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는 대학: 우리의 공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개회

저는 비서공 이번학기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세입니다. 오늘 사회와 강연회 1부, 3부를 담당했습니다. 2019년・2021년 사망사건 추모 강연회인 만큼, 잠시 묵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순서는 강연회가 총 4부로 구성되는데요. 1부에서 2019년・2021년 사망사건을 개괄하고, 2부에서 휴게실 연구를 하고 계신 연구자분이 건축학의 관점으로 강연해 주시겠습니다. 3부에서는 현재 노학연대가 가지는 의미, 4부는 질의응답으로 진행됩니다.
오늘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는 대학」 강연회는 『서울대, 노동,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기획의 2회차 행사입니다. 저번 주에는 「낯설게 본 학교」라는 제목의 상영회로, 박건우 감독님이 촬영해주신 다큐멘터리의 GV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학교 내 청소노동자에 중심을 둔 강연을 하겠습니다. 비서공, 빗소리 of SNU,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오면 공동주최입니다.
제1부: 2019・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개괄

2019년 8월 9일과 2021년 6월 26일,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두 분의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그리고 과중한 노동강도와 강압적 인사관리 속에서 우리는 두 차례의 사망 사건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2019년 8월 9일은 30도 중반을 넘나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일주일의 끝무렵이었고, 사건 당일에도 낮 기온이 35도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그날, 67세의 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던 공과대학 302동 건물의 휴게실에 머무르다 돌아가셨습니다. 휴게실을 찾아온 동료 노동자분이 고인을 발견했습니다.
고인께서 돌아가신 공간은 ‘휴게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계단 아래 지하에 자리한 휴게실은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마련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계단을 오고가는 소음 때문에 청소노동자분들은 평소 휴게실에서 잠도 제대로 주무실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바로 옆에 위치한 청소 도구 창고에 덧붙여서 만들어진 터라, 창고의 약품과 기름 냄새가 휴게실에도 새어 들어왔습니다.
1평 남짓한 비좁은 휴게실에는 오래된 선풍기가 하나 있었을 뿐, 여름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에어컨도, 겨울의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창문이 없어 환기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름철 장맛비가 내리면 습기가 차 곰팡이가 생기는, 비좁은 지하 휴게실이 청소 노동자분들의 휴게 공간이었던 것입니다.
사건 이후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장례식장 조문을 다녀왔지만, 사망은 고인이 앓고 계셨던 질병 때문이며 그에 대한 대학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었습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총장이 “청소 노동자가 돌아가신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습니다. 고인께서 속해 있던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에서 이전부터 에어컨 설치 등 휴게공간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학교가 개선을 미뤄왔음에도 말이죠.
학교의 미진한 태도에 학생들이 나섰습니다. 학생들은 “사소하지 않은 죽음”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학내 노동자 휴게실 및 노동 환경 개선,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 운동이 시작된지 1주일 만에 참여자 수가 7700명을 넘을 정도로 많은 학내 구성원들과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을 보장하라는 학내외의 요구에, 학교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전수조사하고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답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2019년 12월에 제정되었으나, 본격적인 휴게공간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고인의 1주기가 지난 2020년도 말의 일입니다. 고인께서 돌아가신 302동의 휴게실은 사건 이후 사용이 중단되어 현재는 들어가 볼 수 없으며, 현재 302동의 청소노동자분들께서는 위층들에 위치한 휴게공간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휴게공간은 남아있지만 접근금지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예컨대 중앙도서관 휴게실, 창문이 없거나, 1인당 공간이 매우 좁거나. 접근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휴게실이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접근성이 낮다면 휴게실이 잘 만들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노동강도 등 인사관리 등에 대해 한계가 있습니다.
2021년 사망 사건은 관악학생생활관 925동에서 발생했습니다. 60세의 고인은 여학생 기숙사동인 925동을 혼자 청소하셔야 했는데, 사건 당일에도 오전 8시에 출근해 쓰레기를 수거하셨습니다. 6월 26일은 토요일이었지만, 주말에도 학생들이 머무르는 기숙사의 특성상 기숙사 청소노동자분들은 주말 중 하루를 선택해 4시간 정도 근무하시곤 했습니다. 의무적인 근무는 아니었으나 주초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노동자분들께 휴일근무수당이 중요한 수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주말에도 근무해오셨다고 합니다.
