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생협 식당에 대한 재정 책임을 확대하라!
식대 인상만으로 개선되지 않는 노동조건과 식사 질, 대학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지난 2022년 3월 17일(목)에 개최된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이사회에서는 코로나19 시기 심화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대 조정안이 상정되었습니다. 논의 결과 그동안 교직원에게 2,200원으로 제공되어온 학생회관 백반은 3,000원 가격으로 800원 인상이 결정되었고, 학내 6개소의 생협 직영식당에서 3,000~6,000원 가격으로 제공되어온 다양한 세트 메뉴는 4,000원~7,000원 가격으로 일괄 1,000원 인상이 결정되었습니다. 인상된 가격은 올해 4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상황 속에서 천원의 학식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오갔습니다.
그동안 각종 식재료비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경비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식대 인상의 불가피성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식당들은 대학 구성원의 후생복지를 담당한다는 취지를 바탕으로 저렴하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해나가야 합니다. 식대 인상이 결정되기 이전에도, 학내 생협 직영식당들에서는 식사 메뉴를 저가 메뉴에서 고가 메뉴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평균 밥값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식사에 대해 학생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식사의 질은 결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새로운 메뉴의 개발이나 기본 반찬의 질 개선 등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채식 메뉴나 종교적 소수자를 위한 메뉴 제공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이번 식대 인상으로 식사에 대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 학생들은 개선된 질의 식사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생협 식당에서 누적된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생협 단체급식 식당 노동자들의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처우는 오랜 요구 속에서도 개선이 미비한 상황입니다. 생활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야기해온 임금체계의 개선은 아직도 요원하며, 무엇보다도 학교의 일상을 유지해온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가하는 심각한 노동강도의 완화는 매우 미비합니다.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연구 진행한 “서울대학교 단체급식조리실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식당 노동자들 중 81%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증상을 호소하였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신체에 큰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 인해 질병 및 사고를 자주 경험하면서도 산재 처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량을 완화하여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력의 충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처우로 인해 채용 공고를 내더라도 지원자가 부족하며, 지원자가 없어 기존 노동자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노동조건 보장으로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사람을 갈아서’ 유지되는 생협의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생협 식당의 식사 질 저하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부담하는 식비의 인상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충분한 대책임은 물론이고, 생협 식당이 학교 구성원에 대한 기본적 후생복지 성격을 띠는 만큼 이에 대해 대학은 마땅히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생협에 산재한 문제의 비용을 학교 구성원들의 식대에만 전가하는 일은 부당하며, 학교 구성원들이 더 높은 비용을 분담한다면 대학본부 또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비용을 분담해야 합니다.
그동안 코로나19 시기 생협이 처한 재정난 속에서 대학본부는 법인재산사용료 감면, 천원의 식사 지원금 증액, 방역비용 지원 등의 재정지원 정책을 취해 왔습니다. 그러나 복지를 위해 낮은 가격으로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자 하는 생협의 단체급식 식당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대학의 재정지원은 코로나19 시기에만 지급되는 한시적 대책을 넘어 장기적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특히 서울대는 천원의 식사에 대해 1식당 1,200원씩 지원하던 금액을 증액하여 코로나19 이후 1식당 1,700원의 금액을 지원해왔습니다. 이처럼 식사에 대한 지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학식에 대한 재정지원이 대학의 정책적 결단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천원학식 뿐 아니라 다양한 세트 메뉴 식사에 대한 재정지원 또한 고려되어야 합니다.
대학이 학내 후생복지에 대한 재정적 책임을 다할 때만이 학생 등의 학교 구성원들은 더 나은 질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고 노동자들은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을 통해 인간다운 조건에서 학교의 일상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생협 식당에 대한 재정 책임을 확대하여 학생과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