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8월 9일을 다시 생각한다

2019년 302동 휴게공간에서 돌아가신 청소노동자분의 2주기를 맞으며


 2019년 8월 9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02동 지하의 열악한 휴게공간에 들어선 청소노동자분은 세상을 떠나신 후에야 휴게실을 나올 수 있었다. 계단 아래의 비좁은 공간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폭염을 피할 냉방시설도 한겨울을 대비한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한 사람이 몸을 누이기에도 비좁은 휴게공간은 청소 용구 보관 창고와 맞닿아 있었기에 머리를 아프게 하는 기름 냄새를 피하기도 어려웠다.

 고인이 떠나보낸 후 서울대의 노동자와 학생들은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학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추모와 처우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열악한 휴게공간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고, 노동환경 개선을 대학본부에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나 추모제가 열릴 때까지도 서울대 당국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 움직임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거듭된 요구는 결국 2020년 연말에 서울대 본부가 휴게공간 개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고인을 떠나보낸 302동 휴게공간을 포함하여 지하 및 계단 아래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폐쇄되거나 창고로 전용되었고, 환기가 가능한 지상에 냉난방 시설이 갖추어진 공간으로 여러 휴게실이 이전되었다. 고인의 죽음을 기억하고 1년 넘게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온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노동자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거나 비가시화하며 설계된 건물의 구조 문제로 일부 휴게공간은 개선되지 못하였다. 개선 작업이 노동자들의 실제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기계 소음 등의 문제로 실질적 불편 해소가 이루어지지 못한 곳들도 존재했다.

 게다가 2019년 사망 사건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한 2021년 6월 26일의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은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바라보는 서울대의 시선이 과연 변화하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번 죽음의 배경에 놓인 직장 내 갑질과 통제적 노동 관리 및 비인간적 노동강도는 서울대 내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제대로 변화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서울대학교가 노동자를 존엄한 학교 구성원으로 대하며 휴게공간과 노동강도 등을 포함한 포괄적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할 죽음이, 오세정 총장 재임 중 두 차례나 되풀이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망 사건 이후 중앙도서관의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이 매우 열악한 상황임이 알려져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마주한 우리는 2019년 공대 청소노동자분의 2주기를 맞으며 2년 전 8월 9일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학과 사회의 일상을 유지해온 노동자의 생명 앞에서 서울대학교가 사망 사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떠한 미봉책도 근본적 재발방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연이은 죽음 앞에서 서울대가 노동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 자체를 바꾸고 포괄적 노동환경 및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