장 부관장 같은 보직교수들 있었을 텐데. 물론 물증은 없고 구조로부터 알 수 있는 심증이지만. 학교는 꼬리자르기로 일관했고. 이런 문제에서 진정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그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작년 국정감사 때도, 문제가 된 팀장도 법인직원이 아니고 자체직원이었어요. 청소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갑질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이지만 본부에 대해서는 종속된 약자인 입장이었다. 사건이 발생하니까 이 사람 혼자 잘못된 거고 위에서는 잘못이 없다 이런 게 일관성 있는 것이냐에 대한 질의가 국감에서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학교의 책임을 어떻게 밝힐 것이냐에 대해서 유족분들이 아직도 재판을 하고 계세요.

문제 2. 밥 제대로 먹기 힘든 대학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최근 들어서는 학식 사정이 좋아지긴 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작년 재작년에 문제가 많았는데. 학식 식당이 닫거나 식대가 올라가거나 문제가 많았죠. 결국 이게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물음으로 연결되는 것인데요.

 단체급식식당, 느티나무 카페 등등 많은 곳을 생협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학생 생활에 밀접한데, 생협이 뭐냐 말하기 힘든 게 있죠. 생협의 정관을 봅시다. 생협의 목적은 조합원의 복리후생, 그리고 대학구성원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요. 근데 이게 모순이죠. 원래 협동조합이라는 거는 조합원의 복리후생만 책임져야 하는 거에요. 정관부터 모순이다. 생협 조합원인 분들 있으십니까? 계시죠. 카페에서 할인 쪼끔 해주죠. 근데 조합원 아니라고 천원학식 안주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생협의 용역 대부분은 비조합원에게까지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 생협이라는 거는, 이게 원래 대학의 후생과에서 대학 직원들이 제공하던 거에요. 근데 2000년대 들어서 이게 생협이라는 별도의 법인이 되어 버렸는데. 이게 본부에서 생협은 우리와 별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버리는 거죠. 생협 노동자들은 결국 서울대 직원이 아니고 생협 직원이 되는데, 식당, 여기가 가장 많고, 편의점, 문방구, 기념품점 등등 있습니다.

생협에 무슨 일이?!


 서울대가 관악으로 옮겨온 게 1970년대인데, 그때부터 2019년 파업 있을 때까지 30년간 파업이 없었어요. 그때는 아직 코로나 전이라서 파업의 규모도 컸었죠. 조합원들이 장터도 하시고 전 부쳐 파시고 했는데. 근데 개선이 없었기 때문에 2021년에 파업을 또 해요. 결국 처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임금체계라는 게 문제가 컸습니다. 다른 직종들에 비해서 저임금이 고착화되는 구조였고. 근속연수 올라가면 생활임금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문제제기가 있고. 또 문제는 처우의 문제가 있죠. 다른 직종은 식대로서 제공을 하는데 생협에서는 그런 걸 안 한 겁니다. 생협 노동자들은 학식으로서 식사를 해라고 하는데 메인메뉴는 못 먹게 하고. 이게 단순 임금 처우의 문제를 넘어서 학교에서 이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존엄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분노가 컸습니다.

 그리고 생협이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난항인 것은 별도법인이기 때문에 대학본부와 직접 교섭을 할 수가 없어요. 서울대 생협 이사장은 당연직으로 서울대 부총장이고 부이사장은 서울대 학생처장이 한다고 정관에 되어 있어요. 그래놓고 별도법인이래. 결국 사실상 대학의 한 부서로서 운영되고 있는 것인데 별도법인이라고 핑계 대서 재정지원을 안 하게 되는. 생협은 흑자가 나기가 어렵습니다. 흑자는 다 기념품이나 그런데서 오는 거지, 단체급식에서는 흑자가 날 수 없어요. 학교 밖에서도 그렇지만, 단체급식이라는 사업 자체가 비싸게 팔지 않으면 원가도 건질 수가 없어요. 그동안은 단체급식 적자를 기념품 사업에서 메꿔줬던 건데, 코로나 시기가 되니까 그게 망하고.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생협사무처의 방만한 경영 문제도 있는 거지만, 후생복지라는 것은 수익성만 따질 수 없는 것인데, 대학이 여기에 책임을 지지 않은 태도가 근본적으로 생협의 재정난을 악화시켰습니다.

