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직영화를 요구하는 서울대 노동자・학생 공동 기자회견
‘코로나 위기’의 고통전가로 학내 구성원은 신음한다
대안은 노동자・학생 모두를 위한 생협 직영화다!
2020년 6월 23일, 학생회관 식당 앞에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공문이 붙었다. △카페느티나무 조합원 할인 혜택 잠정 중단 △공대 302동 식당 휴관 및 사범대 4식당 영구폐점 △220동・농생대 매점 및 느티나무카페 음대점 휴관 △919동 기숙사 식당 아침 및 토요일 운영 휴관이 그 내용이었다.
이는 학생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대면 강의 시행으로 식수가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생협 식당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기숙사 식당과 공대 302동 식당의 경우, 거리상 싼값에 학식을 먹는 곳으로 생협 식당이 유일한 상황이다. 하지만 생협 사무처는 학내 구성원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을 재정 적자 위기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생협 사무처는 올 한 해 학내에 남아있는 생협 매점 6곳을 전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하였다. 24시간 운영, 상품 다양화 등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얻는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편의점가의 10%를 할인한다고 해도 전반적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생협의 재정 위기는 후생복지시설의 축소뿐만 아니라 노동자 처우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생협 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낮은 임금을 받으며 고강도 노동을 버텨왔다. 작년 9월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처우가 일부 개선되었지만, 생협 노동자들의 1호봉 기본급은 아직도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180만 6,450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시간외근로를 밥 먹듯이 하고 연차휴가 사용을 억제하면서 낮은 기본급을 겨우 벌충해왔다. 최근에는 동원관식당 등 일부 식당의 운영이 축소되면서 시간외근로수당마저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본부가 비대면 강의를 시행한 이후 생협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대학본부는 대학의 한 구성원인 생협 노동자들의 생계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은 채 정책 결정의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생협 사무처는 매출 감소로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4월부터 유급휴직을 시행했다. 유급휴직에 들어간 노동자는 휴직수당으로 기존에 받던 임금의 70% 수준밖에 받지 못하는데, 이는 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금액이다. 또한 계약직 노동자들을 계약만료 시키는 등 인력을 줄인 탓에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세졌고, 일부 식당의 휴관으로 강제 전환배치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유급휴직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어쩔 수 없이 유급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학본부는 3월부터 임대료 50% 감면 정책을 시행해 생협의 부담을 덜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복지와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대학본부의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생협 사무처는 식대 인상, 식당 운영 축소, 조합원 할인 혜택 중단 등 학내 구성원 복지를 후퇴시키는 조치를 속속 추진하고 있다. 후생복지시설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과 임금 삭감, 유급휴직을 견뎌내고 있으나, 대학본부는 학내 구성원 복지의 책임 주체로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자와 학생들은 대학본부 역시 학내 구성원 복지의 책임 주체이자 생협 운영의 주체로서 생협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충하라고 요구해왔으나, 생협은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것이 대학본부다. 생협의 전신인 생활복지조합 시절,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의 공공요금은 대학본부가 부담하였으며 시설사용료 또한 면제되었다. 하지만 생협으로 전환된 이후, 생협은 해마다 4.7억 원 가량의 임대료를 서울대에 지불하고 있으며, 5.2억 원가량의 공과금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 이는 생협의 재정 적자를 심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대학본부는 과거와 같이 공공요금을 부담하고, 생협의 임대료를 전액 면제하는 등 생협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하여 생협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 대학본부는 ‘코로나 위기’를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고통전가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규모의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 가령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의 규모는 약 5천억 원으로, 국공립대 최고 수준이다. 그 중 이월금만 1095억, 기부금만 978억 원에 달한다. 대학본부는 위기를 해결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지금대로라면 앞으로 후생복지시설은 더욱 축소되고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서울대는 발전기금에 재정을 쌓아둘 것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 복지 향상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은 학내 구성원에 대한 복지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
학생과 노동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생협 직영화다. 대학본부는 생협을 통한 간접적인 운영 방식을 버리고, 식당 등의 후생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여 구성원의 복지와 노동자들의 처우를 책임져라. 대학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 식당 노동자들에 대한 인건비를 서울대학교 예산에서 관리하여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고, 학생과 교직원들이 지불하는 식대를 온전히 재료비에 지출함으로써 식사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후생복지시설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이미 많다. 충북도립대는 학생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여 싼 값에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의 구내식당 역시 직영식당으로, 국회 직원의 복지와 식당 노동자의 처우를 보장하고 있다. 대학본부는 생협 직영화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직접 책임져라.
이에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생협 노동자들은 대학본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학본부는 생협 직영화를 통하여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직접 책임져라.
하나. 대학본부는 코로나19 위기 해결을 위해 생협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확충하라.
하나. 대학본부는 식당 운영 축소, 조합원 할인 혜택 중단 등 학생복지 후퇴 시도를 방관하지 말고, 재정을 투입하라.
2020. 7. 3.
2020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식대인상 저지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2020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식대인상 저지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지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발언 1: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 김현지

식당, 매점 운영과 할인 혜택을 중단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은 위기상황에서 비롯된 재정적 부담과 고통을 학내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처사이며, 이는 학내 구성원의 복지 향상이라는 생협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방향입니다.
서울대학교 당국에 생협 직영화를 요구합니다. 학내 구성원 복지의 책임 주체인 대학 본부가 실제로도 책임성 있는 주체가 되어 재정 지원을 통해 재정 부담을 나누고 위기상황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발언 2: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지부장 송호현