사망 당일 10시 50분 즈음, 고인은 926동 청소노동자분과 함께 휴게실을 사용했습니다. 11시 48분경 딸과 통화한 이후, 고인이 밤까지 계속해서 퇴근하지 않자 가족들이 22시경 경찰에 신고하여 수색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23시에 경찰이 휴게실에서 고인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출퇴근 기록을 정확히 해오셨던 고인이 퇴근 예정 시각인 12시에 퇴근 기록을 찍지 않으셨기 때문에, 아마도 오전 11시 48분에서 12시 사이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인은 서울대 규장각에서 기계・전기 업무를 담당하셨던 남편분과 함께,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조합원이셨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작업량과 갑질 등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옥외 제초작업으로 야기한 과중한 노동강도, 드레스코드 등을 통한 옷차림 지적, 필기시험, 통제적 청소검열 등에 대한 진술이 있었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노동조합에 산재처리 의사를 밝히시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나친 노동강도와 강압적 인사관리 실태를 공론화하게 되었습니다.
사건 초기, 소위 ‘갑질’이라 칭해지는 인사관리 행태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관악학생생활관의 한자 및 영어 명칭을 쓰는 등, 업무와는 무관했던 필기시험 점수가 “근무성적평점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계획이었고, 이는 관악학생생활관 관장을 포함한 상위 관리자들에게도 보고, 승인된 사항이었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통해 ①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실시 및 시험성적의 근무평정 반영 관련 의사표시, ②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이 규명되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강도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등 쓰레기 양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낙후된 기숙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노동자들은 계단으로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옮겨야 했습니다. 2019년에는 하루 평균 605L였던 쓰레기의 양이 2021년 상반기에는 평균 1013L로 증가했다는 자료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당시 기숙사에서는 지자체가 노동자 인권 차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던 100L 쓰레기봉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한 봉투당 무게는 8~10kg 가량에 육박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아닌 계단으로 그것을 옮겼다는 것이 상당히 힘든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름철, 노후된 건물의 샤워실에는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곰팡이가 많이 폈습니다. 92O 기숙사를 사용해 본 사람은 샤워실이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고인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샤워실 곰팡이를 천장까지 일일이 제거해야 했습니다. 2021년 12월 22일,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는 고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판정했습니다. 청소업무로 인한 과중한 노동강도가 사망을 유발한 주요 원인이며, 갑질이라고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샤워실의 곰팡이를 치우는 업무가 사망의 주 원인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많은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이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학교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습니다. 고인이 소속되었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7월 8일,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대학본부의 책임 인정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성명에는 청소노동자 사망에 대한 학교의 책임 인정과 사과, 노사가 함께 구성한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을 통한 진상규명,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노동조합과의 적극적 대화, 강압적인 인사관리 방식 개선 및 인간다운 처우 보장을 위한 인력 충원 등의 근본적 대책 마련 요구가 담겼습니다. 학생과 노동자들은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을 진행하고 추모공간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대응은 미진했고, 책임 있는 관계자들은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구민교 당시 학생처장은 공개 SNS에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외부 정치세력의 간섭” 등의 표현을 올렸고, 남성현 당시 관악학생생활관 부관장은 기숙사 사생들에게 공지한 담화문에서 “노조 측의 허위 주장이 일방적으로 보도”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숙사에 살고 있던 저도 문자를 받았는데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기숙사의 노동환경에 대해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이 내놓은 이러한 발언들은, 많은 학생과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을 크게 분노하게 했습니다. 또한 학교는 노동조합 입장문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배포했으며, 노동조합이 사측과 함께 참여하는 공동 조사단을 거부하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받았던 학생처장 등이 운영위원으로 있는 인권센터 조사만을 고집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했다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오세정 총장은 사과를 표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향후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현장 노동자들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진행된 총장과 유족・동료 노동자 간담회에서 학생과 노동조합이 배제되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사망 사건 이후, 기숙사 당국은 노동 강도를 완화하겠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주말 청소 업무를 외주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주초 노동강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저임금을 겪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휴일근무수당마저 삭감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기숙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이전부터 건물 외부를 청소하는 인력을 별도로 충원함으로써 노동강도를 낮추고 학생 생활공간 청소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왔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기숙사의 경우 총장이 아닌 관악학생생활관장이 청소노동자를 발령하는 형태이다보니, 대학본부가 처우 개선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는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2019년, 2021년 두 차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2019년은 열악한 휴게공간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으게 했습니다. 서울대는 대대적인 휴게공간 개선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미비점이 많습니다.
