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죽었다!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 연대사


 안녕하십니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현이라고 합니다. 우선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조합원 동지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번 산재 사망 사건을 마주하며 2019년 공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로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서울대의 현실이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에 참담합니다. 비록 2년 전에 드러난 열악한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은 노동자와 학생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작년 말부터 다소 개선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관리자의 강압적인 갑질과 억압적 노동 통제는 노동자를 바라보고 대하는 학교의 인식과 태도가 진정 변했었다면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강요하고, 식사시간마저 감시하여 통제하며, 업무와는 오히려 맞지 않는 회의 참여 복장 강요를 포함해 각종 방식으로 청소노동자들을 협박하는 서울대의 모습... 안전관리팀장을 포함한 관리자들의 이러한 갑질 행태가 그렇지 않아도 높은 노동 강도로 어려움을 겪었을 청소노동자 선생님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로 몰아넣었을 것입니다. 군대식 검열을 비롯한 통제적인 노동 관리로 노동자들의 ‘기강’을 잡겠다는 모습은 서울대학교가 여전히 노동자들을 비용 절감만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노동자를 존엄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와 이의제기에 대해서 협박으로 억누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서울대학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죽음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갑질을 가한 관리자들, 관악학생생활관 뿐만 아니라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인식을 바꿔내지 않은 서울대 본부와 오세정 총장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과거 기숙사에 거주하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청소노동자 조합원 선생님이 종종 생각납니다. 그분께서는 언제나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에서 무거운 쓰레기를 나르시면서도 학생들에게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하셨습니다. 그렇게 자부심을 갖고 일해오신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참담한 갑질이 가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을 통해 공부하고 생활하는 학교의 일상을 유지해왔던 학생으로서 정말 부끄럽습니다. 이번 사망 사건을 초래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도 학생들도 이러한 학교에서 일하고 공부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은커녕 부끄러움만 느낄 것입니다.

 저희 비서공은 노동자-학생 모두의 권리를 위한 노학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하고 학생들이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노동자와 학생 모두가 안전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는 학교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더는 산업재해로 일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도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