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동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 추모문화제 및 추모집회

개회사: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최인영

네, 여러분! 지금부터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학생 공동집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작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 서울대학교 302동 휴게실에서 에어컨 하나 없이 휴식하시다가 돌아가신 청소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더 나아가서, 서울대학교 내에 계속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책임회피에 문제제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서울대학교를 만들기 위한 저희의 목소리를 여러분이 바라보고 있는 이 본부에 외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오늘의 집회 식순을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집회는 1부 추모문화제와 2부 추모집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추모문화제에서는 노동자분들의 추모발언이 있고, 그리고 추모공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2부에서는 작금의 서울대학교의 비정규직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다양한 단위들의 발언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에 앞서서 오늘 이 자리에는 추모에 함께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없는 서울대학교에 연대하고자 시민사회를 비롯한 많은 학생단위에서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시간관계상 공동주최 단위와 참석단위는 이름만 부르고 소개해드리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많은 단위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본격적으로 문화제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민중의례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괜찮으신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땅의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신 선배 열사들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시다가 돌아가신 고인을 생각하면서, 묵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묵념 바로. 다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투쟁! 투쟁! 투쟁투쟁투쟁!!
추모편지: 사소하지 않은 죽음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 사무차장 오순자

님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던 저희들은 어느덧 시간의 흐름 속에 한 점으로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덮친 여름날, 지하의 비좁은 공간에서 잠시 쉬고자 눈을 감으셨던 님은 그곳에서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하셨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았으면, 조금만 편안한 공간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시지는 않았을 것을…….
지금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님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할 수가 없는 저희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편지를 쓰고 있는 저희들이 너무나 죄송합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영원히 분노하고, 영원히 추모하고, 영원히 가슴 속에 담아두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역사의 한 조각에 지워지는 일이 없도록, 파도에 밀려 사라지는 불씨가 되지 않도록, 다시금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내년에도 잊지 않고 님을 저희들의 기억에 올리고, 그 후에도 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추모발언: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기계전기분회 분회장 임민형

이러한 사실이 있었는데도, 죽음에 이르게 한 현장을 방치해 두고도, 고인이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언급을 하는 학교 측의 비인간적인 처사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대학문화가, 생명의 가치를 너무나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되어집니다. 대학교라는 데는 미래세대를 양성하고 가르치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부터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되어집니다.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라는 마음보다, 공간부족이라는 원인이라고 하며, 각자도생 문화, 기득권 의식 등, 이것이 과연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는 길입니까?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지 않는 모습들을 보며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부당함에는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다양성이 잘 포착되지 않는 곳에서 은폐된 다양성을 찾아낼 수 있는 더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통이 발생하는 곳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민감한 청각과 은폐된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밝은 눈으로, 다시는 이와 같이 어처구니없이 동료를 잃는 일이 없도록,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파수꾼이 되어 주십시오.
끝으로, 잊혀버리면 되풀이됩니다. 실천하면 발전합니다. 라는 말로 추모발언을 마칠까 합니다. 다시 한번 고맙고 감사합니다.
기조발언 1: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대표 양진영

고인을 포함한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휴게 환경을 보장하라고 계속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이 요구를 삭제하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빼라고 말해왔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서울대에 노동자 휴게 공간 개선을 권고하면서 일부 휴게공간이 개선되었지만 그 권고안 역시 청소노동자에만 해당되는 안이었고, 다른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서 휴게 공간 개선을 얻어내야 했습니다.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 역시 작년 파업을 통하여 휴게실과 샤워실 등 열악한 환경을 알렸습니다.
이는 대학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교수를 위한 연구 공간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강의실이 대학에 꼭 필요한 공간으로 생각되는 것과 달리,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은 대학에서 없어도 되는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그 건물에서 일할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우리에게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모른 척 하며 사회의 인재가 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을 하는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어디서 쉬는지에 관심 갖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서울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가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강의 시행으로 생협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부분에 대하여 대학 본부는 “별도 법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비대면 강의 결정은 대학 본부가 직접 했는데 말입니다.
생협 노동자들을 위한 생계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은 채 정책 결정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겼습니다.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급휴직을 시행하고, 식당 문을 닫았고, 계약직 노동자들을 계약만료 시키면서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세졌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것입니다.
서울대의 일상을 만드는 여러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깨끗한 서울대를 위하여, 누군가는 안전한 서울대를 위하여, 누군가는 편리한 서울대를 위하여, 누군가는 건강한 서울대를 위하여 노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그들은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서울대 청소・경비, 기계・전기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고, 차별적인 복지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많은 자체직원들은 서울대에서 몇십 년동안 일해 왔지만 기간제 계약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식당, 카페, 매점 노동자들은 생협이라는 별도 법인에 고용되어 있다는 이유로, 대학 본부와 교섭도 하지 못하고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계속 노출되어 있습니다.
모른 척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노동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서울대의 일상을 위해 노동했던 302동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서울대의 일상을 책임지는 모든 노동자들은 서울대의 구성원이며,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노동환경은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기억합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고 차별받지 않는 서울대를 위하여 학생들이 함께 목소리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단위 발언 1:
동아리연합회장 정규성