제2부: 건축학 연구자가 바라본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의 모습은?

건축학과 석사과정 연구생으로 있는 김민지입니다. 작년부터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연구를 시작해서 상반기에는 적극적으로 답사 작업을 했고요,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보니 실측과 공간 특성을 파악하며 분석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내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연구 - 공간실측과 도면화를 통한 기록과 분석입니다. 청소노동자는 주로 고령자 여성, 평균연령 60.2세, 근속연수 3.4. 월수입 190만원, 저임금노동에 속하는 노동직군. 65%차이. 필수노동이지만 성별이분법에 의해서 돌봄노동으로 카테고리화되어 저평가됩니다. 많은 분들이 왜 청소노동자들이 왜 꼭 휴게공간이 필요하느냐는 질문. 교수들은 점과 점으로 공간을 이동한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분들은 공간 전체를 청소하셔야 하기 때문에 면적으로 이동. 노동하는 모든 순간에 몸을 움직임. 여덟 시간 근무 중 한 시간 휴식이 필수적, 효율은 물론 안전상의 문제로 휴게공간이 중요한 직군.
고용노동부에서 제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운영 가이드를 보면 이미 물질적인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공. 1인당 6제곱미터 확보 등 수치, 최근 산업안전법에서도 제정되어 있으나 빈 구석 많고 우리 사회의 인식, 평가절하되는 노동에 대한 인식은 가이드라인에서 담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한계점.
2019년 이후 개선사업이 계속 진행되었으나 지하, 계단 하부에 휴게공간 설치하지 않는 것, 에어컨 설치하는 것 등 지적사항 발생. 정의당 박은미 의원실 자료로는 거의 모든 개선사항 반영되었다고 나오며 불가피한 7개 동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으로 휴게공간 이동. 상반기에 어떤 식으로 개선되었는가 궁금하여, 그 전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서는 답사 기회 없었으나 청소노동자 의견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가이드라인 몹시 미흡. 전문가가 주축이 되었으나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았고, 휴게공간이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있었으므로 사회적 인식 등 고려해 고쳐야 할 부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 학교 전수조사를 통해 강하게 지적받았던 공간들 분류하고 13군데 정도 다녀왔고요.
처음 공간 선정할 때에는 노동조합 분회장님과 비서공 대표님 조언으로 순차적으로 숫자 줄여 더 열악하던 공간 위주로 많이 답사. 특히 지적받았던 곳이 법대. 사진에 보시는 것처럼 외부에서 봤을 때는 하자 없는 건물, 15동이 휴게실 있는 건물. 개선 전에는 84동 계단 하부에 위치. 비서공에서 촬영한 영상. 천장 1.3m로 제 키보다 낮은 천장이고요. 복도를 포함해 2평밖에 안 되는 공간, 굉장히 작은 창문, 거의 허리를 펴지 못할 만큼 낮은 공간이라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려워 보임. 현재 72동은 폐쇄, 앞에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한 단과대가 굉장히 많은 건물을 갖고 있어 거리가 있으므로 작업공간과 휴게공간이 멀다. 작업공간 틈 이용해 자발적으로 휴게하는 경우 많음. 72동 경우 승강기 뒤,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계십니다.