 또 서울대 생협 같은 경우에 2021년 파업 때 이슈되었던 것 중 하나가 안전 문제였습니다. 한국노동연구소에서 직접 와서 식당들 다 점검 하고 내부에 어떤 문제 있는지 보고서를 썼는데, 보시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얘기 많습니다. 당시에 생협노동자들이 소속된 대학노조 서울대분회에서 계속 이러다 과로라던지 안전사고 발생할 수 있다고 얘기했었는데요. 특히 중량물 같은 거. 너무 무겁다. 또 내부 현대화가 안 되었다던가. 미끄럽다던가. 카트 끌기 어렵다던가. 이런 것들이 결국 노동자들의 신체를 고려하지 않은 오래 전의 낙후된 설계였던 거죠. 그래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임금 문제만 있는 게 아니었고 시설 현대화, 노동안전도 큰 문제였다. 요즘은 조리흄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죠. 초중고교 급식실에서 폐암 환자들이 많이 나오는. 결국 단체급식사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중량물로 인한 근골격질환, 조리흄의 폐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2019년에 스테로이드 주사, 시쳇말로 뼈주사를 맞아가면서 일한다고. 임금이 대부분 병원비로 나가게 되고.

 사실 19년과 21년 파업 모두 노동자들이 일정하게 성과를 얻어내긴 했는데 그래서 생협이 좋아졌느냐, 아주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이 2021년 파업 때 “생협 이대로는 다 죽는다”라고 관에 쓰고 행진했던. 코로나 시기에는 수요가 적다는 핑계로 계약직 직원들 다 짜르고 인력 감축해 버렸어요. 코로나 이전에 국감에서는 인력감축 없을 예정이라고 해놓고.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절반 이상 줄었어요. 작년 재작년에 학식 식대 인상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것도 재정난 문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구조적으로 뭐가 진짜 원인인가. 법인 분리가 본질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생협이 말만 협동조합이지 조합원 민주주의 같은 게 되는 조직이 아니거든요. 대학의 사실상 한 부서로서 대학 정책에 종속되어 있고, 그런데 대학이 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없고. 예전에 흑자가 날 때는 그 흑자 다 대학 발전기금으로 가져갔어요. 그래서 원래부터 흑자가 날 수가 없다. 심지어 생협은 대학본부에 임대료를 내왔다. 결국 대학에서 필수적인 후생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인데 대학에서는 남 취급 하고 있다. 이게 말뿐인 협동조합 형태로 과연 지속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생협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도 구체적인 답은 없습니다. 다양한 노력이 강구되어야 하는 거는 맞는데, 대학에서 저가로 판매하면서 원가를 보장해주지 않는 태도가 게속되면 생협으로서 어떻게 할 수 있는 타개책은 없다. 지금 인력이 없어서 식당들이 닫고 있는데. 노동강도는 빡세고 임금은 낮으니 일하러 오려는 사람이 없다. 예전 파업들에서 투쟁을 주도하셨던 분들은 대부분이 이직하셔서 지금 학교에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많이 충당되고 있는데 이것도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량한 노동에 투입되는 구조의 일부죠.

 학생복지 측면에서, 식사와 같이 기본권이지만 적자가 나기 쉬운 부문은 대학에서 직영화를 해야 하지 않느냐. 대학노조에서도 그거를 이제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하셨을 때 그 대상은 엄밀히 말하자면 학교가 아니고 생협사무처였지만, 파업 당시에 대학본부와도 당연히 소통하고 요구를 하게 되는데, 특히 직영화나 재정지원은 학교에 대고 요구한 거였고. 학교가 그거를 안해주면 안된다는 인식이 노조에 있었기 때문에. 생협사무처의 방만에 대해서 투쟁을 하면서 동시에 그거를 가능하게 하는 학교에 대해서도 문제시가 있었습니다.

 이거는 파업과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천식은 천식이지만 나머지 메뉴들은 너무 비싼 거에요. 중저가 메뉴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노조에서 요구를 했던 게, 당장 직영화는 못해도 임금 좀 높여라. 안전 개선해라. 학생들 위해서 중저가 식단 늘려라. 중저가 식단에 대해서 본부가 기금 내라. 근데 이게 압박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대학이 책임을 지게까지는 못했습니다.