코로나19와 폭우로 인해 학내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기대할 수 없는 한 평 남짓한 공간은, 《기생충》 반지하방보다 여실하게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 계급갈등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라는 학문공동체 안에 같이 살아가면서 학내 노동자분들의 존재는 애써 지워지고 비가시화되었습니다.
고인의 죽음으로 비로소 우리는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치게 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휴게할 수 없는 휴게실 속에서 많은 노동자분들이 또다시 생존을 위해 위태롭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에서 노학연대라는 말이 공허한 외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식당 운영시간 축소로 인해 학생들의 복지가 후퇴될 때, 생협 노동자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인상이 후퇴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최근 생협과 호암의 재정난으로 직원분들에게 유급휴직을 권고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에 부정적인 기사를 내놓았던 것 역시 기억합니다.
서울대는 대학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방관하며, 학생들의 복지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난상황 속에서 학내 노동자들과 학생의 삶은 끊임없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진리의 전당이라는 허울 좋은 말이 아닌, 대학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공간이 될 것을 요구하며, 우리는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지 않도록, 대학이 이윤추구를 위해 처우개선이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서울대학교와 정치권에 다음을 요청드립니다.
서울대학교는 단과대별로 휴게실 환경 실태조사를 다시 진행하여 에어컨이나 환풍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시설들을 파악해 주십시오. 또한, 건물 내의 공간배정에서 노동자의 휴게편의공간이 여타의 학내구성원들과 동등하게 다루어질 수 있도록 고려해 주십시오
정치권은 각 대학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해 주십시오. 그리고 열악한 청소・경비 노동자들, 그리고 그뿐만 아니고 모든 노동자들의 휴게공간 개선을 위해 예산을 확충해 주십시오.
서울대의 모든 구성원의 안전하고 차별없이 살아갈 그 날까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연대하고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단위 발언 2: 사소하지 않은 죽음, 그 죽음은 노동자의 탓이 아닙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기획팀장 정우준

2019년 202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한 명 한 명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었고, 그 죽음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 소중한 생명과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전하고, 변화를 만들어낸 오늘 추모식을 준비한 모든 분들의 마음을 기억합니다. 다만 정부는 오늘의 죽음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발언을 준비하면서 정부가 만든 2019년 중대재해 조치현황이라는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노동건강연대와 민주노총, 매일노동뉴스 등이 매해 4월 28일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에 최악의 살인기업선정식을 개최할 때 사용하기 위해 요청한 자료입니다. 그 자료를 보니 오늘의 내용이 한 줄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재해발생일 2019년 8월 9일, 보고일 8월 16일, 원청 서울대학교, 사망1명, 발생형태 기타, (검찰) 송치의견 조사생략, 비고 개인지병.” 폭우, 폭염, 태풍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날씨를 탓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었던 한 노동자의 일터에 대한 내용은 도외시 되었고, 그저 개인지병이라는 것으로 한 죽음이 정리되었습니다.
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봐왔습니다. 늘 같았습니다. 회사는 기업주는 고 김용균 노동자에게도 가지말아야할 곳을 갔다. 하지 말아야할 업무를 했다라고 했습니다. 죽음의 탓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한 노동자에게 닥친 불운이나 실수로만 보였을 것입니다.
1년전 오늘 4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두명의 노동자가 떨어졌고, 한 명의 노동자가 끼어 죽었고, 한 명의 노동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강북구, 포천, 남동구, 부산 동구 대한민국의 전역에서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매번 가장 많이 죽는 유형입니다. 우리가 지금 멈춰 있다면 올해의 오늘이 작년의 오늘과 다르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은 한 노동자에게 닥친 불행이 아닙니다. 사고, 질병이라는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더 힘들고 열악한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가 더 많이 사망한다는 것을. 위험은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오고, 경제적・사회적으로 가장 불평등한 그 곳에서 사망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심화된 불평등과 아래로 내려온 위험을 온 몸으로 견뎌냈던 한 노동자가 2019년 8월 9일 사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5명, 6명의 노동자가 위험과 불평등을 속에서 또 사망할 것입니다.
불평등과 위험과 다르게 노동자 생명을 담보로 만들어낸 이윤은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원・하청관계의 사슬 가장 위에 있는 기업과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해 노동자의 사망이,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나 지병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불평등으로 인한 결과 때문임을 알려야 합니다. 맞습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노동자 죽음에 400만원 벌금 매기는 대한민국, 그리고 100명 중 1명만 감옥에 가는 현실에서, 노동자 죽음에 당당하게 개인의 지병과 실수를 들먹이는 기업과 사업주에게 대한 처벌이 없다면, 엄격한 사회적 책임이 없다면, 오늘과 같은 1주기, 2주기, 더 나아가 또다른 장소에서의 1주기, 2주기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는 이러한 상황을 끊어내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21대 국회에서 꼭 제정하고, 여기 계신 많은 분들과 더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조발언 2: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 분회장 정성훈

