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생협?!: ‘어쩔’수 없을까? ‘생협’을 알아보자!” 전시회

“어쩔 수 없을까? 생협을 알아보자! - 어쩔생협?!” 전시회의 전시물들을 배경으로, 전시물 설치에 참여한 6인의 회원들이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다.

“어쩔생협?!(어쩔 수 없을까? 생협을 알아보자!)” 전시를 시작하며


 생협, 넓은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그 이름을 마주하게 됩니다. 학생회관 식당, 기숙사 식당, 자하연 식당 등의 단체급식 식당에서부터 느티나무 카페, 기념품점과 문구점까지 다양한 시설들이 학생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죠. 학생회관만 살펴봐도 생협과 관련된 시설을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가장 먼저 떠올릴 학생회관 식당은 물론이고, 1층의 편의점, 서점과 문구점 및 기념품점 모두 생협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입니다. 학생회관스낵이나 라운지스낵 같은 위탁사업장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거예요.

 이처럼 서울대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해보게 되는 기관이 바로 생협입니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 생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질문한다면, 식당과 카페를 운영한다는 말 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지는 않나요? 생협은 언제, 왜 생기게 된 것인지, 생협이라는 기관은 정확히 어떤 곳이고 운영 방식은 어떠한지, 학교와 생협의 관계는 무엇인지... 생협 시설들을 이용할 기회는 많지만, 생협 자체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서울대 생협의 구조나 생협에 관련된 현안들이 복잡하다 보니 알아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생협이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만큼, 생협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4월 1일부터 학내에 있는 6곳의 생협 직영식당에서 세트 메뉴 가격이 1,000원씩 일괄적으로 인상되었는데요, 이전까지 3,000~6,000원 선에서 제공되어 왔던 식사에 대해 학생들은 이제 4,000원~7,000원을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생협 식당 앞에 붙은 안내문에는 물가 상승 때문에 불가피하게 식대를 인상하게 되었다며, 생협이 최근 적자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내 식당을 이용하는데, 생협의 재정 상황은 왜 늘 적자인 것일까요? 생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어려웠을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학생들이 식사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된 상황에서 식사의 질은 개선되고 있지 않은 듯한 상황은 무척 문제적으로 다가오지요. 학식은 사실상 대학 구성원들을 위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후생복지인데, 왜 대학은 생협에만 비용을 미루며 복지 질 향상을 위해 재정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지도 궁금해지고요.

 작년 가을에는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도 있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으로 캠퍼스를 찾지 않아 파업을 접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있겠지만,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당황했던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파업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생협 노동조건과 근무환경에 관한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업 당시에는 생협의 조리 노동자들이 닭 없는 삼계탕과 같은, 주메뉴 없는 식사를 제공받는다는 사실이 이슈가 되었는데요. 그뿐 아니라 평생 일해도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115단계 임금체계, 심각한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 등의 문제들이 파업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작년 한국노동보건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는, 과반수가 넘는 서울대 생협 단체급식실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통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협 식당을 자주 이용하더라도 쉽게 접하기는 어려웠던 이야기들입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가깝지만 낯선 대상, 생협에 대해 함께 알아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생협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권리를 요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생협 파업은 왜 일어났고,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식대는 오르는데 식사 질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인지, 식당 운영시간도 줄어들고 주말에 식당 문이 열지도 않아 여러모로 불편했는데 식당 노동자 인원 충원을 통해 해결할 순 없는 건지. 그리고 더 나은 생협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짧은 전시이지만, 이번 전시가 생협에 대해 알아가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복지를 위한 권리를 찾아 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전시의 1부는 사진전 코너로, 2부는 Q&A 코너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생협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요구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노동환경과 관련된 자료는 2021년 한국노동보건연구소에서 발표한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영향실태 조사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2부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학생 복지 축소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왜 학생 복지가 축소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아울러 마지막으로는 식대 인상 상황에서 식사 질 개선을 위해 대학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도 다뤄보고자 하고요.

 “어쩔 수 없다고? 생협을 알아보자!”, 줄여서 “어쩔생협?!” 전시를 편하게 즐겨주세요!

