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경과와 대응, 그리고 과제

1. 사망 사건의 발생 (6/26 ~ 6/27)


 1962년생이신 고인은 2019년 11월에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에 청소 직종으로 입사하였습니다. 입사 시 국민체력100 포함 공무원채용 신체검사를 모두 통과할 만큼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남편분께서는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고서 관리를 위한 각종 조건을 담당하는 기계・전기 직종으로 근무하셨습니다. 고인과 남편분 모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조합원이십니다.

 고인은 196명이 정원인 925동을 혼자 청소하시도록 배정받았습니다. 아울러 고인의 사망 시점은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쓰레기 등이 늘어난 데다 시험 기간과 퇴사 기간 등이 겹치면서 노동강도가 폭등한 시점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기숙사 동에서 현재 지자체에서는 노동자 인권 차원에서 사용하지도 않고 있는 100ℓ 쓰레기봉투를 사용해야 했기에 높은 노동강도는 매우 심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험기간과 퇴소기간 중에는 최대 1일 100ℓ 쓰레기봉투가 18개나 나오는 상황이었으며, 한 봉투 쓰레기의 무게는 거성리사이클링 기준으로 8-10 ㎏에 이르렀습니다.

 2021년 6월 26일 사망 당일은 토요일이었습니다. 고인은 여학생 사동인 925동을 맡아서 근무하고 계셨는데 당일도 오전 8시에 출근하셨습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은 토요일 혹은 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하여 4시간 정도 근무하셨는데, 출근시간도 선택해서 출근하시나 주로 오전 7시 혹은 8시 출근이 통상적입니다. 토요일 또는 일요일 근무는 주로 각 층의 쓰레기 수거 후 기숙사 학생들이 라면 등 간단한 요리를 조리하는 데 사용되는 취사실 주방 청소 업무로 이루어집니다. 주말근무가 강제인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주말에 근무하지 않으면 주초에 쓰레기가 지나치게 쌓여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지고, 최저임금만을 받는 노동자에게 휴일근무수당은 중요한 소득원이기에 대부분의 기숙사 청소노동자분들은 주말에도 근무해오셨습니다. 주말의 쓰레기 수거 업무는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가량 걸리는데, 고인분은 당일 쓰레기 수거 업무를 마치신 후에 동 휴게실에서 휴식하시며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셨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인이 사용하신 925동의 휴게실은 6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사용해왔습니다. 6인이 사용하기에는 매우 좁은 편이지만, 2019년 공대 302동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열악한 휴게공간을 개선하라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요구가 줄을 잇자 2020년 말에 대대적인 휴게공간 개선 작업이 진행되면서 옷장이나 에어컨 등은 일정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고인은 10시 50분경에 926동 담당 미화 노동자 조합원과 함께 휴게실을 사용하였는데, 해당 조합원께서는 고인이 힘들고 얼굴이 많이 지쳐 보였으며 계촉 멍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11시 18분경 여성 조합원 1명과 통화하셨고 11시 48분경 딸과 통화하신 것이 고인의 마지막 연락이었습니다.

 고인께서는 평소 퇴근 시간에 출퇴근 기록을 정확히 해오셨는데, 당일 12시 퇴근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기록이 찍히지 않았습니다. 고인께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시게 된 것은 11시 48분에서 12시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인이 퇴근하지 않자 가족이 밤 22시경 112에 신고하여 경찰이 수색 작업에 돌입하였습니다. 남편분은 학교 방침상 근무지를 떠날 수 없어 경찰이 23시에 고인을 휴게실에서 발견한 이후에 연락을 받고 925동에 가서 함께 확인하시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으로의 이동은 새벽 2시 30분에 이루어졌습니다.

2. 사망 이후 사건 공론화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6/28 ~ 7/7)


 6월 28일 장례식장 조문 자리에서 유가족은 노동조합에 산재처리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아울러 새로 부임한 팀장 등의 관리자들이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다고 동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호소하였습니다. 민주일반노동조합에서도 산재 신청과 별도로 갑질 관련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장례식장에 서울대에서는 교육부총장, 기숙사 관리감독을 맡은 책임자인 구민교 학생처장, 기숙사 관장과 부관장, 행정실장, 고인 및 동료 노동자들의 직접적 중간 관리자이지 직장 내 갑질의 가해자로 지목된 배 팀장 등이 조문하였습니다. 2019년 공대 302동 휴게실 노동자 사망 사건 당시와 같은 서울대 총장의 조문은 없었습니다.