15동 굉장히 많은 가구가 있으나, 가이드라인에서는 6제곱미터만 넘으면 된다고 하지만 몇 명이서 사용하는지가 굉장히 중요. 법대는 실 자체의 면적은 기준 넘지만 4명이 사용하므로 1인당 1.5평. 이번에 작업한 것은 줄자와 레이저 이용 실측. 이러한 도면이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어떤 가구들이 놓여 있고 얼마나 휴게를 위해 점유할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수납공간, 싱크대, 빨래걸이 등 굉장히 많은 가구가 있고, 공간 사용 패턴은 식사하기, 휴식하기, 잠자기, TV 보기, 이야기 나누기 등 압축적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활동, 복잡한 공간. 테두리 수납공간 면적 제외, 나머지 유효한 휴게공간은 1인당 0.76평 정도박에 되지 않는 상황. 법률에서 제시된 6제곱미터는 말이 안 되는 상황으로 판단.
동일한 층의 학생 휴게실 내부는 깔끔한 마감재. 공간 구성하는 마감재 종류 등 디테일들이 굉장히 다르다. 가구 등도 휴게공간에 딱 맞게 되지 않고 버려진 것을 그때그때 수급, 행정실에 건의했을 떄 재빨리 대응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자발적으로.
법대 2층 여자휴게공간의 경우 피난안내도 보니 예전에는 학위복 보관실. 학교측에서는 공간이 없다고 하지만 그 전의 용도 보면 공간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남자휴게공간과 비슷하며 여성 5분이 사용. 법대가 한 공간에 가장 많은 분들이 사용, 불편함 호소. 이 공간에서 5명이 함께 쉬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휴게라는 개념 떠올리면 한 공간에 여러 명이 갇혀서 휴게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휴게의 개념 자체도 사용자 생각, 공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과의 큰 갭이 있다.
수납가구 적층. 공간 방문해보니 사람 많을수록 가구 많아 유효사용공간 줄어든다. 동영상이고요. 빨래 건조 공간 없어서 벽에 걸어두고, 신발장 문도 없어 노출된 상태로 식사 등 많은 활동. 샤워공간, 세탁공간 연결해서 사용되고 있다. 법대의 경우 원래 지하 2층에 만들려고 했는데 가는 길이 어둡고 무서워서 지하1층으로, 주차장 한켠에 문이 만들어져 자연 환기가 전혀 되지 않고 습한 곳이 남아 있다. 내부는 이렇게 생긴 모습입니다.
개선 사업이 계속 이루어진 서울대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서는 조건이 좋다. 도면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간을 보고 미비한 점들을 찾으려고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미대의 경우는 다이나믹한 평면인데, 앞의 법대는 4-5분이지만 미대는 2분이 쓰시는 공간. 공간 조건은 법대가 더 좋지만 미대는 2분이 쓰시기 때문에 가구 적층 적고, 공간 만족도 높다. 노령의 노동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혼자 쉬는 것은 지양하는 상황인데 1명은 아니라도 5명은 아닌, 조금 더 소수의 인원이 사용한다면 더욱 효용이 높아진다.
73동 남자휴게공간 창문 없는 상황, 환기 팬 가동. 건물 중심부 코어의 아마 창고로 쓰였을 것 같은 공간. 특이한 점은 라꾸라꾸 침대를 각자 쓰시는데, 이것이 법대의 남자공간처럼 터져 있는 마룻바닥이 아니라 개인 공간이 있다는 것. 법대보다는 만족도 높음. 단점은 샤워공간이 없었는데, 여러 기물들이 딸려 있는 장애인화장실 고쳐서 사용. 장애인뿐만 아니라 청소노동자 두 약자의 공간이 배제당하는 동시적인 불평등 상황. 남자휴게공간 내부 촬영한 영상입니다.
농생대는 공대 건물보다도 굉장히 넓어서 도서관, 공대, 농생대는 굉장히 건물이 크다. 동 자체도 세 동,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2층으로 들어가서 한 층 내려가서 1층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오른쪽 상부에 있는 것이 건물 1층 배치도,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은 창문 하나 없는 승강기 뒤편, 건물 가장 구석자리 화장실 앞. 농대는 학교 내에서도 굉장히 면적이 크지만 방문한 곳 중 가장 휴게공간 면적 작다. 여자화장실은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창문 있는 방은 5분, 창문 없는 방은 3분. 하나의 실을 가구로 나누어 환기가 잘 안 된다. 가구를 치우고 하나의 실로 쓰는 것 질문시 너무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쉬는 것 불편하다는 답변. 세탁실 등은 화장실 한켠 청소공간에. 창문 없는 휴게공간의 모습입니다.
