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회: 스크린으로 낯설게 본 대학: 그 속에서 만난 노동

다들 영상은 잘 보셨나요? 아까 소개를 짧게 하기도 했고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소개드립니다. 2019년・2021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행사 1차인 상영회였습니다.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친구에게》 그리고 단편 다큐 《교대》를 함께 보고, 촬영해주신 감독이신 박건우 씨와 노동자와 학생에 관계에 대하여 얘기하는 GV를 하겠습니다.
감독님께서 영화 소개 먼저 해주실 거에요. 그 담에 자유 질의응답하려고 합니다. 추모상영회이니만큼 짧게 묵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과 21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당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잠시 묵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비서공: 우선 순서는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친구에게 먼저 하고 다음에 교대 감상했는데 중간에 오신 분도 계시니 간단하게 소개하면 좋을 듯 합니다.
감 독: 첫 영상은 7분 정도의 영상이고 서울대 학생이 작년에 있었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고뇌하는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학생이 아닌 친구로부터 사망 소식을 들은 친구가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묻고 카톡으로 대화하는 과정에 대해서 내레이션으로 풀어가면서 말하는 영상입니다. 박상현 선생님과 공동으로 했고요 저는 스크립트 썼고 촬영 등은 상현 씨가 했고 저는 내레이션 했습니다.
《교대》와 촬영 계기는 비슷한데, 묶어서 말씀드리자면 사망 사건이 있었을 때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이 커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학 고위직들의 답답한 후속 대응 등을 보면서 학생으로서 조금이라도 이 사건의 원만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구요. 어떻게 보탬이 될까 고민하다가 지금 노동 시설관리직의 현재를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영상으로 담아두고 기록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찍었습니다.
비서공: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감 독: 포괄해서 애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첫 영상과 관련해서는 그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이재현 씨인데, 저가 내레이션을 하게 되었던 경위가 있었구요,
《교대》 같은 경우에는 영상 중간이나 끝부분에 한영철 선생님과 대화하는 다른 노동자 선생님들과 얘기하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문대 청소노동자 홍상식 선생님이 중간에 한선생님과 친한 장면이 나옴.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장난도 하고, 헤어지고 나면 홍선생님 너무 의지되는 분이라고 하는 게 노동자 간의 인정이 느껴져서 좋았던 같습니다. 두 분의 대화에 대해 그 자리에 저가 있었느데 학교에서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들을 제가 듣게 되었는데, 그런 에피소드가 인상깊었습니다. 그런 오프 더 레코드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학생이 있는 외부자가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제가 있는 상황에서 함께 대화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점이 인상깊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에 대해서 학교의 근무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전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촬영 경험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우호감과 신뢰감을 기본적으로 갖고 계시는구나, 기회가 된다면 학생과 친해지고자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죠.
엔딩에서 나온 정영철 선생님은 한영철 선생님이 자연대에서 근무하실 때 선임 팀장으로 같이 일하셨던 분이십니다. 지금은 은퇴를 하시고, 사설 아파트 같은 곳에서 계속 경비노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연락도 없이 불쑥 오셨어요. 한 손에 치킨을 들고 오셨는데 인천에서 사시는데 인천시장에서 사서 한시간 반 동안 갖고 오셨고. 그런 모습이 투박하기도 하지만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치킨을 같이 먹으면서 셋이서 대화를 했음. 은퇴를 하고 나서 밖에서도 계속 경비를 하시고 밖에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은퇴하신 분들이 학교의 경비에 있어서 휴가 등으로 공석이 생겨버리면 알바처럼 오셔서 대타를 뛰시는 경우가 많아요. 경비실에서만 있으면은 알기가 어려운 바깥의 이야기와 생활상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비서공: 첫 영상은 급박하게 내레이션 한 것?
감 독: 결국 서로 조율해서 새벽에 하게 되었습니다.
비서공: 그런 뒷이야기가. 보신 분들은 어떠셨는지, 질문이나 소감이 있는 분 계신가요? 사소한 질문이라도 좋습니다.