문제 3. 직원이 같은 직원이 아닌 대학


 직원증 색깔이 다르죠. 예전에 실제로 그랬습니다. 직원 코드도 다르고.

 자체직원이라는게 말하기 어려운데요. 이게 대체 뭐냐. 서울대가 2012년에 법인화가 되었잖아요. 그래서 이제 국립대가 아니고 국립대학법인인데. 국립대 시절에는 직원들이 공무원이었는데, 법인화를 하고 나서는 국립대학법인에 직고용된 "법인직원"만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고요. 법인직원 말고 나머지는 다 자체직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협이나 청소경비 시설직도 다 자체직원인데, 좁은 의미로 자체직원이라고 하면 행정사무직 가운데 비법인직원을 자체직원이라고 해요.

 특히 2021년 사건 때 문제가 되었던 게, 갑질 가해자라고 지목된 팀장이 법인직이 아니고 기숙사 관장에게 발령된 자체직원이었던 거죠. 또 많은 경우에, 여러 단과대의 청소 시설 노동자들은 나중에 총장발령으로 되기로 했어요. 근데 기숙사 청소노동은 기숙사 관장 발령으로 되어서. 그래서 기숙사에서 인력충원 해야 한다고 하면, 본부에서는 우리가 고용한 사람 아니라고 하고, 기숙사에서는 우리 사람이긴 한데 우리는 예산 없어서 못해준다고 하고. 거의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원하청 간접노동 관계인 것인데. 서울대는 직고용화 했다고 자평해놓고 이런게 만연해 있다.

 저희 비서공 단체가 결성되었던 2018년에, 서울대 법인이 전향적으로 정규직화를 한다고, 정부 정책을 앞서간다고 막 언론에서 그랬는데, 그게 실체를 보면 자체직원은 중규직으로 어중간하게 되었다. 자체직원이 문제가 뭐냐, 단과대 등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뽑고 자체적으로 자른다. 그래서 본부에서 이 사람들 숫자조차 파악도 다 못하고 있다. 공시자료에 숫자는 있는데 그거 순 엉터리고 누락된 게 많다. 이 분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파업이 안 되고. 다른 기관들과 교류가 없는 고립된 일부 기관들에서는 노동조합 임단협도 제대로 적용이 안 되고 그래요.

 혹자는 이게 서울대 특이라고도 하는데, 학교가 워낙에 크고 넓다 보니까 단과대들이 자율적으로 된 거 아니냐고. 근데 학문적으로 자유롭게 한다는 거하고, 대학본부에서 노동자 인원수와 처우를 파악도 못하는 거하고는 다른 거지. 그래서 자체직원들은 흔히 유령직원이라고 불린다.

 또 문제는, 차별을 정당화할 때 나오는 말이, 서로 하는 일이 다르면 차등이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 대학본부가 국감에서 맨날 하는 애기가 그거에요. 자체직원은 필요할 때만 자체 발령하는 거다라고. 물론 일부 그런 임시직들이 있기는 해요. 근데 절대다수 자체직원은 무기계약직이고, 행정실에서 법인직원과 하는 일이 다르지 않아요. 법인직원이 자체직원에게 일 다 떠넘기고 그런 문제가 생기고. 동일노동이 아니고 동일노동 이상의 노동을 하게 된다. 처우 보장 안 되고 있고. 직원 코드도 차별하고. 직원 코드에서부터 Z로 하고 있어요. 다른 직군은 ABC인데. 학교에서 핑계대기로는 Zache 직원의 Z라고…….

 이 문제는 참 심각한게 파편화되어 있다 보니 뭉치기가 힘들어요. 2018년에 비학생조교 파업이 있기도 했었고, 언어교육원 한국어강사들이 파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기관별 쟁의는 있지만 서울대가 워낙 넓고 파편화되어 있어서 하나의 목소리가 모이기 힘들다.