농대 200동 남자휴게실은 눈대중으로 실측한 상황. 승강기 뒤편에 창고처럼 쓰일 실을 휴게공간으로 사용. 보통 청소노동자분들이 여성 비율이 높은데 남자휴게실은 동일면적에 2분 사용, 여성분들이 더 불리한 상황. 농대도 샤워공간이 지하, 하역장 바로 옆에 있어 위험하고 의외라고 느낌. 이전에는 화장실로 쓰던 공간을 샤워실로 변경.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은 처음부터 휴게공간, 샤워공간, 세탁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 거의 없고 용도 변경된 곳이 많아 불평등한 조건이 반복. 마감 같은 것은 깔끔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나가면 하역장이 바로 보인다.
약대는 건물군이 2개로 떨어져 있다. 약대 홈페이지 메인으로 걸려 있는 이미지인데 리모델링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고 이것이 자랑스러운 업적. 옛날 건물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들이 머물고 있고, 20동 같은 경우 21년 7월 리모델링 완료되었는데 청소노동자분들이 사용하던 집기들이 1층 로비에. 집기 놓을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음. 저희 갖고 있는 130개 리스트에는 이 건물에 휴게공간이 없었으나 찾아가 보았는데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이라고 되어 있는 공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다른 단과대에서도 보이는 상황, 새로운 공간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이 반영되지 않고 오래된 건물에 임시적으로 마련되어 불평등이 반복되고 재생산.
약대 건물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층수가 높은 곳에 휴게공간이 있어 전망 좋고 쾌적. 그러나 집기 등은 어디선가 가져온 가구들, 제대로 된 기능이 있지 않고 덧붙여진 것들. 여자청소노동자분들 샤워실의 경우 학생들과 함께 사용해 실질적으로 쓰지 않는다. 여름에는 옷을 두 번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땀이 많이 나 샤워공간이 필요한데, 내가 가장 약한 상황에 누군가와 마주치는 상황,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학생 등 건물의 주 사용자가 없는 시간에 청소하는 그림자 노동이라는 특징 등 때문에 부끄럽고 샤워하기 싫다는 답변. 화장실 한켠에 있는 것이 샤워공간입니다.
그 다음은 이슈가 되고 있는 공간인데 도서관 본관이고요, 학교가 지어지고 초반에 만들어져 면적이 9천 평 정도. 2015년 8천 평 정도의 관정관 증축.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도서관. 관정관에 한번 미디어에서 청소노동자분들이 휴지박스로 공간 만들어 쉬시는 모습이 이슈가 된 이후에 방문하여 휴게공간이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층에 없었다. 본관 1층에 있다고 하는데 계단으로 갈 방법이 없어 승강기 이용. 1층은 학생출입금지구역, 안전상 이유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아야 할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 아닌가. 푯말도 없고, 강의실의 경우 깨끗한 푯말이 붙여 있지만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는 듯이 종이로 인쇄해서 부착. 산지 특성상 햇빛이 들지 않는 사실상 지하. 코로나 이전에는 3개로 나누어져 7-8명이 같이 사용, 코로나 이후로 5개 3-4명 정도로 사용. 창문이 하나도 없고, 어두웠고, 습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바닥에 있는 전기 난방을 계속 켜 둬야 하는 상황. 옷을 빨고 널 공간이 없어 휴게공간에 널면서 습기 가중. 환기 시스템이 있지만 용량이 부족해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성 휴게공간은 깊고 어두운 공간. 청소노동자분들이 휴게시간에 거의 잘 안 내려오신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다른 휴게공간보다 더 열악한 상황. 실질적으로 지하공간이라는 것은, 실제로 답사를 하고 견학하는 분들은 행정하시는 분들도 아시겠지만 수치적으로 1층이라는 이유로 용인하고 계속 쓰도록 하는 것이 수량만을 고집하는 한계적인 상황. 여자 샤워실에 남자분들도 같이 쓰는 세탁기, 샤워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체크리스트에는 세탁기가 있다고 체크하지만 그것이 여자 샤워실에 있는 이상한 상황. 남자청소노동자휴게실에 유일하게 1개의 팬, 여자휴게실은 팬이 없어 원래 사람이 사용하지 말라는 공간인데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수의대도 특징이 있는 상황이었어요. 