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아줌마’도 ‘밥하는 아줌마’도 아닌, 존엄한 여성 노동자입니다

2021년 3・8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 생협 노동자의 교집합


 하루 10시간씩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한 사람이 4개 층을 청소할 정도로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던 LG 트윈타워 빌딩의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해고를 당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몇 달째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LG는 기만적인 언론플레이와 노조 와해 시도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온 서울대학교의 생활협동조합 식당 노동자들 역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재작년에 파업을 단행했지만, 이들의 임금과 복지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생협 식당 노동자들은 매식마다 80인분을 조리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생협 수익 손실이 발생하자 무급・유급 휴직을 강요받는 등 일방적 고통 전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 생협 노동자의 공통점은, 저임금・고강도 노동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는 점 외에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들 중 다수가 ‘재생산 노동(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집사람’


 집 밖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고 간주된 남성들의 노동과는 달리, ‘집사람’ 여성들의 노동은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 한정되는 것으로, 줄곧 주변적이고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여성을 ‘사적 영역’에 머물도록 강제하고 이들의 노동을 평가절하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재생산 노동이 임노동 시장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하며 여성 노동자를 차별 및 억압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에 나온 여성들의 노동은 이제 ‘비정규직 노동’,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으로 이름만 바뀐 채 여전히 평가절하되며, 이러한 가치폄하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습니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 생협 노동자의 처지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가부장적 질서체계,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차별과 맞물려 이들 여성의 노동은 필수적인 노동임에도 가장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고, 그에 따라 정규직에 대해 차별 대우를 받으며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내몰립니다.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중의 차별과 고통 속에, 노동자들은 일터에서조차 이름을 잃고 ‘청소하는 아줌마’, ‘밥하는 아줌마’로 불리며 그 노동의 존재마저도 지워집니다.

# ‘청소하는 아줌마’도 ‘밥하는 아줌마’도 아닌 존엄한 여성 노동자로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보이지 않아야 할 노동도, 하찮은 노동도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깨끗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도시락을 싸 오지 않고도 학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새벽부터 사무실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누군가와 식당 조리실에서 뜨거운 솥을 나르는 누군가의 노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폄하되는 바로 그 노동이 우리의 일상을 기능하게 하고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필수적 노동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노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 더불어 여성의 노동권을 위한 투쟁에 연대하고자 합니다. LG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할 때, 본부가 생협 직영화를 실시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처우 개선을 위한 책임 있는 재정적 노력에 힘쓸 때, 노동자들은 보장받아 마땅한 실질적인 권리를 찾고 우리의 일상적 생활 또한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LG 트윈타워와 생협의 여성 노동자들이 더는 ‘청소하는 아줌마’, ‘밥하는 아줌마’로 불리지 않고 존엄한 여성 노동자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