어쩔 생협: 사진으로 살펴보는 생협 식당

학생회관 식당 조리실 전경의 모습.


생협 단체급식 식당 노동자들은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기 위해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조리실 시설 개선이나 유해물질 처리 개선, 질병 및 사고에 대한 산재처리 접근성 증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식재료를 솥에 옮기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식당 노동자들은 노동과정에서 쉼 없이 오랜 시간 서 있거나 무거운 중량물을 취급하게 됩니다. 개별 작업에서 쪼그리거나,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과도하게 숙이거나 비트는 등 신체에 무리를 주는 작업을 지속하게 되기도 합니다.

학생회관 식당 여성 샤워실의 모습.


식당 한켠에 칸막이를 치고 샤워를 해야 했던 열악한 환경은 2019년 파업 이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지하에 위치한 샤워실과 화장실은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노동자들은 휴식시간 부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상자를 이용해 그릇들을 옮기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노동자들은 플라스틱 상자나 이동대차 카트 등을 이용해 중량물을 옮깁니다. 울퉁불퉁한 바닥 등의 시설 문제나 가장 바쁜 배식 타임에 집중되는 작업들은 중량물로 인한 업무부담을 가중합니다.

타일이 깨진 학생회관 식당 바닥의 모습.


식당 내 바닥과 조리・이동기구 등이 늘 젖어있는 환경은 사고 위험을 높입니다. 울퉁불퉁하거나 타일이 깨진 바닥에는 물이 고이기도 하고 업무 중에 노동자들이 걸려 넘어져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이 시급합니다.

양파를 칼로 다듬으며 전처리 작업을 하고 있는 식당 노동자의 모습.


서울대 생협의 식당은 대부분의 다른 단체급식 식당들과는 달리 전처리가 되지 않은 원재료를 사용합니다. 이로 인해 전처리 작업까지 담당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높습니다.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신체에 무리를 주는 배식대 높이나 세척 작업에서도 계속되는 중량물 부담은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은 일시적인 통증 완화를 위해 뼈주사(스테로이드 주사)를 자비로 맞아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청소용제를 이용하여 학생회관 식당 내부를 청소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코로나19 이후 방역 가림막 청소 등의 업무가 추가되면서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아울러 청소용제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해 안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큽니다.

환기설비가 미흡하여 습기와 열기로 가득 찬 학생회관 식당 내부의 모습.


고온다습한 식당 내 노동환경은 특히 여름 시기 노동자들이 땀에 젖은 채 일할 수밖에 없게 만들며, 폐암 등의 질환을 야기하는 초미세분진 및 조리흄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게 만듭니다.

자하연 식당에서 이루어지는 배식 과정 모습.


서울대 생협 식당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다발성’입니다. 식당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전처리 → 조리/취사 → 배식 → 설거지/청소’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중첩되어 진행되느라 노동강도가 높아집니다.
직종 NIOSH(증상호소자) 기준2(관리대상자) 기준3(질환의심자)
조리사 68.4 63.2 55.6
조리 실무사 85.7 85.7 57.1
조리원 84.5 82.8 43.1
전체 81.0 78.6 40.5

근골격계 증상 정도에 대한 직종별 응답 비율(%)


서울대 조리 급식실에 근무하는 생협 노동자 84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신체 각 부위에서 느낀 근골격계 증상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근골격계 증상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고, 40% 정도는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분 정의 분류
NIOSH 기준1) 통증의 빈도가 1달에 1회 이상 발생하였거나,
통증의 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된 경우
증상호소자
기준2 통증의 빈도가 1달에 1회 이상 발생하였고,
1주일 이상 지속되었으며,
통중의 정도는 중간통증 이상인 경우
관리대상자
기준3 통증의 빈도가 1달에 1회 이상 발생하였고,
1주일 이상 지속되었으며,
통증의 정도는 심한 통증 이상인 경우
질환의심자
1) NIOSH 기준: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National In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이 산업안전보건 관련 연구에 대한 국가적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

근골격계 증상 분류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증상 유무, 지속기간, 빈도, 강도에 따라 생협 조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정도를 평가하였습니다. 그 결과를 NIOSH 기준, 기준2, 기준3이라는 세 기준에 따라 분류했는데, 각 기준이 의미하는 바를 표로 정리하였습니다.

