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대의원총회의 파행적 운영을 규탄한다


다향만당 폐점과 식당 통폐합을 중단하라


 지난 3월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대의원총회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배제된 채 진행되었다. 코로나19로 생협의 재정이 급격히 악화된 현 상황에서 대의원총회는 향후 운영계획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오가야 하는 자리였다. 대학본부의 재정지원 및 생협 직영화를 통해 생협의 구조적인 재정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의견도 진중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대의원총회를 주재한 당시 집행이사는 적자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전통찻집 ‘다향만당’의 폐점과 식당 통폐합이 담긴 사업계획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는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조처이다.

 생협은 학내 모든 구성원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후생복지기관이다. 따라서 구내식당이나 매점, 카페 등 생협이 운영하는 매장은 이러한 목적을 전제로 운영되어야 하며, 영업상의 조정 역시 복지를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특히 다향만당과 같이 오랜 시간 구성원들이 이용해 온 매장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릴 때는 이로 인해 축소되는 구성원 복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생협 경영진은 매출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다향만당을 폐점하겠다는 안을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경영진 측 자료에 따르더라도 다향만당의 영업적자는 연간 400만 원 수준으로(코로나19 이전 기준) 생협 전체의 수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미 운영을 임시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면수업이 재개되더라도 운영을 종료한다’는 결정을 지금 당장 내려야 할 까닭을 도무지 찾기 어렵다. 또한 생협 경영진은 생협 식당 통폐합이 포함된 안건을 제대로 된 설명도, 토론 과정도 없이 통과시켰다. 심지어는 ‘어느 식당을 어떻게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냐’는 학생 대의원들의 질문에 경영지원실장이 ‘검토된 게 전혀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 상황에서도 일방적인 통과가 진행되었다. 향후 이윤 논리만 내세워 자하연 식당이나 302동 식당 등의 폐쇄가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의 불편이 크게 증가하고 더 나아가 생협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가중될 우려가 크다.

 대학본부와 생협 경영진은 생협이 운영하는 시설의 존폐 및 그 운영에 관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현장에서 생협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생협 노동자들의 의견 역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생협 경영진은 ‘생협의 중장기 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TF’를 대학본부와 함께 구성한다면서도, 학생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은 일방적으로 거부하였다. 다향만당 폐점 및 식당 통폐합을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학생 대의원들의 제안도 거부하였다. 생협 이사장이 미리 통지한 사업계획안의 내용 중 일부를 보류하자는 취지의 수정의결은 얼마든지 허용됨에도, 생협 집행이사는 엉뚱한 조항을 내세워 수정안의 ‘논의’조차 가로막았다.

 생협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위임받은 기구인 대의원총회에서 중요 안건들이 이처럼 토론의 기회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은 명백하게 비민주적이다. 생협 경영진과 대학본부는 생협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의견을 제기하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더는 ‘투명인간’ 취급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학내 구성원을 대등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토론의 장을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우리는 내용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을 잃은 생협 대의원총회의 파행적 운영을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나, 2021년 대의원총회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학생 및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생협 경영진을 규탄한다!
하나, 졸속으로 통과시킨 ‘다향만당 폐점’ 계획을 철회하라!
하나, 학생 복지 축소시킬 식당 통폐합을 중단하라!

2021년 5월 12일
이하 390인 및 7개 단체 연명

개인: 학부 재학생 228인, 대학원 재학생 50인, 졸업생 75인, 학내 노동자 34인, 기타 3인

단체: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대분회, 서울대 진보학생 네트워크 A0,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 정의당 서울대학교 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