방청객: 교대 찍으실 때에 그분들 어떻게 섭외했는지? 직접 부르셨을 것 같은데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협조를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을 부르셨을텐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 독: 영상 찍으면서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질문 잘 해주셨는데 촬영이나 편집 같은 것도 제가 많이 안해보기는 했지만 섭외가 제일 어려웠던 것. 사망 사건이 있고 나서 제작하게 된 계기와 연결해보면 특히나 청소노동자 관련 다큐를 찍고 싶었습니다. 청소노동자 분들 찾아뵙고 연락드리고 했는데 당시 분위기가 흉흉해서 연락망 등으로 쉽게 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노조를 통해 소개를 구하였으나 아마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섭외만 한 달 두 달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청소 직종은 안 될 것 같고 기숙사든 기숙사가 아니든 분위기가 어려운 상황. 그래서 경비노동자를 해 보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청소경비라고 우리가 말을 하는 것처럼 결국 시설직군 하나로 묶이는 직군이니까, 일은 달라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생활적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그 때 김경대 선생님이 노조 활동을 하셨는데 본인 사무실인 경비실로 와서 얼마든지 하라고 하셨습니다. 거기에서 두 분이 교대를 하시는데, 한영철 선생님도 몹시 흔쾌하게 촬영을 허해주시고. 알고 보니 서울대저널 등 학내 언론 등과 한영철 선생님이 두어 번 정도 인터뷰를 하신 적 있었어요. 어려워할 게 뭐 있나 하여 한 자리에서 교대하는 분들을 운 좋게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방청객: 그래서 제목이 교대? 의미는?
감 독: 일차적으로 보면 교대라고 했습니다.
비서공: 이차적 의미는?
감 독: 만든 사람이 너무 얘기하면 감상을 좁히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두 분이 교대를 하시기도 하고, 영상 가장 중간 부분에 교대라는 자막을 넣은 것도, 시간적인 배치상 중간에 넣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넣고, 재가 생각하는 것은 있는데 나중에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방청객: 대학원생노동조합 조합원입니다. 비서공이나 빗소리에서 활동한다고 하셨는데, 그 활동들에 대해서 소개받고 싶고요, 그 활동이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준 점이 있는지?
감 독: 빗소리 소개를 먼저 하자면, 중앙동아리에서 노동인권동아리로 인권분과 동아리로 소속되었고, 평소 활동은 노동자분들 취재를 나가서 어떠한 현안이 있는지 혹은 과거 현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일상적인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취재에 기반한 콘텐츠 제작을 주된 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연구라고 하여 인권연구, 즉 인권센터에서 하는 공모전에 참여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매주 노동 관련 논문이나 책 등을 읽는 세미나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제 영상에 어떤 도움이 있었나 하면 기본적으로 섭외나 도와달라고 할 때 사람들이 도와주었던 것이 있고요, 이와 엮어서 노조 선생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촬영이 가능한가 혹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허락을 구하고 쉽게 얘기할수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서공: 비서공은 중앙동아리는 아니고, 2018년 무렵에 진행되었던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정책이 완전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하는 기구를 만들어서 기구로서 계속 운영되고 있고요. 빗소리가 주로 취재와 학술에 집중한다면 비서공은 주로 학내 노동자분들과 좀 더 소통을 하면서 투쟁하는 일이 있으면 같이 투쟁하기도 하고 사안이 있을 때 노동자와 학생이 어떻게 함께 목소리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주력했고. 4월에 식대 인상 국면에서 생협의 노동자 처우와 학생 복지 모두를 위해서 생협에 어떠한 대응과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방청객: 《교대》 관해서 질문하고 싶은 감성이 있음. 영상이 따뜻하다는 생각을 많이 함. 인물이나 경비원 선생님 등을 그렇게 담고 있는 것인데, 혹시 촬영을 하면서 인물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데 어떻게 얘기할지에 대한 구도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지, 영상언어라는 것이 따로 있는데, 첫 영상은 내레이션 위주의 영상이라 글로 읽어도 큰 위해가 없는 영상일 수 있으나, 두 번째 영화는 영상적 기술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음.
감 독: 영상을 이런 식으로 본격적으로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은, 영화는 제가 많이 봤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만들기 전부터 영화를 만들게 되면 이런 것에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즉 찍는 사람이, 찍히는 사람보다 더한층 두드러져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찍히는 것이지, 찍는 멋있는 내가 방점이 아님. 경비실이라는 공간이 한정된 좁은 공간인데 같은 구도로 걔속 찍으면 재미도 없고, 좁은 공간이기는 하지만은 오랜 시간 일을 하시면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패턴이나 생활의 방식들이 있는데, 이를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따뜻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한데, 찍을 때 각진 대상들이 많아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차갑게 보일 수 있는 그러한 물건들을 오히려 활용해서 정돈된 모양의 샷으로 찍힐 수 있도록 노력한 점들은 있습니다. 인터뷰라고 하면은 카메라를 여기에서 미세하게 움직여도 느낌이 모두 다를 수가 있는 것. 인터뷰 시작 전에 한 30분 전에 가장 편안한, 말하는 사람은 편안하고 보는 사람도 편한 각도를 찾자면서 여러모로 고민해서 찍은 측면은 있었습니다.
