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방송 SUB 관악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인터뷰 출연
기 자: “지난달 16일, 우리 학교 관악학생생활관에서 한 청소업무시설관리직원이 사망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에서는 학교 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권침해를 지적했고, 학교 측은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도 철저하게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관악을 보는 눈 관악포커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양측의 주장과 그 전말에 대해 더 자세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기 자: “지난 7일, 우리 학교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李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925동 여학생 기숙사에서 근무하던 한 청소노동자의 사망을 기리는 동시에 이에 대한 서울대학교 측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우리 학교 제2공학관 건물 내 휴게실에서 잠든 한 청소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고인이 죽음을 맞이했던 휴게공간은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1평 남짓한 열악한 공간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작년 8월 10일, 우리 학교 행정관 앞에서는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노동자-학생 공동집회’가 열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등 총 14개 단체가 모여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를 추모하고, 불평등과 차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학교를 만들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들은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사회적 죽음이라고 규정하고 사람들이 행동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학교에서는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주노총 측에서는 고인이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을 포함한 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지시, 힘든 노동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으며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늘어난 쓰레기양은 고인의 노동강도를 높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20개월을 일했던 고인 이 씨는 겨우 나흘의 휴가밖에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또한 173일의 주말 중에서 94일을 출근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925동 전 층의 대형 100 리터 쓰레기봉투를 매일 여서일곱개 가량 혼자 운반했습니다.”
이재현(비서공 학생대표): “이번 사건은 단순하게 표면적인 갑질과 같은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갑질이 가능했던 전체적인 노동 관리 문화가 있었던 거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야기했던 전반적 조건을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결국에 저는 이 과정에서 서울대 내에서 있는 굉장히 차별적이고 또 이원화된 고용 구조 고용 형태를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 자: “하지만 이에 대해 학교 측과 동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주말 근무는 이 씨가 원해서 한 것이며, 그에 따라 1.5배의 수당을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동료들은 ‘위에서 나오라기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은 집회에서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군대식 업무지시를 내렸던 것은 물론, 청소노동자 회의를 만들어 볼펜 혹은 수첩 등을 들고 오지 않을 경우 감점하겠다며 협박했으며, 청소노동자들에게 시험을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그 문제 내용 자체가 기숙사 첫 개관 연도나 ‘관악학생생활관’을 한문/영어로 쓰는 법을 묻는 등 청소와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며 불필요한 갑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또한, 각자의 성적을 회의 시간에 공개하는 등 개인에게 모욕감을 주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를 통해 갑질을 자행하는 서울대학교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 노동자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고인의 남편은 발언대에 서서 ‘일을 하러 온 것이지 죽으러 온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살아 있는 채로 귀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이후 비서공 및 민주노총은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연서명을 통해 학교 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 노사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에 힘쓸 것, 관리자를 징계할 것, 노동환경 개선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 인력충원 등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그 목적을 밝혔습니다. 지난 10일에 시작된 연서명에는 14일 오후 5시 기준, 나흘 만에 6107명이 참여한 상황입니다. 학내 곳곳에는 추모공간이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비서공, 학내 비정규직의 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 등 5개 단체가 총 3곳에 마련했는데요. 중앙도서관 터널 인문대 방향 게시판, 학생회관 1층 식당 식권판매소 옆,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 사랑채 앞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년 전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302동 지하 휴게실 앞에도 별도의 추모공간을 설치했습니다.”
이재현: “저희는 이번 사건을 대응함에 있어서 학생분들께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시고 또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고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간에 많은 학생들이 추모에 목소리를 모아주셨고 또 이런 사건이 재발 방지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책임지는 진상 규명 필요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많이 내주셨던 것 같아요.”
(정치외교학부 20학번):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굉장히 유감스럽고. 그래서 여러가지 입장문이나 기사 같은 것을 보면 기숙사 관리하는 기관이랑 중앙 본부 측이랑 어느 정도 업무상 단절 같은 게 있어서 이런 일들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명확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학교 측에서는 좀 더 명확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고 또 학생들도 평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기 자: “반면, 몇몇 청소노동자들은 집회에서 주장된 것과 사뭇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안전관리팀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에서야 미화팀이 제대로 된 회의실에서 회의하게 됐다거나, 개인 명패를 만들어주는 등 서울대 교직원으로서 대우받는 느낌을 주었다고 말했는데요. 또한 그가 볼펜, 수첩을 갖고 오지 않으면 감점하겠다고 협박한 것은 사실 평가시스템 자체가 없어 의미가 없었으며, 오히려 갖고 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며 민주노총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은영 학생부처장은 현재 학교가 사실관계 파악 및 조치를 위해 학내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며 집회에서 문제의 온상 중 하나로 지적됐던 관악생활관 안전관리팀장은 직무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기 자: “서로 엇갈리는 민주노총과 학교 측의 주장,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학교 내에서 청소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비극이 불과 몇 년 새 두번이나 일어났습니다. 더이상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