식당에 남아서 근무하시는 분들 말고, 유급으로 휴직 들어가신 분들은 어떠실까요? 우리 조합원들이 평소 월급이 500만원씩 받으시는 분들이라면 급여가 70%로 줄어들어도 생활이 되시겠지만, 200만원 좀 넘게 받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신데, 70%면 140만원에 세금 제하면 110만원 120만원을 손에 쥐어집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이 돈으로 한 달 생활이 될까요? 각종 공과금 내고나면 마이너스가 됩니다. 유급 휴직 들어가시는 분들께 여쭤보니 그동안 너무 일이 힘들어서 몸이 아프기도 했고, 앞으로는 이렇게 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쉬면서 몸 회복이라도 할 이유로 휴직 들어가신다며, 돈이 줄어들어도 몸이 너무 아파서 못 견디겠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에는 서울대학교에서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즉, 전혀 별개의 기관이기 때문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정관 53조의 1항에 의하면 “서울대학교는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경우 법인, 조합 등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으며, 그 법인과 조합의 명단 중에 “생활협동조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진짜 사장인 서울대학교가 나서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활협동조합을 책임지고 지원해야하는 것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과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식당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적정하게 유지해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아프면 치료할 수 있게 보장되는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조건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생협 노동자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생활협동조합을 서울대학교가 직영으로 전환해서 운영함으로써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생활협동조합의 서울대학교 직영, 지금당장 전환해야합니다.
발언 3:
식대인상저지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위원 이선준

생협 사무처는 직영매점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함으로써 상품 다양화, 24시간 운영제 도입 등으로 매출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생협 직영 편의점의 사례를 보면,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고용의 질이 저하되는 등 생협 노동자들의 처우가 악화되고, 기존 직영매점에 비해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직영매점을 프랜차이즈화 하겠다는 중요한 문제를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과의 토론도 없이 강행했다는 문제가 있다.
왜 이렇게 프랜차이즈화를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프랜차이즈화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올해 초 식대인상안이 학생들의 강력한 반대로 보류되고 나서부터다. 학생들이 식대 인상에 대한 반대 행동에 나서자 대학본부는 생협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는데, 생협의 재정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직영식당의 식대 인상 △직영매점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전환 △다향만담 폐점 △직원 자연 감소에 맞춘 직영식당의 순차적 외주화의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식대 인상이 학생들의 반대로 좌절되자, 대학본부는 직영매점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전환부터 먼저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생협은 이윤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생협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 당연하고 이것이 생협의 만성적인 재정문제의 원인임이 틀림없다. 반대로 수익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학내 구성원의 복지가 후퇴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경영진단’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모두 재정을 늘리기 위해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대학본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외부업체의 경우 서울대에 입점하는 것을 꺼리거나 계약 만료 후에도 재계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생협이 학내 물가를 낮게 유지하는 구조에서는 외부업체가 입점해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주화의 확대는 생협이 학내 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포기하는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학내 구성원에게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복지를 제공한다는 생협의 목적을 포기하고, 입점한 외부업체들에게 임대료를 받아먹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로 ‘경영진단’의 핵심인 것이다. 재정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생협 매점을 프랜차이즈화 하는 것은 결국은 이윤을 위해 구성원의 복지를 희생하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대학본부와 생협 사무처는 직영매점의 프랜차이즈 전환과 같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더 나아가 생협을 대학 본부가 직영화하여 구성원의 복지와 노동자의 처우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
발언 4: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집행위원 이시헌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보니 생협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파업을 하며 노동자들이 서울대 본부에 교섭을 요구할 때, 본부는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부 처우를 개선해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생협 사무처는 한 달 만에 동원관식당 석식을 폐지하고 학생회관 식당 운영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뒤통수를 쳤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생협 노동자들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삭감하였습니다. 올해 초엔 식대를 인상하려 했습니다. 식당 부문의 적자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랍니다. 근데 그 적자를 오로지 학생들이 100% 부담하랍니다. 본부는 손톱만큼의 재정지원도 하지 않고, 대신 이번 달부터 매점을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다 합니다. 식대를 올리는 대신 물가를 올리겠단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것을 핑계로 삼아 이루어졌습니다. ‘생협은 서울대와 법인격이 다르다. 남남이다. 그러니까 생협은 생협이 거둬들인 매출 안에서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출해라. 돈이 모자라면, 학생 복지를 줄여라.’
그러나 이것은 대학 본부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해낸 논리로, 전제부터가 잘못됐습니다. 구내식당, 카페, 매점 등은 말 그대로 대학 구성원의 후생복지를 위한 시설들입니다. 후생복지 시설도 교육 시설의 일종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교직원들이 일하려면 캠퍼스 내에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나 서울대는 지리적 위치상 더더욱 후생복지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생협이 별도 법인이다’ 하며 대학이 외면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생협 노동자들을 악착같이 쥐어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선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서울대의 길이 될 순 없지 않습니까.
과거 소비조합 시절에는 노조가 학교와 직접 교섭을 했지만, 학교는 ‘생활복지조합’이라는 비법인 사단으로, 나아가 생협이라는 독립 법인으로 전환시키면서 책임을 외면했습니다. 20년 전 학교는 생활복지조합의 공공요금을 부담해주고 임대료를 면제해줬지만, 생협에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적자가 심화되면 식당을 외주화하고 영업시간을 단축시켜 일자리를 줄였습니다. 기본급을 인상하면 시간외수당, 성과급을 삭감하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해왔습니다.
이제 이러한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생협을 직영화해 생협 노동자들의 처우를 직접 보장해야 합니다. 생협 식당을 하루 평균 1만 2천여 명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카페와 매점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이는 후생복지시설이 필수 시설이란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수십 년이 흘러도 서울대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필수적인 노동을 한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직영화를 해야 할 근거는 충분합니다.
생협 노동자 다 죽는다 직영으로 전환하라!
노동자-학생 연대하여 생협 직영화 이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