방청객: 첨언하자면 각도만으로는 파악을 못 했는데 타이틀 샷이 굉장히 많다. 같이 그렇게 대화할 기회가 많지가 않고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가까이에서 그렇게 보는 경험이 색달랐다는 생각을 함.
감 독: 그렇게 찍으려고 한 것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도 있습니다. 좁은 경비실 공간으로 인하여. 환경적 요소도 있지만, 좋은 감정을 받을 수 있게 결과물이 나온 것 감사한 생각합니다.
방청객: 영상 촬영하면서 다큐 촬영자로서 혹은 참여관찰자로서 활동해주셨는데 선생님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자 어떻게 노력하셨는지 궁금.
감 독: 운이 좋은 측면이 많았습니다. 진짜 제3자였다면, 서울대 학생이 아니었다면, 촬영 허가도 어려웠을 것 같고, 선생님들 마음 열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노동 관련 단위 활동을 하기도 했고, 그쪽에서도 편하게 마음을 먹었던 부분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게 8할이었다고 생각을 하구요. 나머지 2할에서는 뭔가 어떤 어려움이 일할 때 있는가, 어떠한 것이 여기에 부족한가에 대해서 찾아서 대화하고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것보다 일상 속에서 이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쉴 때 어떻게 잠 주무시는지, 밥은 어떻게 드시는지 등 사소한 것들이 근무환경과 근무조건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기에, 사소한 것들도 편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저도 편하고 인터뷰를 받는 선생님도 편하고, 소재들도 영상에 담겼을 때, 너무 프로파간다 영상처럼 보이지 않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그런 기대를 품고 인터뷰를 진행하였던 것입니다.
방청객: 질문은 아니고 감상인데요.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교대를 할 때 사복을 입고 나오는 장면이 있고, 경비원이나 직업에 대한 편견 등에 대한 이야기, 복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 부분 보면서 두 번째에 나오는 분을 보면 패셔너블하게 입으려고 노력하신다고 하는데, 경비에 대해서 그런 편견과도 연관된다는 생각을 함. 그 지점이 우리가 그분들을 대할 때 그분들을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경비원이라는 일을 하는 존재로만 본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인식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음!
비서공: 답변에서 해주신 말씀도 그렇고, 굉장히 일상적인 이야기, 특별히 경비직종 노동자로서만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더 따뜻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빗소리에서 주로 취재를 한다고 하셨는데, 빗소리 취재 중에서 청소노동자분들 중에서 루틴 같은 것을 따라가면서 한 취재도 있지 않았던가요?
감 독: 사망사건 있기 직전 학기였습니다. 당시에 제가 합의하여 제안했던 것인데, 우리가 너무 구조적인 문제나 임금 문제에 대해서 주로 애기를 하고 했는데, 처음에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장벽이 높을 수 있으니, 일상적인 취재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청소노동자의 일과를 따라가면서 르포르타주 같은 담담한 어조로 이분의 일상을 기술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하여 지난 학기에 르포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사망 사건 이후에는 비록 콘텐츠화는 잘 되지 않았지만은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분들 간의 일상 관련 이야기, 이를테면 가족관계 이야기나 학창시절 이야기나 혹은 학교 들어오기 이전의 다른 직장에서 어떤것을 했는지 등에 대해 아주 얕은 생애사에 대해서도 기획하고 취재하고자 합니다. 그러다보니 인터뷰이들도 더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도 더 재미있게 질문을 던지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큐가 아닌 취재에 대해서도 빗소리도 하고 비서공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서공: 영상 찍은 방식이나 취재 방식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감 독: 그런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딱딱한 얘기를 저는 좋아했는데, 거기에서 개인의 삶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개인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서 구조로 가는 것이 이해도 쉽고 더 윤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 그런 미시적 접근방식을 저는 그래서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방청객: 저는 사범대 다니는데 《교대》 재미있게 봄. 학교 다니면서도 경비초소에 대해서 잘 관심 많이 못 가졌는데 따뜻한 느낌을 받았음. 학생이 다가가니 더 친해지고 싶어하셨단 말씀을 해주셨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다가가면 좋아하실 것 같은지, 같이 오래 대화하고 시간 보내면서 생각 가지셨던 부분이 있으신지.