 6월 29일에 노동조합에서는 작업량과 갑질 등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은 갑질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였으며 산재처리가 꼭 되었으면 하기에 가능한 도움을 주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본래 업무와는 무관하게 지나친 노동강도를 야기하였던 옥외 제초작업, 드레스코드 등을 통한 옷차림 지적, 군대식으로 이루어진 통제적 청소검열, 노동자들에게 압박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했던 필기시험 등의 갑질에 대하여 현장 조합원들이 종합적으로 진술하였습니다. 아울러 이후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야기했던 1차 필기 시험지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작업을 검열하게 만든 인사평가서가 확보되었습니다.

 7월 1일에는 조합원들의 현장 진술이 진술서로 작성되었으며 일단 산재 처리 등과 관해서는 유족의 뜻을 기다려보되 갑질 문제는 동료 조합원들에게도 당장 너무나 큰 문제이기에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7월 4일에는 유족이 노동조합에 산재 처리 의사를 밝혔으며 노무사를 선임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7월 5일 유족을 포함한 노동조합 대책회의에서 7월 7일 기자회견이 결정되었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고인이 경험하였던 지나친 노동강도와 전반적 갑질을 폭로 및 공론화하게 된 것입니다. 대학본부 규탄 기자회견에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포함하여 학내 노동자들과 연대해온 학생들도 참여하였습니다.

3. 서울대학교의 부적절한 대응과 노동자・학생・시민들의 분노 (7/8 ~ 7/15)


 기자회견을 통하여 언론에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이 야기되었고 많은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공익 집단소송 시민단체인 “화난 사람들”에서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7월 8일에 해당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사건에 대하여 언급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반향이 매우 컸습니다.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 비롯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는 여론이 표출되었습니다. 8일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학교 만들기 공동행동과 고인이 소속되었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는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서울대학교의 책임 있는 조치와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였습니다. 공동성명에서 제시된 다섯 가지 요구안은 학교의 책임 인정과 사과, 노사가 제3자와 함께 참가하는 산업재해 공동조사단 구성을 통한 진상규명, 갑질 자행 팀장 등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 노동환경 개선 및 사망 사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노동조합과의 적극적 대화,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관리 방식의 개선과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한 인력 충원 등의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7월 9일에는 구민교 학생처장이 페이스북에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통해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을 2차 가해하였습니다. 구민교 처장은 갑질 가해 팀장이 재학하였던 행정대학원 교수였으며 학생처장은 기숙사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기에 이러한 망언은 더욱 부적절한 행태였습니다. 팀장의 전 지도교수였던 고길곤 행정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2차 가해 발언을 하였으며, 남성현 관악학생생활관 부관장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노동조합과 유족을 비난하는 내용을 기숙사 공식 공지문으로 게시판에 업로드하고 이를 전 사생에게 문자로 돌리는 행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행한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와 2차 가해는 추모의 마음을 모으던 학생과 노동자 및 시민들에게 더욱 큰 분노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책임자들의 발언은 노동조합을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상정하고 순진한 유족이 노동조합에게 넘어갔다는 등의 부적절한 프레임으로 갈라치기를 시도하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학교 당국의 시선에는 일터에서의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현장 노동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기본적인 태도마저도 매우 부족하였습니다.

 당일 비서공 학생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 및 카카오톡 등의 SNS 프로필 사진을 추모 이미지로 교체하거나 추모 프로필 프레임을 적용하고 해시태그를 다는 등의 온라인 릴레이에 돌입하였습니다. 2019년 사망 당시 “사소하지 않은 죽음”이 추모의 주요 구호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2021년 사망 사건은 오세정 총장 재임 동안 두 번째로 발생하여 공론화된 사망 사건이기에 “다시는 단 한 명도 떠나보낼 수 없다”가 추모의 마음을 모으는 구호로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공동성명의 내용을 카드뉴스로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배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몇 가지 질문들과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이번 사망 사건을 야기하였다는 점을 해설하는 카드뉴스를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공동성명을 비롯한 여러 대자보들이 학내에 붙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입니다. 유족은 9일에 산재 처리를 위해 “일과 사람”에서 공인노무사를 선임하였습니다.