이것은 서울대학교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의 생각이 차별을 염두에 두고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다는 차별적인 시각에 근거한 것입니다. 너희들은 우리가 시키는 일을 하고, 우리가 주는 것만 받아가면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사람답게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는 평균임금을 지급하고, 법인직원들이 받고 있는 복지를 같은 금액이 아닌 같은 비율로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돈을 같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저희들의 기본급에 같은 비율로 지급을 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법인직원들과 똑같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은 비율의 복지혜택을 달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서울대 구성원으로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임금도 아닌 같은 비율의 복지혜택을 지급하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서울대학교는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무시하고 있으며, ……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대우를 버젓이 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전분회에 속해 있는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은 그대로, 무늬만 무기계약직이지 법인직원들은 고사하고 자체직원들에 비해서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위험하고 귀찮고 더러운 일들은 저희 시설관리팀 직원들이 다 하는데, 그에 합당한 대우는 다른 나라 이야기이니, 어찌 개탄스럽지 않겠습니까.
서울대학교는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처우와 복지를 개선하여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든 직원들은 같은 조건의 복지혜택을 받을 충분한 권리가 있습니다. 의무만을 강요하지 말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서울대학교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조발언 3: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지부장 송호현

사람들은 유야무야 명성과 인격을 동일시하고는 합니다. 저에게 서울대학교는 가지고 있는 명성만큼이나 인격이 훌륭하느냐, 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입니다. 대학의 발전을 위한다면서 사람들을 부릴 때는 서울대학교의 구성원으로,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때는 “느그들이 소속된 기괸장에게 말하시오!”라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넘게 한결같이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일해왔던 생협과 생협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해 대학에 예산지원을 요구하자, 우리는 서로 별개 기관이고 남암이기 때문에 예산지원을 할 수 없다고! 서울대학교는 얘기했습니다. 지금도 전자결재 시스템을 열어 보면, 사소한 문구 하나라도 수정하겠다는 규정 개정에 따른 의견조회 공문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자체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취업규칙은 무려 13년동안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학교가 자체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얼마 전 대학본부에서 이런 공문을 뿌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장려휴가를 부여하겠다. 그러나 적용대상을 법인직원, 무기계약직원까지만 적용하고, 계약직원들은 제외시켰습니다. 부여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직원들이 건강장려휴가를 사용하지 않도록, 즉 계약직원들이 건강휴가를 사용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라! 이런 문구까지 집어넣어서 계약직을 철저히 제외했습니다.
밝게 빛나는 명성만큼이나 비정규직 문제와 서울대학교의 대응방식과 같이, 그 이면에는 지독하게도 짙은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음 하는 얘기는 제가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돈 있고 지위를 얻었을 때는 품격을 지키기 쉽다. 불우한 역경에 처했을 때 그 품격이 시들지 않고 보존되어 있는 사람이 참된 품격의 사람이다. 그러므로 불행한 환경에 처할수록 처신을 잘 해야 한다.” 공자님 말씀입니다. 누군가를 희생시켜 위기를 극복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 누군가가 비정규직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지금이 위기라고 말합니다. 그런 위기 속에서 서울대학교가 갖고 있는 명성만큼 처신을 똑바로 잘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서울대학교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이 위기 속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포스코스포츠센터 등 체육시설에 근무하시는 비정규직. 공개강좌 등 스스로 돈을 벌어서 본인들 인건비를 벌어야 하는 공개강좌 직원분들. 한국어교원. 외국어교원. 수많은 구성원들이 수익이 발생하는 생협 직원분들. 서울대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원들이 고통을 혼자 겪지 않도록, 대학노조가 함께하겠습니다.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함께 살 수 있도록, 대학노조가 함께하겠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를 만들기 위해 대학노조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