6층에 여자 휴게공간 2개, 실측 바깥에서. 창문도 있고 쾌적할 수 있다는 느낌 있으나 로비에 가깝고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공간. 남자 휴게공간은 3층이라고 되어 있는데 물리적으로는 지하공간. 5층이 주 출입구. 지하공간 같은 이상한 공간, 싱크대, 세탁기 등 놓여 있고 따라가 보니 학생들 체력단련실이 나왔었고요. 체력단련실 끝에 문이 두 개,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여성노동자 1분 사용, 올해부터 발령받았는데 그 이전부터 사용했고, 여럿이 쓰는 것이 불편해 6층 휴게공간 사용하지 않는다. 행정실에서도 공간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음. 배관 노출되어 있어 위험하다는 느낌. 남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사용하시는 공간이 있었는데 알려지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조사 거부하셨어요. 5층에 있는 남자휴게공간은 경비노동자분들과 함께 써야 하는 상황. 3.2평 공간에 3명이 동시에. 휴게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쓸 수 없고, 가이드라인에서도 다른 직군 사람들이 같이 쓰게 하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함께 쓰는 상황. 옆에 붙어있는 경비실에 에어컨이 있다고 에어컨 설치해 주지 않고, 실질적으로 휴식 불가능해 3층 사용하던 것.
지금 보시는 자료들은 제가 답사한 것 중에서도 개선의 한계점 보여질 수 있는 공간들 좀더 많이 설명한 상황이고요, 여러 명이서 한 공간을 써야 하는 수렴적 상황, 면적도 충족되지만 많게는 6명까지 휴게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발생하는 불편함, 휴게에 대한 개념이 조금 다르다, 개인의 독립적인 것이 확보되지 않는다, 만족감이나 휴게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기능이 한 공간에 혼재되어 있어서 유효 휴게공간 확보하는 것에 한계점, 사회학과에서 함께 이야기했을 때에는 빨래하거나 식사 준비하는 것들이 본인들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중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 해주셨고요. 3년마다 단과대 바꾸면서 일하기 때문에 이야기해도 고쳐지지 않고, 공간 개선에 대한 욕망과 실질적 개선이 계속 유예되는 상황. 도서관, 수의대 등 수렴적인 부분에서 비합리적,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 알 수있었고요, 누가 봐도 지하인데 지상이기 때문에 허용한다, 기본적인 컨디션조차도 고려되지 않는 열악한 조건 반복되는 상황. 학교는 계속해서 유지될 텐데 이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분과는 기존에 있던 공간 얼렁뚱땅 고쳐서 들어가고, 그래서 더 나빠지는 상황 답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 제가 준비한 내용들이고요, 함께 고민할 필요 있는 것 같아요. 논문에서 최근 만들어진 법의 한계 등 보면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쯤 더 많은 내용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3부: 모두를 위한 대학을 향해: 서울대 내 노동 현실과 노학연대의 의미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의 사망 사건은 열악한 휴게공간,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과중한 노동강도 속에서 발생했습니다. 2020년 후반부터 휴게공간 개선 사업이 실시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것이 전반적인 노동환경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노동환경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제대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노동자와 노동을 바라보는 학교 당국의 인식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곳이 그렇겠지만, 서울대학교의 일상은 수많은 학내 노동자들 없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의 배움과 가르침, 연구, 그리고 생활이 별다른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매일같이 그 공간과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노동은 소외되고 숨겨지며, 대학본부는 노동자를 같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존엄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대해 왔습니다.