 한편 7월 10일부터는 비서공과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가 공동으로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을 시작하여 주로 온라인 링크를 통하여 서명을 받았습니다. 7월 11일에는 민주일반노조 서울대기계・전기분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등의 학내 민주노조들, 그리고 서울대 비정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 of SNU”도 가세하여 5단위가 함께 고인이 돌아가신 925동 근처의 920동 아고리움에 약식 추모공간을 설치하였습니다. 11일에는 이재명 후보가 해당 추모공간과 기숙사를 방문하여 노동조합과 유족 및 서울대 교육부총장이 배석하여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11일에 노동조합에서는 구민교 처장의 2차 가해성 글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냈으며, 비서공은 12일에 “반성 없는 서울대학교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으로 서울대 당국의 실망스러운 대응과 관계자들의 연이은 부적절한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이를 카드뉴스로도 작성하여 배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서울대학교는 13일에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사과도 책임 의지도 없는 매우 미흡한 입장문만을 발표하였으며 노동조합 입장문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서울대 본부가 배포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계속 노동조합이 사측과 함께 참여하는 산재 공동조사단의 결성을 거부하며 인권센터 조사만을 고집하였습니다. 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 2차 가해자인 구민교 처장과 책임자인 노유선 기숙사 관장 및 박융수 사무국장이 운영위원이라 는 점에서 이러한 모습은 ‘셀프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고, 유족 및 현장 노동자도 인권센터 조사를 보이콧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인권센터가 학생 대상 교수 갑질 및 성폭력 사건 등에 있어서 피해자의 권리 보장이나 학생 참여에는 힘쓰지 않고 가해 교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나 실효성 없는 권고만을 내려온 내력이 있기에 학생들도 인권센터 조사만을 강조하는 학교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편 13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기중 관악구의원 방문 및 간담회, 15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TF 소속 국회의원들의 현장 방문과 간담회, 같은 날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의 방문 및 간담회 등이 이어지며 제(諸)정당들도 사망 사건의 경위와 학교의 부적절한 대응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학생들은 13일부터 이전 약식 추모공간 설치에 이어 정식 추모공간을 설치하고자 노동조합과 함께 행동을 개시하였습니다. 중앙도서관 터널 인문대 방향 게시판을 대여하였고 학생회관(63동) 1층 식당 식권판매소 옆 총학생회 관할 공간 사용에 협조를 구하였으며, 관악학생생활관(920동) 사랑채 옆의 추모공간도 다듬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세 곳의 추모공간들에는 추모 엑스배너와 성명 및 근조 자보 등이 배치되었으며, 지나는 학생과 노동자 및 시민들께서 포스트잇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붙일 수 있도록 조성되었습니다. 아울러 기숙사 사생들이 지나는 919동 식당 앞에 추모 엑스배너가 추가로 설치되었으며, 2019년 공대 청소노동자께서 사망하신 8월 9일 2주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302동 지하 휴게공간 옆에도 2주기 추모공간을 설치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중앙도서관 터널 추모공간에 이번 사건을 다룬 10장의 사진들을 선정하여 사진전을 진행하였으며, 민교협과 민주동문회 등 이번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주신 여러 단위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하여 다양한 단위 대자보를 붙이는 자보전을 진행하였습니다. 추모공간에 연서명 참여를 위한 오프라인 서명지도 배치되었습니다. 많은 학우들께서 중도터널을 지나시며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추모와 연대의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4. 점차 밝혀지는 진실과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발표 (7/14 ~ 8/1)


 7월 14일 JTBC에서 2차 필기 시험지 실물을 확보하여 관악학생생활관 한자 및 영어 명칭을 쓰는 문제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울러 925동 현관 CCTV와 실제 쓰레기 양 등의 자료가 확보되어 공개되면서 학교 측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매우 높았음 또한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JTBC 확보 자료는 2019년의 경우 하루 평균 쓰레기 양이 925동에서 605 ℓ였는데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평균 1013 ℓ로 코로나 이후로 쓰레기 양과 이에 따른 노동강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음이 드러났습니다.

