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너머 농민 생존권 보장되는 세상 with 전여농&전농 사전집회 및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총궐기대회 결합

지난 가을학기에 비서공은 ‘이야기가 있는 숲(이야기숲)’ 먹거리운동가들의 제안으로 서울대생협 학생식당 조리노동자들과 함께 밥상회와 토크콘서트, 후속 전시 등의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여성 농민이 기른 생태 농산물 밥상을 그동안 식탁을 돌봐온 노동자들과 나누며 먹거리를 통한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이야기하고, 돌봄과 연대에 대한 관심을 농촌과 농민에까지 넓혀보는 계기였습니다.
오늘 사전집회에서 비서공은 발언하지 않았지만, 일정상 작년에 공개되지 못한 밥상회 후기를 이번 기회에 공유드립니다. 해당 후기는 향후 ‘이야기숲’에서 펴낼 책자 『식탁을 차리는 이의 식탁: 서울대생협 조리노동자와의 밥 한끼』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지난 6월 10일, 우리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식사 자리에 둘러앉았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수많은 끼니를 준비해온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학생식당 조리노동자들과 한 끼를 나누는 대화의 장이었다. 몇 차례의 파업과 올해 초 진행된 인력 충원 요구 피케팅 속에서 우리는 ‘학식’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높은 노동강도를 살펴보게 되었다. 이후 건강권과 노동안전을 다루는 현장 간담회 등의 연대로 그 목소리를 대학사회에 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에 ‘이야기숲’의 먹거리운동 활동가들이 준비해주신 밥상회는 처음의 어색함을 넘어 금새 웃음이 오가는 자리가 되었지만, 일터와 생활에 대해, 식사와 돌봄에 대해 조리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 나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학생식당 배식코너를 오가며 쉽게 볼 수 있듯 학교에서 우리의 밥상을 차리는 조리노동자들은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탁을 돌보는 여성의 노동은 사회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가정’에서의 ‘집밥’을 너무나 당연시하듯, 단체급식에서도 조리노동의 평가절하가 너무나 당연시된다. 일상적으로 조리노동자들을 향해 감사와 인사를 건네긴 하지만, 누군가의 노동에 대해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으로 답하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가 구인난을 초래하고 인력이 줄어드니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해 많은 직업병에 시달리게 된다는 현실을, 우리는 자주 듣고 또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만난 노동자들은 누구보다도 조리노동에 있어서 숙련된 전문가들이었고 그 노동의 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인력 충원을 위해서, 노동권과 학생복지에 대한 대학본부의 책임을 위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온 분들이었다. 학생들의 감사와 연대에 힘을 얻는다는 말씀은 식탁을 차리는 노동에 대해서도, 권리를 위한 요구에 있어서도 더욱 힘내겠다는 말씀으로 이어졌다.
제철 음식으로 구성된 밥상에 둘러앉은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식사가 어떠한지에 대해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학생의 원활한 식사를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그런 조리노동자들은 충분한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혹은 끝낸 직후에 급하게 식사를 하고 다음 끼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단다. 한때는 그런 식사에서도 고객에게 제공되는 메인 메뉴가 노동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았기에 2021년 파업을 통해서 평등한 식사를 위한 권리를 쟁취해야 했다. 최소한의 존엄을 상징하는 평등한 식사를 위해 그런 투쟁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건강과 안전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왔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모두의 건강과 복지를 지탱하는 노동이 얼마나 그와 거리가 먼 조건에서 수행되어 왔는지도 말이다. 지금도 인원이 부족하니 눈치가 보여 연차를 쓰기 어렵고 방학 때가 돌아오면 몰아서 쓰고는 하는데, 내년에 정년퇴직자가 대거 발생하면 인력 충원 없이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식당 운영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식사를 둘러싼 문제들은 노동자뿐 아니라 학생의 삶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학생식당의 운영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학생들이 식탁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폭도 좁아져 왔다. 사회과학대학 인근에 위치한 감골식당은 생협 식당으로서, 그리고 2018년 외부업체에 외주화된 이후에도 채식 지향의 뷔페와 할랄식 코너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2023년 감골식당이 폐점되며 채식을 지향하거나 종교적 이유로 할랄식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제때 식사를 하기 어려워져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다. 채식 식단을 구할 수 있는 곳들은 때로는 너무 멀고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의 식사할 권리도 침해되고 있다. 