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대 학생활동가를 위한 진로TALK’ 공동주최 및 발제


 안녕하세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약칭 비서공)에서 활동해온 채린이라고 합니다. 오늘 준비한 발표의 제목은 “너는 그런거 왜 해?”이고요, 노학연대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남긴 자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려워서 제 개인 경험의 분량이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제가 연사씩이나 해도 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성심껏 내용을 준비했으니 부족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비서공 활동회원이고요, 24년도에는 비서공 공동학생대표를 맡았습니다. 올해는 학소위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연수라는 활동명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3년째 활동하고 있으려니 누가 저에게 이런건 왜 하냐고 묻는 경우들이 이따금씩 있더라고요. 2024년 정도까지는 해야 하니까, 정도의 막연한 사명감 반, 그냥 하는거지, 정도의 의무감 반으로 대답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때쯤에는 아직 학교에서의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도 했었고요. 학교에서 사람이 죽으면 안 되지 않냐, 정도로 답하면 더 토를 달진 않았죠. 저 자신에게도 썩 만족스럽진 않으나 충분한 답변이었어요. 이 연도에 대표였는데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자격 미달인 것 같긴 합니다만 변명하자면 어쨌든 누군가는 단위를 굴려야 하니까 눈앞에 있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됐던 것 같긴 해요.

 저에게 계기가 되어준 일들이 여럿 있는데, 이걸 왜 말씀드리냐면 뒤에 나오니까 조금만 들어주세요. 밥상회라고 적혀있는 건 작년 6월에 먹거리 운동가 모임 ‘이야기가 있는 숲’에서 제안해주셔서 진행한 행사인데요, ‘식탁을 돌보는 이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대학노조 사무실에서 생협 노동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둘러앉아서 제철 음식으로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2021년 이후 학내에서 파업 등의 쟁의가 없었어서 저는 학내 투쟁 현장에서 노동자 분들을 뵐 기회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경험이 매우 신선했어요. 식사하면서 파업 이야기부터 내가 원하는 식사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2021년 생협 파업 당시 식비 미제공 혹은 주메뉴가 빠진 부실 식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요구가 받아들여진 이후에는 소화하기 편한 야채 위주로 도시락을 싸오시기도 한다는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투쟁은 일상에 영향을 주고, 일상은 투쟁을 일으키기도 하며 일상이 투쟁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건이 없어도 노동자의 일상이 이어지는 이상 노동자와 학생을 매개하는 노학연대 활동은 유의미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어요.

 호호체육관은 문화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사업으로, 여러 대학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체육활동을 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서울대에서는 비서공이 주관했고, 작년 2학기와 올해 1학기에 각각 탁구와 배드민턴으로 진행했습니다. 작년에는 강의 시간이 겹쳐서 참가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진행보조로 참여하면서 자주 얼굴 뵙고 인사하는 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어쨌거나 보편적인 생활체육을 할 권리를 함께 실천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즐거운 추억을 쌓기도 하면서 이런 활동을 기획하는 것은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올해 비서공에서는 서울대 노동자 휴게실 전수조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호호체육관에서 알게 된 분에게 조사 허락을 받기도 했고요.

 학외에서도 일이 정말 다양하게 있었는데 저에게 주요하게 다가왔던 사건 세 개로 추려보았습니다. 2023년도에는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러 다녀왔었는데, 이때 총장이 교섭에 나서지 않아 청소노동자 분들이 본관 점거를 진행하기도 하셨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의 사업장이었는데 여성의날 즈음하여 연대 방문하고 함께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날 집회 끝나고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분과 함께 차를 마셨는데, 학생들이 연대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던 장면이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학교는 노동자들의 고용주지만, 학생들의 학비를 받는 입장이기도 하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겠죠.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다소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이 경험은 올해 1학기 오픈세미나 발제문을 썼던 때와도 이어지는데요, 광장에서 했던 경험을 위주로 쓰면서 우리가 왜 노학연대를 하는지 이유에 관해서, 자본과 노동자의 비대칭적 권력구조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다른 비서공 회원분이 주셨는데 그제서야 2023년에 느꼈던 씁쓸함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때 저는 노조법에서 애당초 노조를 결성하며 파업할 권리가 주어지는 이유는 노동자 한 사람은 고용주인 자본과 맞설 수 없기에 여러 사람이 단결한 노조로 맞서야 어느 정도 비등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세상에서는 노조가 사측과 비등해질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기에 학생들이 노학연대를 하는 것이죠. 노동자는 착취하고 소비자의 목소리만 중요시하는 구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재현된 그 격차에 대한 씁쓸함이었던 것이죠. 대학공공성을 요구해야 할 때에 학생을 단순 소비자로 치부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사고방식이니까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부끄럽지만 저는 윤석열 퇴진 광장을 겪으면서 집회 문화에 익숙해졌습니다. 웬만해서는 중요한 집회가 아니고서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잘 안 나갔었죠. 추운 거리에서 퇴진을 요구하며 앉아있으려니 너무 힘들었지만 그때 느꼈습니다. 이만큼 간절한 거구나. 간절하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집회하고 데모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달았습니다. 퇴진 집회 말고 옵티칼하이테크 투쟁 같은 장기투쟁사업장 노조 투쟁 현장에도 나가기 시작한 것이 이 시점부터였습니다. 그 간절함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하는 의무감이 생겨났죠.

 애당초 학교에 활동으로 자취를 남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학교는 늘 비협조적이고 노조나 학생의 요구를 듣는 체도 잘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구르면서 배운 것들을 알려드리면서 이게 곧 자취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학교가 꿈쩍하지 않더라도 호호체육관과 밥상회, 오픈세미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 연대 활동 등을 함께 기획해준 사람들이 저에게 노학연대할 계기들을 제공한 것이니까요. 그 분들도 이걸 노리고 했겠어요? 높은 확률로 그렇지 않을 겁니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게 곧 자취입니다. 학교의 사람들에게 남긴 자취가 학교에 남긴 자취인 것이죠.

 저도 그런 자취를 남긴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제가 보기에는 학교에도 다른 동지들에게도 자취를 남겼는지 잘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저에게 남은 자취들을 들고 와 봤습니다. 어떠셨나요? 조금이라도 유익했으면 좋겠네요.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홍보 하나만 하자면 우리 같이 학교에 진짜 자취를 남겨보자는 제안인데요, SPC 허영인 회장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박탈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허영인 회장은 지난 2007년에 학교에 50억원을 출연했고, 이듬해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노조파괴를 일삼고 기업살인을 저지르는 SPC 같은 문제적 기업이 단순히 돈을 주었다고 대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표창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에 이러한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추구해야 할 발전의 의미를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해당 연서명은 단체 연명, 개인 연명, 서울대 구성원 및 연대 시민 모두 받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