2017~2018년, 서울대는 학내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규직화’라는 글자 아래 가려진 현실은 달랐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임금과 복지 등의 부분에서 정규직인 법인직원과 큰 차이가 경우가 많습니다. 시설관리직으로 함께 분류되는 청소‧경비‧기계‧전기 노동자들의 경우 2018년 이전의 용역회사 간접고용 계약직에서 다시 정규직화를 통해 직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몇 해째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 등 처우는 여전히 열악합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저임금 개선을 위한 임금 체계 개선 및 각종 수당에 대한 차별 해소를 외치고 있습니다. 한편, 아직 고용불안에 처해 있는 계약직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상시지속 업무에 해당하는 기숙사 청소업무에 계약직을 사용해왔다는 사실은, 학교가 과연 2018년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의 정신에 충실한지 되묻게 합니다. 여전히 용역업체가 사용되는 곳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2019년 9월에 문을 연 글로벌학생생활관의 경우 청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무가 외주화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2017, 2018년 이루어진 정규직화 정책을 홍보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정규직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대학 본부는 총장이 아닌 단과대 학장이나 개별 기관의 기관장이 발령했다는 이유로, 혹은 생활협동조합이라는 별도 법인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는데요, 1부에서 말씀드렸던 2021년 사망사건 당시 관악학생생활관의 문제도 이러한 부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선 기관장이 발령하는 ‘자체직원’의 존재에 대해 말씀드린 후, 관악학생생활관의 경우를 다시 말씀드릴게요.
서울대학교에는 ‘자체직원’이라는 직군이 있습니다. 자체직원은 ‘국립서울대학법인’에 공식적으로 소속된 법인직원과 대조되는 개념입니다.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아 그 범위를 쉽게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법인직원, 조교, 학사운영직,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제외한 직원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자체직원은 다시 총장이 발령하는 총장 발령 자체직원과 개별 기관의 기관장 및 단과대 학장이 고용하는 기관장 발령 자체직원으로 나뉘는데, 기관장 발령 자체직원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들은 법인직원과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임금체계 및 복지와 관련해 다양한 차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자체직원이 업무 보조 등의 ‘비핵심적’ 업무만을 맡기 때문에 책임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직원과의 처우 차이가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자체직원이 특정한 업무를 단독으로 맡거나,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왔습니다.
호봉제를 적용받는 법인직원과 달리 자체직원은 연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복지와 관련된 각종 수당을 지급받지 못할뿐 아니라 사학연금에도 가입할 수 없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수년에 걸쳐 지적되어 왔으나, 실질적인 개선은 더디기만 합니다. 이는 학교가 총장발령이 아닌 기관장발령이라는 이유로, 자체직원 처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편화된 고용형태로 인해 대학본부는 자체직원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의 서울대학교 법인화 당시 학교에 남은 공무원과 기성회직을 ‘법인직원’이라는 직군으로 통합하면서, 학교는 자체직원 문제를 앞으로 논의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1년이 더 지난 오늘에도 자체직원의 고용체계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악학생생활관과 자체직원의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냐하면, 관악학생생활관의 청소노동자들은 물론 시설관리직 직군에 속하지만, 총장이 아닌 ‘관악학생생활관의 관장’이 발령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자체직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그리고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력 충원을 위해서는 예산 확충이 필요하지만, 총장 발령과 기관장 발령이라는 이중적 구조 아래에서는 대학본부가 예산확충이나 그 책임을 기관장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종의 ‘학내 간접구용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은 명목상 대학과 별개인 별도 법인이지만, 대학의 보직교수가 생협 이사장과 부이사장 등을 맡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생협의 지위가 정말로 학교와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는 생협을 통해 학생 복지를 위한 시설과 사업을 운영하고 관리해왔습니다. 조합원을 중심으로 민주적 운영이 이뤄지는 소비자협동조합이라기보다는 학교 구성원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대학 기관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별도 법인이라는 생협의 구조는 대학본부가 학생 복지에 대한 책임, 그리고 생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 왔습니다. 대학본부가 아닌 생협과 고용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 생협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는 잘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생협에서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파업이 있었지만, 일부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강도, 저임금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인력 부족이 노동강도를 심화시키고, 높은 노동강도가 다시 일할 인력의 부족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어요. 인력 부족은 학생 복지에도 악영향을 끼치는데, 302동 식당의 휴점 기간 연장이나 식당의 서비스 질 악화 등은 모두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문제입니다. 생협 식당의 노동조건이 타 집단급식 사업장보다 낮은 탓에 채용공고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인원이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한 인원도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인력 충원을 위해서는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과거 생협에서 수익이 났을 때는 그중 많은 부분이 대학본부의 발전기금으로 이전되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막상 생협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면 대학본부는 생협이 분리된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로 지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생협이 대학의 정책에 따라 대학 구성원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대학본부가 이를 위해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구성원을 위한 후생복지는 지속되지 못하고 재정적 어려움에 따른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생협에서 그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결국 서울대학교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것과 달리, ‘진짜 정규직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2021년 4월, 비서공과 학내 여러 노동조합들이 정부 출연금 예산요구서에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반영하라고 요구하며 공동성명 공문을 발송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학교의 응답은 없었습니다.