감 독: 영상 출연자 중 한영철 선생님은 은퇴하셨고, 김선생님은 노조 간부 역할을 맡아서 노조 전임자로 해서 근무시간이 많이 짧아지심.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 사범대에 계시지는 않을 것 같고, 친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왕도는 없지만은, 자연대에서 친하셨던 분들은 별거 없었던 것 같습니다. 들어가면서 인사 자주 하면, 특히 대학원생이라면 학교 있으면서 안부 인사 나누고, 수고 많으십니다 등 간식 나누고 하면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경비 등 노동자 선생님들이 먼저 다가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요즈음에는 여성 학생에게 남성 노동자들이 전달하거나 하는 것이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기 어려우니 조심스럽고. 그런 지위 차이를 생각한다면은 먼저 인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편안한 접근이 아닐까 싶어요. 그 다음으로 간식, 다음으로 학식 같이 먹는다든지 등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방청객: 질문이 있는데 상영회를 하거나 하기 전에 여기에 출연하신 분들께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는지?
감 독: 이런 자리를 마련해서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모두 여러 번 보여드렸습니다. 일종의 검수를 받았죠. 이렇게 찍었는데 함 봐주셔요 하고. 반응을 보면, 김선생님은 안 보신다고 함. 소장이라도 하고 심심할 때 보라고 하는데, 나느 박감독 믿으니까 영상 안 봐도 좋을 거다 그래서 안 본다고 해서, 지금도 보셨는지 여부를 모름. 한영철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보셨는데, 그 당시에는 은퇴를 일년 남짓 앞둔 시기라서 여러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기록물을 만들어주어서 일종의 선물 같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고마웠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도 제가 영상을 만들었는데, 본인도 영상으로 일상을 찍는다고 해서 가끔 컵에 기대서 술 먹는거 찍으시고 해서 보여주기도 하셨어요. 상영이 되고 상을 받고 하기 전에 인터뷰이, 찍힌 분들께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서 저는 감사함을 느꼈던 것입니다.
비서공: 선생님들께 영상을 전파하셨던 것이군요.
감 독: 한선생님은 예전에 찍으신 것들도 좀좀 찾아보시고 요새도 찍으시고 하십니다.
비서공: 김선생님은 본인이 나온 영상이라고 해서 더 잘 안 보시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감 독: 저도 왜 안 보시는지 두세달 후에 추궁했는데, 심지어 올해 초까지도 안 보셨어요. 저도 이해는 못하겠지만, 연예인 중에서 자신이 나온 프로그램 안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본인도 그런지는 말씀 안 하셨지만, 그런 연예인도 있다고 답변하고 끝났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비서공: 직접 찍으셨고, 첫 영상 내레이션도 하셨는데, 찍고 나서 다시 보면서 느낀 소감이 있는지?
감 독: 첫 영상은 제 목소리다보니 볼 때마다 좀 부끄럽고요. 시옷 발음이 잘 안 되는데, 발음이 안 되었다는 점이 좀 거슬려요. 가족들이 다 자니까 웅크려서 내레이션 했고. 그 때 생각이 나서 약간 창피하고 쑥쓰러운 기분이 볼 때마다 들고. 《교대》 같은 것은 자막을 원래 만들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사실 작업한 후에 너무 힘들어서 미루어두다가, 자막을 이번 상영회 때 처음 만들었는데, 너무 작아서 좀 키울 필요는 있지마는. 원래 스크립트를 다 받아써서 둔 것이 있는데 입력을 자막으로 하는 것이 작년 생각도 나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영상에 작년에 했던 말을 입히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좀 센치했던 것 같습니다. 《교대》를 그래서……, 잘 모르겠네요. 볼 때마다 가끔 생각나서 저는 좀 봅니다. 영상을 또 만들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어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는데. 결과물도 제가 처음에 예상한 것보다 그래도 잘 뽑힌 것 같아서, 보면서 이렇게 만들었었지에 대해 위안의 시간을 혼자 갖기도 합니다.
비서공: 처음 만드셨다는 생각 저는 못 했는데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발음 문제 저는 눈치는 못 챘던 것 같음.