문제 4. 원하는 공부하기 어려운 대학


 조금 전에 자체직원 얘기 하면서 그게 행정사무가 학생들하고도 밀접하다고 했는데, 학생들은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관계를 맺고 있죠. 학생이 학교에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게 교육권인 거고. 그런데 우리가 수강신청 할 때라던지. 굉장히 어렵잖아요. 원하는 수업 안 열리기도 하고. 너무 대형수업이라 강사와 상호작용은커녕 필기하기도 힘들고. 그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게 노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결국 수업권이라는 거는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 하고 졸업하고 하는 권리인데, 강사들이 충원이 잘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강의동 강의가 남발이 되고. 비정규강사들은 연구실도 없잖아요. 여러 학교를 출강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수업이 좋았는데 그 강의자를 찾아가서 소통하고 그런거 안 되잖아요. 채점이라던지 할 공간도 없고. 그분들한테 임금은 수업료만 주니까 채점노동은 무급노동이 되는 거고.

 또 학생들 당사자들도 근로장학을 많이 하잖아요? 근장은 좋은 데도 많죠. 과사처럼 널널한 데들 있고. 근데 굉장히 어려운 근장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런 데들은 근로계약을 하지 않아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있습니다. 서울대는 근장을 후하게 주는 편이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근장이 사실상 행정노동이나 연구실노동이 되는데 주휴도 안주고 산재 발생시 무방비고 문제가 많아요.

 앞으로 대학원 가실 분들도 있을텐데, 원생으로서 하는 노동들. 연구실 내에서 권력을 가진 교수님들의 선의에만 맡겨져 있죠. 일정하게 법적으로 보장되는 고용관계 속으로 포섭을 해야 대학원생의 권리라는 게 제도적으로 보장이 될 수 있을 것인데, 현재로서 대학원생의 노동자성 인정은 한국에서는 먼 일이다. 서울대에서 최근에 대학원생노조 분회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또 원생의 노동자성이 학부생과도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학부생 중에 나는 공부 계속 하고 싶은데, 원생 처우 강사 처우가 너무 나빠서 못해먹겠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노동으로 진출할 권리가 제한되는 상황.

2.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2017-18년도 사이에 서울대에서 정규직화를 한다고 했고, 그당시에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큰 흐름이었기 때문에 서울대가 전향적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게 기만적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차원에서 우리 비서공 단위가 처음 생겼습니다. 당시부터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정규직화라는 것이 단순한 고용보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비정규직이 크게 계약직으로서의 비정규직, 특수고용 비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이렇게 세 범주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서울대에서 전환된 거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거였습니다. 무기직이라는 것이 진짜 과연 "정규직"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계약은 무기라 하더라도 같은 일을 하면서 처우에 차별이 있다면 그게 진짜 정규직이냐 문제제기 할 수밖에 없고. 또 당시에 무기직 전환이 일관전환이 아니고 심사전환이었기 때문에 정규직화 핑계로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가 그래도 사립대, 최근에 문제되는 덕성여대 같은 사립대들에 비하면 나은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적어도 갑자기 잘릴 염려는 없으니까.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평등한 구성원이 되는 학교로 나아가야지 안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서공은 18년에 당시에 비학생조교라던가 언어교육원하고 연대했었고, 19년에는 사망사건, 생협 파업 있고 해서 생협직영화 관련 요구를 했고, 그 뒤로 작년까지 휴게공간 위주로 주로 천착을 해 왔죠.

 활동들의 방식은 다양했던 거 같아요. 가장 기초적인 건 노동조합과 연락하면서 파업에 연대하고. 근데 그거뿐만은 아닙니다. 노동자가 약자인 것에 기반하는 시혜, 착한 학생의 방문 같은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학생과 노동자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동등한 구성원이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가지 담론들이 있었는데, 2010년대에는 대학 기업화를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학이 기업화되면서 학생과 노동자의 권리를 모두 침해한다는……. 물론 현재적으로는 설득력에 의문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작년의 영화상영회나 그런 사업들도 그런 문제의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 근데, 나랑 무슨 상관?
: 이런 문제들이 학생과 무슨 상관인가요?