 17일에는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여 청소노동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르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업무와는 무관했던 필기시험의 점수가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계획이었음이 시험 관련 공지에 명백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안전관리팀장에게 평가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미 일찍부터 확보된 평가서에는 담당 팀장이 평가 담당자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여전히 무기계약직 전환이 되지 못한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들의 재계약이나 무기계약직 노인 노동자의 정년 연장을 위한 촉탁직 재계약, 힘든 장소로 배정될 수 있는 근무지 재배치 등에 이러한 평가는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기에 노동자들이 느꼈을 압박감은 매우 컸을 것입니다. 근무 평가와 시험이 무관하다던 서울대 측의 주장이 반박되면서, 비서공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겠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여 거짓 해명에 대한 서울대의 사과와 책임 있는 진상규명을 요구하였습니다.

 18일에 JTBC가 공개한 관악학생생활관 운영실무위원회 회의록은 더한층 충격을 더했습니다. 직무와 무관한 청소노동자 필기시험이 관악학생생활관 관장을 포함한 윗선에 보고되고 승인되었음이 회의록을 통해 드러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이번 직장 내 갑질이 단순한 중간관리자 팀장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며, 서울대 내의 노동 통제에 대해 총체적 진단이 필요함이 분명해졌습니다. 직원 관리 과정에서 교육효과와 사기 진작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동기부여 요소를 활용하라는 회의 내용은 현장 노동자들이 느꼈던 감정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7월 20일에는 동료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7월 14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번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고,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장이 직접 서울대를 방문하여 노동자들이 진상규명 과정에 참여해야 함을 권고한 데 이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중요한 절차가 이어진 것입니다. 4시간 30분에 이르는 긴 조사시간에도 불구하고, 동료를 잃은 슬픔과 학교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여러 동료 노동자들께서 용기 있게 고인을 위해, 그리고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증언해 주셨습니다.

 이렇듯 사실관계가 점차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탄희 의원실은 국회에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비서공과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교수 및 기자 등도 참여하여 이번 사건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편 비서공에서는 이번 사건을 노인 재취업 노동의 사회적 열악함, 서울대 내 간접고용 구조라고도 할 수 있는 차별적이고 이원적인 고용구조의 모순, 여성 노동에 가해지는 중층적 압박 등을 통해 포괄적으로 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된 메시지를 카드뉴스로 제작하여 배포하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7월 30일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① 필기시험 실시 및 시험성적의 근무평점 반영 관련 의사표시, ②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이 조사를 통해 규명되었습니다. 비서공에서는 “서울대, 이제는 사과와 책임의 시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여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라 서울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하였으며, 고용노동부 조사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던 노동강도 등의 포괄적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공동조사단 등을 통하여 명확히 규명해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당시 기숙사 당국은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한 인력 충원은 해결책 자체에서 배제한 채 주말 근무 폐지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설문 조사를 사생 대상으로 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말 근무 폐지는 주말 동안 학생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생들이 주초에 쓰레기를 몰아 버리게 만들기에 실질적인 노동강도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노동자들의 휴일근무수당만을 삭감시키는 대안이기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비서공과 노동조합은 제대로 된 처우 개선을 위해서 대학 당국이 미봉책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인력 충원에 책임있게 나설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5. 총장의 사과와 연서명 전달식 (8/2 ~ 현재)


 8월 2일 오전에 총장 명의의 입장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해당 입장문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사과를 표명하였으며 향후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현장 노동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인 일이며, 2019년 사망 사건 당시에는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을 제외하고는 공식적 사과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학생과 노동자 및 시민들의 사회적 참여와 노력이 총장의 사과를 이끌어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례적인 사과문에는 실질적인 개선 방안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기에 사과가 단지 말이나 퍼포먼스로만 끝나지는 않을지 많은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8월 3일 비서공에서는 “총장의 사과, 사건의 끝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여 실질적 노동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습니다. 아울러 이전에 구민교 학생처장이 사의를 표한 것에 이어 노유선 관악학생생활관 관장과 남성현 부관장이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하여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며 윗선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함을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다시는 단 한 명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라는 의지를 모아주신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 시민사회 연서명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하여 연서명 전달식을 도모하였습니다. 2년도 되지 않아 재발한 사망 사건에 대하여 제대로 된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연서명 전달식 기자회견은 8월 5일 오전 10시 대학본부 행정관 앞에서 비서공과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습니다.

