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십시오
지난 6월 26일(토)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이모 씨께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9년 8월 폭염 속의 열악한 공대 302동 휴게공간에서 청소노동자 한 분을 떠나보낸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입니다.
사망 사건 이후 고인의 죽음 뒤에 지나친 노동강도 및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이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고인이 청소해야 했던 기숙사 925동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무거운 100L 쓰레기봉투를 계단을 통해 옮겨야 합니다. 아울러 넓은 건물 전체를 한 사람이 홀로 청소해야 하기에 노동강도가 매우 높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배달음식이 늘어나면서 쓰레기가 증가하여 노동강도는 더욱 격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위한 노동자들의 인력충원 요구는 번번이 무시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고인을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은 안전관리 팀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난달 초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은 노동자들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회의를 신설하더니, 회의 참석 시 정장 등 청소노동자의 업무와는 무관한 ‘단정한 복장’을 입으라고 강요하였습니다. 회의에 노트와 볼펜을 지참하지 않거나 작업복을 입고 올 경우 인사관리에서 ‘감점’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기숙사 건물별 준공연도를 묻거나 ‘관악학생생활관’를 영어 및 한문으로 쓰라고 하는 등 업무와는 관련 없는 문제를 필기시험으로 치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하여 모멸감을 주었습니다. 식사시간까지도 감시하며 통제하고, 제초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삭감하겠다며 협박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관리자들이 새로 도입한 군대식의 ‘청소 검열’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습니다.
비인간적 직장 내 갑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배경으로 발생한 사망 사건에 대해 서울대학교 당국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서울대 관계자는 필기시험에 대해 “노동자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갑질 행위를 두둔했습니다. 안전관리 팀장에 대해서는 “평소 업무를 잘 하던 사람”이라며 “징계 예정은 아직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필기시험을 폐지할 예정이며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당연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서울대 당국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도, 책임 인정도, 실질적인 대책 제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대 당국은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2019년에 이어 또 한 사람의 청소노동자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낼 수 없기에 반복된 죽음을 초래한 현실을 바꾸어내고자 합니다. 고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우리는 서울대 총장님께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또다시 일어난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학교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십시오.
하나, 노사가 함께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여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십시오.
하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직장 갑질을 자행한 팀장 등 책임 있는 관리자들을 징계하십시오.
하나,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노동조합과 적극적 대화에 나서십시오.
하나,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청소・경비 노동자의 인간다운 처우 보장을 위해 인력충원을 비롯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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