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이 소중한 성과와 함께, 사측과 잠정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이 경험을 품에 안고,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아갑시다


 방금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이 생협 사측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며,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파업을 시작하던 당시, 노동조합은 기본급 3% 인상과 왜곡된 호봉체계 개선, 명절휴가비 신설(매년 한 달 기본급의 60%) 등을 요구했습니다. 인간적 처우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습니다.

 파업 끝에 생협 사측은 기본급 3% 인상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호봉체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보다 낮았던 1호봉 기본급을 2019년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인상하는 등 부분적으로 개선하며, 내후년까지 추가적으로 개선할 것을 구체적으로 약속했습니다. 명절휴가비를 매년 한 달 기본급의 30% 수준으로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이번 파업을 통해 드러났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진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느티나무카페, 식당 등 전 매장에서 휴게시간 1시간 보장을 위한 브레이크타임 도입 등을 노동자들과 사측이 앞으로 협의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휴게시설, 샤워시설 등 열악한 근무환경의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13일간의 파업을 통해, 평생 ‘투명인간’으로 살아온 노동자들의 노동이 처음으로 우리의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연대를 통해, 작지만 소중한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이 경험은 아마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 속에 등불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생협 측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협의의 대상으로 남겨둔 쟁점들에 대해 성실하게 대화하려 하는지를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7일째 단식을 하며 천막 농성 중이신 기계전기 노동자가 계십니다. 이 분들의 처우 역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지속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길어지는 파업 기간 동안, 자신이 옳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당차게 싸우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착취와 억압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아직도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 가르침을 품에 안고, 모든 노동자들이 인간적 처우를 보장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내일 오후 12시 30분에 예정되어 있던 ‘당신의 노동은 우리의 일상입니다’ 노동자-학생 연대 집회는 그대로 진행하려 합니다. 대신, ‘또 다른 시작’이라는 부제를 달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경험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새 시작을 다짐하는 자리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