 8월 4일 13시까지 진행된 연서명은 개인 8,305명과 단체 312개의 참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여러 노동법률단체 및 노동단체,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 민교협과 전국교수노동조합 및 전국대학노동조합 산하 23개 대학 지부 등의 대학 사회 관련 단체, 제 정당, 학생단체들과 동문단체인 서울대 민주동문회 등 다양한 단위들이 단체 서명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연서명 전달식에서 비서공과 노동조합은 차별적 고용구조 해소를 통해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한 인력충원 및 처우개선을 이루어야 하며, 최소한의 기본적 처우로서 최저임금이 아닌 서울시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은 ① 노동조합과의 소통을 전담하기 위한 학교측 주체를 선정할 것 ② 노동 전문가와 노동조합이 참여하여 사망 사건의 원인과 노동자 처우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공동조사단’을 구성할 것 ③ 산업재해 관련 담당 공인노무사의 현장조사 및 자료 제공 요청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 ④ 총장이 산재 인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 ⑤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인 배 팀장을 타 캠퍼스로 인사 전보 발령할 것 ⑥ 구민교 교수, 노유선 교수, 남성현 교수 등 2차 가해로 유족과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책임자를 징계할 것 ⑦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기관장 발령에서 전원 총장 발령으로 전환하여 인사 발령을 일원화할 것 ⑧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해 청소노동자 인력을 충원할 것 등 8개 요구안을 제시 하였습니다.

 전달식 당일 오전 11시에 행정관(60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총장-유족/동료 노동자 간담회는 학생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의 참여조차 배제된 채로 진행되었습니다. 연서명 최종결과 서명지와 민주일반노동조합의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안은 유족분에 의해 오세정 총장에게 직접 전달되었습니다. 총장의 간담회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청취한다는 이전의 사과문 내용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정당한 공동체의 주체이자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입니다. 아울러 간담회에서는 추상적인 차원에서 조직문화 개선과 갑질 예방이 필요함 정도만 제시되었을 뿐 노동강도 등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은 제대로 제시되지조차 못하였습니다. 당시 학교 당국은 각 기관에 기존의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자료를 통해 전 직원에게 교육을 실시할 것만을 권고하며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기에, 총장 간담회의 미흡함으로 인한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한편 2019년 사망 사건의 2주기가 다가옴에 따라 비서공에서는 8월 1일에 “2년 전 8월 9일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제목으로 추모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8월 9일 당일에는 비서공과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가 함께 “두 차례의 죽음, 서울대학교는 과연 변화하였는가?”라는 제목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해당 성명을 통해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2019년 사망 사건 이후 2020년에 일괄적으로 진행된 노동자 휴게공간 개선작업이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공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띄엄띄엄 진행되었기에 실제 현장 노동자들이 개선 휴게공간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 못함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공론화되었던 관정도서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창고 휴게 상황도 도서관 내 개선된 휴게공간이 존재함에도 현실적으로 노동자들이 멀리 위치한 휴게실까지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대학이 노동자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바꾸지 않고 사건 대응에 있어 미봉책으로만 일관한다면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는 제대로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기숙사 당국이 이번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혼자’ 휴식하는 동안 발생했기에 1인 휴게실을 반납하고 공동 휴게실을 설치하고자 하는 미봉책을 내세운 것도 마찬가지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방역을 위한 휴게공간 분리 방침에 역행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미봉책만을 내세우며 노동자가 ‘죽는’ 상황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은 것이 서울대학교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비서공에서는 8월 11일부터 잠정 철거하였던 중앙도서관 추모공간을 재건하여 과거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던 사진전을 재설치하였고, 새로 나온 카드뉴스를 전시하는 카뉴전과 최근 상황에 대한 성명 대자보들을 부착한 자보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과 시민들에게 이번 사건과 향후의 과제를 전달하기 위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향후에도 학교 측이 제대로 된 재발 방지와 처우 개선에 나서며 그동안 노동자를 학교 공동체에서 배제하며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취급해온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연대하고자 합니다.