대학본부가 노동조건 개선과 인력 충원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는다면, 그래서 학생식당의 운영이 점점 어려워진다면, 학식 줄은 더욱 길어지고 여유로운 식사시간도 우리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복지이자 권리로서 다양한 식사에 대한 접근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식탁을 돌보는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조리노동자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드물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는 가사노동이나 조리노동과 같은 돌봄에 대한 평가절하가 구조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학식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와 단절되어 애착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당장 학식 조리노동자와 배식대 바깥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너무나 적고 격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과 간단한 인사 이외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드물다. 그러나 돌봄의 제공자와 수혜자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나누는 이번 경험은 우리가 서로의 상호의존성에 대해 더 살펴보게 만들었다. 돌봄노동자가 일터 바깥에서는 어떤 돌봄을 수행하고 또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가는지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지금의 식사, 그리고 앞으로 원하는 식사의 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한 노동자께서 평소 주말농장을 다니며 그곳에서 수확한 채소로 집에서 식사를 꾸린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런 과정은 물론 바쁜 대학의 생활 리듬과 단체급식에서는 가능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식사가 어떤 곳에서 온 식자재로 만들어지며 어떠한 노동과정을 경유하여 식탁에 오르는지, 그리고 식탁에서 어떤 존재가 배제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식당 노동자와 고객 사이의 상호의존성 뿐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둘러싼 수많은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식사가 만들어지거나 혹은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돌아봤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의 사회적 맥락을 성찰하는 과정은, 더 나은 식사가 가능하기 위해선 돌봄의 저평가와 책임 전가가 아니라 상호적인 서로 돌봄의 관계가 필요하다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노동환경 등에 주로 초점을 맞춘 이전의 인터뷰나 간담회도 의미 깊었지만 이번 자리에서 오간 고민은 다른 의미에서 뜻깊었다. 밥상을 통해 가능해진 노동자와 학생의 마주침이 서로의 세계를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는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취하는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경험하는 식사, 본가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먹는 ‘집밥’, 단체급식 학생식당의 조리노동자가 가정에서 가족 돌봄으로서 경험하는 밥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 열린 것은 특별했다. 우리가 이야기한 식사는 때로는 행복했지만 때로는 부족했고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나 식탁에서의 배제를 함의하기도 했기에, 더 나은 식사를 위한 각자의 고민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학생 사이의 연대는 투쟁이 벌어질 때 함께하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일상의 장에서 출발하여 생활 속 상호의존성에 대해 공통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적 상호의존성에 대한 고민은 대학 공동체를 상호 돌봄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요구를 함께 구성해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의 식사가 서로 돌봄의 관계 속에서 경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동권 확충과 인력 충원, 학생복지에서 다양한 식시지향 고려에 대한 대학본부의 재정적 책임을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요구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번 학기부터 우리는 청소 직종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스포츠를 하며 교류하는 “호호체육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식사와 스포츠를 ‘비정치적’이라고 흔히 간주하고 일터와 무관한 것으로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식사와 관련된 권리가 사실 너무나 ‘정치적’인 것이듯, 중년 여성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탁구를 배우면서 우리는 스포츠에 대한 권리가 휴식과 여가의 권리에 대해, 일터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대해, 우리의 공간에 노동자가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구분을 비판하는 오래된 구호처럼 개인의 일상이 자리하는 공간에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런 곳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상호적인 교류가 어떻게 연대의 기반이 되는지 계속해서 느낀다.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노동자와 학생이 그렇게 ‘노학연대’로 공통의 이해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 본다.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모두의 더 나은 식사를 위해, 사실상 ‘간접고용업체’처럼 운영되고 있는 서울대 생협 복지사업에 대한 대학의 직접 책임과 대학 직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