2019년 가을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8명이 모여 사용해야 했던 좁은 동원관 식당 휴게실의 모습.


다행히도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2019년 파업 이후로 식당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에서는 일정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정액급식비 즉각지급!”, “임금체계 개편하라!” 등의 요구안이 쓰인 몸자보를 앞치마 위에 두르고 배식대에 선 네 분의 식당 노동자들.


다른 서울대 직종과 달리 식비를 지급받지 못하면서 현물로 제공받는 식사에서도 정작 자신이 조리한 주메뉴는 빠졌던 식당 노동자들의 현실은 2021년 파업을 통해 개선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가을 파업 당시 “생협 이대로는 다 죽는다”라고 쓰인 관을 메고 빗속을 행진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생협 사무처에 전달된 관 안에는 ‘고된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 ‘식비도 못 받는 노동자’, ‘졸속경영 이제 그만’ 등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제기한 문제의식들이 들어있었습니다.

2021년 파업 당시 “고된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 등의 팻말을 관에 넣기 전에 들고 있는 생협 노동자들의 모습.


특히 총 115단계의 임금체계는 생협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저임금에 머무르게 만드는 원인이었습니다. 평생 근무해도 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도록 만들어진 체계였죠.

어쩔 생협: 생협에 대한 모든 것 Q&A


서울대 생협의 역사와 구조:
오늘날까지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의 기원은 1975년 서울대가 관악으로 옮겨올 때 결성된 소비자조합입니다. 당시에는 본부의 후생과에서 관리했는데, 실질적으로 학교에서 직접 후생복지 사업을 운영한 셈이죠.

 1989년에는 소비자조합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의 파업이 진행되었어요. 이후에는 소비자조합이 생활복지조합으로 전환하는 일이 있었답니다.

 1999년에는 세금 절약을 목적으로 생활복지조합의 법인화가 추진되었어요. 생활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 별도로 생겨난 거죠. 그러나 명목상 '협동조합'이기는 해도 대학본부의 정책적 영향이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보다 강한 운영구조였어요. 그러한 운영구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편, 별도법인이라는 이유로 공과금 등을 대학이 아닌 생협이 내게 되면서 재정적 어려움은 심해졌습니다.

 2019년에는 30년 만에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어요. 휴게공간과 샤워실 등의 시설 개선을 확보하는 성과는 있었지만, 임금체계 개선 같은 요구들은 제대로 수용되지 못했죠.

 2020년, 코로나를 거친 지금의 생협은 학생 복지 축소 문제와 노동자 처우 악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생협이 운영하는 후생복지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지닌 대학의 재정적 책임이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하고 있답니다….

축소되는 학생 복지:
코로나19 이후, 생협의 학생 복지는 어떻게 축소되었나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시점인 2020년 초, 식대 인상안이 일방적으로 상정되는 일이 생겼어요. 당시 학생과 노동자들은 이를 저지하고자 나서서 대학이 식사에 대한 재정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죠. 결국 식대 인상을 막아냈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식사 질 개선 없이 메뉴의 이름만 바뀌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밥값은 올랐다는 지적이 많아요.

 코로나19 이후 생협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식당이나 매점의 운영을 축소하고, 조합원 할인 혜택을 중단하기도 했어요. 또한 매점에선 과거 프랜차이즈 편의점 전환 때 약속받았던 할인 혜택이 사라졌고, 전통찻집 "다향만당"이 폐점되었어요.

 또한 일괄적인 식대 인상이 지난 4월 1일부터 이루어졌는데요! 식재료비를 비롯한 각종 경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협 식당의 만성적 적자를 타개한다는 목적이었죠. 하지만 이전부터 식대는 간접적으로 인상되던 상황 속에서, 비용 증가의 부담은 학교 구성원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생협의 노동조건:
생협 노동자들은 어떤 문제를 겪었고, 어떤 요구를 해 왔나요?