6. 앞으로의 과제: 차별적 고용구조의 해소와 비정규직 없는 학교


 지난 2019년 8월 9일, 폭염 속 공대 302동의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우리는 한 명의 청소노동자분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노동자와 학생들의 요구 끝에 학교 측은 2020년 말에 휴게공간에 대한 일정한 개선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2주기 추모를 지내기도 전에 우리는 또다른 청소노동자분의 죽음이 갑질과 높은 노동강도 속에 발생하는 일을 보아야 했습니다. 열악한 휴게공간, 비인간적 직장 내 괴롭힘, 지나치게 높은 노동강도 등은 모두 포괄적인 노동환경의 문제이며, 이렇게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서울대 내에서 개선되고 있지 못한 현실은 노동자를 바라보는 학교 당국의 차별적 인식이 제대로 변화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노동자를 학교 공동체의 존엄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기보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아 통제하고, 이를 위해 차별적인 고용구조를 유지하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서울대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18년경 서울대학교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였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총장 발령 정규직인 법인직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임금과 복지 등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도 맞지 않는 각종 차별에 시달려야 했고 전환 이전보다 처우가 더욱 악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기계약직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무기직으로의 전환도 진행되지 못한 채 고용불안과 해고 위험에 놓여야 하는 계약직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관악학생생활관의 청소노동자들도 용역고용에서 직고용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정년이나 처우에 있어서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하였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고인의 동료 노동자들 중에는 매 6개월 혹은 1년마다 새로 재계약을 해야 하기에 상시적 고용불안에 놓인 계약직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력 충원이나 계약직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하여 기숙사의 재건축 예정을 핑계로 삼아 응하지 않고 있지만, 재건축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새롭게 지어진 글로벌학생생활관은 BTL 민자 기숙사로, 청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무가 용역에 외주화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서울대학교 노동의 현실입니다. 서울대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가 책임지고 재정을 투여하여 차별을 시정하는 ‘진짜 정규직화’는 요원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총장 발령 법인직원과는 달리 각 기관 기관장 및 단과대 학장이 발령 및 인사 관리의 권한을 갖는 다수 자체직원의 존재는 서울대의 차별적 고용구조를 드러냅니다. 고인을 비롯한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들은 시설관리직 직군으로 분류되지만, 넓은 의미에서 총장이 아닌 관악학생생활관 관장이 발령하는 자체직원으로 이야기될 수 있습니다. 관악학생생활관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에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169명이 정원인데다 노후 시설로 인해 엘리베이터도 부재한 기숙사 925동을 한 사람의 청소노동자가 담당해야 하는 비인간적 노동강도는 이러한 차별적이고 무책임한 고용형태와 맞닿아 있습니다. 노동강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인력 충원을 요구해도 이를 위한 인건비 증액 등을 대학본부와 총장이 책임지지 않고 기관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장인 서울대가 책임있게 인력 충원과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지난 4월 비서공을 비롯한 학생들과 학내 여러 노동조합들은 4월 30일까지 총장이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 정부 출연금 예산요구서에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반영하라고 요구하며 공동성명 공문을 발송하고 기자회견 등 공동행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총장발령 법인직원의 인건비 예산은 긴밀히 조율하는 학교 본부에서 저희의 요구에 대한 응답은 없었습니다. 더는 단 한 사람의 노동자도 산업재해로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환경을 포괄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인건비와 인사관리를 대학본부가 평등하게 책임지는 고용구조가 필수적입니다. 대학본부가 책임지는 ‘진짜 정규직화’와 실질적인 처우 개선, 이를 통한 차별적 고용구조의 극복과 비정규직 없는 대학 만들기가 이번 사건 이후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노동자와 학생이 모두 학교 공동체의 진정한 민주적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때만이 누구도 출근하였다가 살아서 퇴근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대학,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권리가 진정으로 보장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속적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