#연결된 #당사자 #꿈꾸는


1. 연결된

  • 대학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대학노동자와 연결된 학생
  • 권리 및 이해관계를 대학노동자와 공유하는 학생

2. 당사자

  • 학내외 아르바이트 노동자, 대학원생 등 노동자 당사자성을 지니는 주체로서의 학생
  • 향후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는 청년

3. 꿈꾸는

  •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학생

 그래서 학생들이 무슨 상관인가? 첫째로 "연결되어 있다". 이거는 앞서서 많이 말했고. 둘째는 "당사자". 아르바이트 하기도 하고 근장이나 대학원생. 그리고 두번째를 더 주목하고 싶은데. 노동시장 이슈라는 게 졸업 이후 우리의 직업시장과도 직결되는 것이 아니냐. 육체노동이 아닌 행정일자리나 학문일자리로 간다고 해도. 예컨대 덕성여대에서 요새 청소노동보다 대학원생이 힘들다 그러고 있는데, 같이 싸우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셋째로 "꿈꾸는" 이거도 중요한데. 코로나 전후로 학생사회가 많이 형해화되어 버렸는데. 학교가 과연 우리가 소통하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인가. 결코 그렇지 않은 상황이고. 또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과 노동자는 모두 배제되어 왔습니다. 총장선거 보십쇼. 학생들은 쥐꼬리 반영되고, 노동자들도 쥐꼬리고, 생협이나 자체직원은 아예 참정권 없고. 공동체 자체가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또 우리 권익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학교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중요했던 사업이 SPC 파리바게뜨와의 연대였습니다. SPC 재벌이 서울대와 산학협력을 아주 밀접하게 하고 있어요. 농대 가면 SPC가 지어준 건물이 있고 거기 가면 허영인 회장 이름 붙은 강당 있고. 산학협력을 원천적으로 반대해야 하는지는 확답할 수 없지만, 기업에 윤리가 있다면 산학협력에도 윤리가 있는 거 아닙니까. 브랜드가치가 있는 대학과의 유착을 통해서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악행을 숨겨온 기업들의 행태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공동체가 담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합의해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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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협 식대 인상 등 학생복지 문제 대응
     등등…

 올해 어떤 것을 해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요. 재작년은 사건이 워낙 커서 여름에는 사망사건 대응에 바빴고, 가을에는 파업에 연대했고. 또 연례행사로서 국정감사도 하고. 최소한 서울대는 매년 공적 감시로서 국감은 합니다. 그래서 국감에 자체직원, 사망사건, 생협 등 의제를 총장에게 질의할 수 있게 개입하고 하는 활동을 합니다. 통속적인 말로는 로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작년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결과들과 담론들이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강연회, 영화상영회를 통해서 넓은 저변의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그럼 올해는 뭘 할 것인가……. 그동안의 사업을 생각해 보니까, 올해는 당장 엄청 큰 투쟁이 예정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노조들도 재정비 중이고. 만약에 심각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대응해야겠지만, 발생을 안 하는 게 좋은 거고요. 그래서 사건 발생했을 때 대응하고 투쟁에 결합하는 걸 넘어서, 상시적으로 노학연대를 유지해 나가는 거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래서 올해는 교류사업이라고 이름은 붙였는데, 티타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면서 노조와 교류를 해 보자. 그리고 책모임도 해서 우리의 운동이 다른 것들과 대학의 기능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부터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도 했는데, 작년에는 매달 발행했지만 좀 무리라서 올해부터는 계간으로 바꿨습니다. 이전에야 뭘 알리고 교육할지가 정해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진 않아서 문집화될 수도 있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사망사건 추모는 일각에서 왜 아직도 하고 있느냐 할 수도 있지만, 문제 해결이 서류상으로만 되었지 실질적으로 해결된 게 없다는 것을 꾸준하게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대와 학생복지는, 이것도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학생식당이 그나마 나아졌다지만 이거는 부족한 인력을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식당으로 재배치해서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사무처가 예전처럼 운영하겠다고 선언하지만 그게 선언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처우개선 없이 구인 하겠다 떠들기만 해서 구인이 되는 거 아니고. 결국 대학본부가 얼마나 책임을 질 것인가. 이중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중구조가 과연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하반기에는 뭘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매년 하던 국감 대응을 해야겠죠.

 발제는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자유토론 겸 질의응답을 잡았는데요. 특정 주제를 설정할까 고민도 해봤는데 그러기에는 여러모로 얘기할 거리가 제한하는 거 같아서, 그냥 오늘 발제 들으면서 궁금했던 거 자유롭게 얘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