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제는 사과와 책임의 시간입니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발표에 부쳐
7월 30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에 발생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①필기시험 실시 및 시험성적의 근무평정 반영 관련 의사표시, ②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이 밝혀졌습니다.
이제는 사과와 책임의 시간입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 당국은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갑질에 대하여 사과도 책임 인정도 회피해왔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놓인 노동 통제에 있어서 학교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 고인과 유족들 및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유감 표명이 아닌 진정성 있는 공식적 사과를 오세정 총장님께 요구합니다.
더 나아가 이번 고용노동부 조사의 대상이 아니었던 윗선의 책임과 포괄적 노동환경의 문제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합니다. 안타까운 산업재해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를 가능하게 했던 서울대 내의 전반적 인사관리 문화와 높은 노동강도를 강제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노동조합과 함께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 당국은 그동안 인권센터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명목으로 실질적 처우개선책 마련을 뒤로 미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갑질과 관련된 고용노동부 조사결과가 이미 발표된 지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은 너무나 명백한 지금, 처우 개선을 미루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합니다. 학교 당국이 노동환경 개선과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시간입니다.
최근 관악학생생활관 당국은 노동조합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사생들을 대상으로 주말 근무 폐지안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불편함을 가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자들의 실질적 노동강도는 줄이지 못하면서 휴일근로수당만을 삭감시킬 수 있기에 실질적 해결책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처우 개선을 위한 대안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여 실질적인 개선을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마땅합니다.
지금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안은 인간다운 노동강도 보장을 위한 인력충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충원을 위한 인건비 증감에 대하여 실질적 권한을 가진 대학본부가 관악학생생활관 등의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이 변화해야 합니다. 서울대 당국에 그동안 기관장 발령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을 총장 발령으로 직고용하여 기존의 차별적이고 이원화된 고용형태를 변화시킬 것을 요구합니다. 진정 노동자를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존엄한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당장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