 2021년, 생협 노동자들은 2019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파업을 진행했어요. 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임금체계 문제, 식비 미지급 및 주메뉴가 빠진 식사 제공 문제, 위험 업무에 대한 위험수당 미지급 등 다양한 문제들이 그 원인이 되었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인원 감축이 이루어지면서 일어난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고 아프게 만들며 건강과 안전을 위협했습니다.

 2021년 4월에 있었던 임금 교섭 당시 노동조합에서는 ▲임금체계 개선, ▲식사 질 개선 및 식대 지급, ▲명절휴가비 차별 시정 등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던 조정이 결렬되면서 생협 노동자들의 쟁의가 시작됐답니다. 이후 출근길 피케팅과 9월 26일부터 이루어진 행정관 앞 천막농성, 10월 중에 이루어진 부분파업 등을 통해, 11월 11일(목) 마침내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생협 노동자들은 주메뉴를 포함한 개선된 질의 식사 제공, 위험 업무에 대한 위험수당을 보장받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임금체계 개선과 인력 부족 문제의 개선은 미비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생협의 구조적 문제:
생협에서 이런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협의 단체급식 식당은 시가, 심지어 원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원에게 복지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기에 본질적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대학은 생협이 ‘별도법인’이라는 이유로 복지로 인한 적자를 생협에 전가하며 대학이 그 비용을 책임지지 않고 있죠.

 이로 인해 생협의 재정이 어려워지고, 그만큼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의 복지는 축소되고 있어요. 생협 노동자들도 대학에 직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별도법인에 고용되는 사실상의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일하게 되며 각종 차별이나 노동환경 악화가 이어지고 있죠.

 대학이 생협을 ‘별도법인’으로 취급하면서 복지에 대한 재정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 생협에서 이익이 날 때에는 임대료나 발전기금 납부를 통해 대학이 이익을 받아가는 일이 많았어요. 그럼 지금처럼 생협 재정이 어려울 때 대학에서 재정 지원을 더 많이 책임져야 마땅할 텐데 말이에요. 그럼에도 코로나19 시기의 재정 지원책들은 제한적인 성격에 머무르고 있어요.

대학의 재정 책임 그리고 생협 직영화:
복지에 대한 대학의 재정적 책임이 부족한 것 같은데, 이를 위한 대안은 있나요?


 우선 정책적으로는 대학이 생협이라는 '별도법인'에 필수적 구성원 복지에 필요한 비용을 전가하지 말고 직접 재정을 책임질 필요가 있어요. 현재 대학이 진행한 지원책으로는 코로나19 시기 법인재산사용료나 발전기금 납부액 면제, 그리고 천원 학식에 대한 직접적 지원 증액 등의 정책이 있어요. 이러한 재정 지원이 일시적/제한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확대되어야만 구성원 복지로서 더 나은 질의 식사가 제공될 수 있고,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위한 재정도 확보될 수 있을 거에요.

 아울러 ‘생협 직영화’라는 대안도 고민해볼 수 있는데요! 이는 지금까지 생협이 떠맡아온 필수적 후생복지 사업들을 대학본부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하자는 정책이에요. 이 경우, 구성원 복지의 측면에서는 대학본부가 방치해 온 복지 사업의 재정을 대학이 직접 책임지면서 복지의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노동의 측면에서는 생협에 고용되어온 노동자들을 대학본부 직접고용으로 사용하며 처우 개선에 대한 재정적 책임을 확대할 수 있죠. 비록 전면적으로 바로 시행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자가 필연적인 단체급식 식당을 중심으로 먼저 시행한다면 낮은 가격으로 더 높은 질의 식사를 보장할 수 있을 거에요.

오르는 밥값 그리고 개선 없는 식사의 질?:
밥값은 오르는데 식사 질은 낮아 보이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식대 인상은 원재료의 물가 상승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 부담을 오롯이 학생과 같은 구성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또 식사의 질에 대해선 새로운 메뉴 개발 및 기본 반찬 질 개선 등이 미비하여 식사 질 개선이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죠. 가격을 올릴 땐 올리더라도 더 부담하게 된 학생들이 더 나은 질의 음식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겠지요! 할랄식 메뉴나 채식 메뉴 등도 식당에서 제대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고요. 식당 노동자들도 대면 개강 이후 늘어나는 식수에 비해 인력 충원이나 임금체계 개선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데요!

