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겠습니까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임이 드러난 청소노동자 필기시험, 거짓 해명에 대한 서울대의 사과와 책임 있는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6월 9일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르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 측에서는 여러 차례 해당 시험이 근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필기시험의 점수가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계획이었음이 사진에 나타난 시험 관련 공지에 명백하게 드러났던 것입니다.
해당 필기시험의 명칭은 "미화 업무 필기 고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고사"는 단어의 정의 자체가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여기에 더해 근무성적평정 반영 계획도 명백하게 공지에 명시되었는데, 어떻게 그동안 학교 측의 관계자들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거짓 해명을 해 왔던 것입니까.
청소노동자들에게 고용 및 노동환경과 직결되는 근무 평가 권한은 생사여탈권과도 같습니다. 평가 점수가 낮을 경우 더욱 노동환경이 나쁜 근무지로 발령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정년 후 촉탁직 근무를 위해 재계약을 거칠 때 낮은 근무평가 점수가 고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년을 앞둔 고인에게 이토록 터무니없는 필기시험 평가가 어떤 의미였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어온 학교는 직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이 직장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 변명하시겠습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겠습니까. 거짓 해명으로 사실을 숨기면 끝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서울대 당국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감은 나날이 커져만 갑니다. 거짓말로 일관해온 학교의 모습은 학교가 주장해온 인권센터 조사가 얼마나 신뢰성이 없을지에 대한 확신만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오세정 총장님은 그동안 서울대 당국이 일삼았던 거짓 해명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유가족과 노조 및 국회와 전문가 등 제3자를 포함하는 노사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 결성 요구를 즉각 수용하십시오. 서울대 당국이 그토록 강조해온 "자긍심"을 지키는 길은 거짓말로 진실을 덮는 길이 아니라 진상규명에 책임 있는 태도로 나서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