대학에서 우리는 이미 두분의 노동자를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 명의 노동자도 더는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산업재해 없는 대학, 안전하고 존엄한 일터로서의 대학을 위해, 미봉책이 아닌 전반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학 본부는 차별적인 고용구조를 해소하고, ‘진짜 사장’으로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인건비를 비롯한 노동 환경에 대한 책임을 기관이나 별도 법인, 단과대 등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제대로 된 개선은 학교가 노동자를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닌, 학교 공동체의 동등하고 존엄한 구성원으로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비서공은 위에서 말씀드린 여러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8년 만들어진 학생과 노동자들의 상설 연대체입니다. 학내 노동자들의 여러 투쟁에 함께하기도 하고, 노동과 관련된 전시를 진행하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 학교를 지나다니시면서 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왜 학생과 노동자가 함께하냐고, 혹은 왜 함께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노학연대의 의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의미를 말씀드리려 해요.
사실, 대학에서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노동자만이 아닙니다. 이윤 논리는 학생들 역시 학습권과 교육권, 생활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2019년 시행된 식당 운영시간 단축 속에서 생협 식당 노동자의 처우는 물론이고 학생의 생활권도 악화되었던 사건은 수익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와 학생 모두의 권익을 후퇴시키는 대학의 모순적 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당장 오히려 생협 식대 인상만 봐도 대학의 학생후생복지에 대한 책임회피를 볼 수 있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생협의 재정 악화와 이에 대한 본부의 무책임 속에서 학생의 복지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고요. 저렴하고 질 좋은 식사를 하며 생활할 권리, 원하는 수업을 적절하게 수강할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대학은 결국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대학의 모습과 맞닿아 있습니다. 노동자와 학생 모두가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닌 민주적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와 학생들은 함께 행동해왔고 계속해서 연대해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노학연대는 ‘더 나은 학교’를 위한 움직임인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대학 재학 중에 다양한 비정규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며, 우리 모두는 졸업 이후 불안정 노동시장에 직면해야 할 예비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사회적으로 내면화되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한층 심화된 사회에서는 학생들도 존엄하게 일하며 살아갈 오늘과 내일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노학연대는 교문 안에서 모든 구성원이 존엄한 민주적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도 마주해야 할 대학 울타리 밖의 일터에서 우리의 존엄이 평등하게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한 것입니다.
비서공은 학문의 공간이자 노동의 공간인 대학이 그곳을 이루는 구성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공간이 될 때까지 계속 목소리내고자 합니다. 모두를 위한 대학, 모두를 위한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길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일종의 상품이라고 할까요, 책을 드리려고 하는데 선착순 6분께 드리려고 합니다. 『현장의 힘』이라는 책인데, 부산경남지역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이 있었는데, 지방 대학의 어려움이 청소노동자에게만 전가되는 상황. 당시 노동조합의 일원으로 투쟁에 함께했던 작가가 112일 동안의 투쟁을 기록한 책입니다. 하반기에 이 책으로 책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질문 부탁드립니다. 질문하시면 그날이오면 펜도 같이 드립니다. 나가실 때 리스트 작성 바랍니다.
제4부: 질의응답


마무리

그날이오면 김동운 사장 발언: 감사합니다. 지난 주 상영회 참여하고 두번째로 같이 자리했는데, 노동해방을 위한 여러분들의 노력에 깊은 공감과 연대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한 선배들도 있었고, 국가기관이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에 진출해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저도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그날까지 같이할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