 학생 등의 학교 구성원들과 식당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는 필수적 후생복지 사업에 대한 대학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자 합니다. 특히 정책적 권한을 지닌 대학이 천원의 식사에 대해 적자 보전을 위해 1식당 1,700원의 재정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대학본부의 결단이 있다면 식사 질을 개선하기 위한 타 메뉴들에의 재정 지원 확대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데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복지를 ‘별도법인’에 떠넘기지 않고 지속 가능한 복지와 이를 유지하는 노동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대학본부의 의지입니다. 단체급식 식당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를 위해 더 목소리 높여 요구해나가겠습니다.

마무리를 대신하여 – 생협, 대학이 책임을 결단하면 “어쩔 수 있다!!”


 학교를 오가며, 때로는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들으며, 때로는 학생들의 복지 축소 반대 요구를 접하며,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생협에 대한 다양한 인상들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지 생협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리기 위함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며 쌓아온 생협과의 기억들을 마주하고 우리의 권리를 위해 더 나은 대안과 요구를 만들어가기 위한 거울이 되어보고자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전시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전시에 와 주신 여러분들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생활공간 속에서 생협과 다양한 방식으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지요. 전시에 와 주신 여러분은 사진으로 포착된 생협 식당 안의 모습들을 여러분의 기억과 맞추어 보고, Q&A 코너를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통해 여러분의 경험과 마주해 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겠지요. 때로는 전시에 함께 온 친구들과 함께 생협의 미래와 대안에 대해 얘기해보기도 할 테고요. 그리고 다시 친구들과 생협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종종 생협 카페에 들르며 일상을 이어나가겠지요.

 생협 노동자들의 요구를 뉴스를 통해 접하셨을 수도 있고, 생협의 구성원 복지에 대한 대학 재정 책임 확대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마주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혹은 생협 조합원, 대의원, 이사들과 함께 생협의 현안과 대안에 대해 토론해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이야기들이 오늘 생협이 놓은 현실을 바꿀 싹을 틔워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식대 인상으로 학생들의 비용 부담은 늘어가는데 낮아지는 식사 질에 대해 대학이 책임을 미루고 있는 현실을, 인력충원 미비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가 노동자들에게 건강과 안전의 위협으로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말이죠. 문제는 언제나 단순하다기보단 복합적입니다. 생협의 역사, 운영 방식과 구조, 대학본부와의 관계, 오늘날의 문제점 등… 오늘의 전시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때로는 조용하더라도 꾸준히 이어지는 여러분의 대화와 고민 속에서, 학생과 노동자 모두가 더 나은 복지와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대안과 이를 요구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짧은 전시는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어쩔생협?!”이라는 질문에 대해 “생협, 대학이 책임을 결단하면 어쩔 수 있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대학이 구성원 복지로 인해 발생한 적자를 생협이라는 ‘별도 법인’에 떠넘기고 생협은 그 부담을 학생 복지 축소와 노동자 처우 악화로 전가하는 현실에 대해 대학이 제동을 건다면, 생협 노동자들도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필수적 후생복지를 제공하느라 적자를 피할 수 없던 생협 단체급식 식당에 대해 대학본부가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실시해온 재정지원의 확대를 결단한다면, 더 나아가 구성원 복지를 대학이 재정적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인식하고 직영화를 결단한다면, 식사의 가격 인상 폭은 최소화하면서도 학식의 질은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식당 운영시간 축소나 주말 식당 미운영으로 인한 불편도 인력충원을 통해 해소할 수 있고요.

 식대 인상으로 학생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된 만큼, 더 나은 질의 식사를 권리로서 제공받기 위해 대학의 식당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학본부의 생협 재정 책임 확대를 통해 학생 복지의 질을 개선하고 복지를 유지해온 노동이 지속가능하도록 보장하라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주시고, 함께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다시 한번, 이번 전시를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