방청객: 다른 질문 하나 있는데, 《교대》도 그렇고 그 전 영상도 그렇고 물론 만들면서 학내 구성원 모두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겠지마는, 그 중에서도 어떤 주체가 이런 상황이라든가 혹은 현실에 대하여 좀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봄. 학내에 다양한 주체가 있겠지만은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주체들도 있는 거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감 독: 일단 가장 좋은 것은 행정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 보고 이런 영상들을 학생들도 만드는구나, 이런 것에 대해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보시라고 만든 것이긴 함.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지만은, 어렵겠죠 아쉽지만. 주된 관객은 첫 영상은 일단은 학생분들에게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여기 오신 분들은 타겟 관객은 아니고요. 이것을 보면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거나 간혹 소수 혐오의 목소리에 더 친숙한 분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만든 것이라서 유튜브에도 올린 것입니다. 《교대》의 경우에는, 이건 동아리 차원의 영상보다는 진짜 다큐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주된 관객을 상정하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주로 학내의 관리자들이 좀 보셨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학외에서 서울대 학외 분들도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경비의 이야기는 서울대 안의 경비가 외부자의 시선에 의해서 상당히 호기심이 있을 수도 있고 경비가 서울대만의 얘기가 아니기도 하고. 그런 외부의 분이 보시면 이런 분들이 있구나, 혹은 노동에 친숙한 분이라면 비슷하게는 이런 곳에도 저런 문제가 있구나 하는 너른 공감대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방청객: 아까 한 이야기에 더 덧붙이고 싶었는데, 구조적 문제보다는 미시에서 거시로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셨는데, 왜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궁금함.
감 독: 이것은 상대적인 것이기도 한데 구조적인 측면에서 개인을 본다는 게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비교한다면, 위에서부터 아래를 보는 거보다 아래로부터 위로 보는 게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 말씀드립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면 여러 일들에 있어서 계획일 수도 있고 정책일 수도 있고 제도랄 수도 있는데, 혹은 이론적인 이해일 수도 있는데, 모든 범주에 있어서 그 방향성이 당사자로부터 시작해야지 가장 정확하고 진정성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입장이다 보니, 구조적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렇게 할 때 놓칠 수 있는 개인의 이야기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항상 편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큰 그릇이 되지는 못하지만 주변이나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제 마음에도 편하고 가장 정확하고 그렇게 접근하는 게 좋지 않아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구조적 접근이 대단하고 윤리적이라고 보지만, 제가 그러하게 행하는 데 있어서 제가 개인의 자세하고 혹은 그분들에게 중요할 수 있는 얘기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제가 꼼꼼하지는 않으니. 그래서 제가 실천한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서 윤리적이라고 표편한 것입니다.
방청객: 영화를 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금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무엇이 더 윤리적이라고 하기보다, 큰 문제, 혹은 정책이나 노조 같은 문제를 얘기할 때 수많은 개인들이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되잖아요. 이에 대해서 아까 이야기할 때 이를테면 사복과 경비노동자의 옷 사이 관계 같은 것. 사복은 누군가에게는 등산복일 수 있고 다른 양복일 수 있는데, 노동자의 옷만으로 바뀔 때 이것이 무서울 수 있다고 봄. 그러나 저는 반대이지만은 힘이 없는 주체들이 하나로 묶어서 그 힘을 크게 키울 때 바꿀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무엇이 더 윤리적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장점을 서로 키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비서공: 두 가지 모두 다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지적할 필요성도 있지만은 너무 그 부분만 이야기하다보면 여기에 포함된 사람들의 고유한 이야기와 면들에 대해서 놓치지 않고 얘기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방청객: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노학연대체에서 나왔습니다. 영상 너무 잘봤고요. 개인적으로 교대에 대한 감상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 손을 들었는데요, 일단 말씀하셨던 미시적 접근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영상을 보면서 되게 많이 느낌. 노동자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면서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면들, 아까 본 일상에 대한 얘기나, 경비노동자분들은 오랜 시간 근무하시니까 기본적으로 잠을 잘 못 주무시는 경우가 많다보니 커피를 가장 먼저 타서 마시는 장면으로 교대의 첫 장면이 나오는 것. 그 부분에 있어서 노동자 개인의 삶에서 그러한 점들이, 사람들의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는 생각을 했음. 그러면서도 그러한 노동과 노동자의 삶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점이라고 봄. 노동의 가치가 어떻게 인정받는지 두 가지가 어떻게 양립할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서울대 노동자니까 저희 학교와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저희 학교에도 경비노동자 충분히 존재하고 다 같은 노동자들이죠. 우리 학교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 독: 감사합니다.
비서공: 찍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감 독: 섭외가 가장 어려웠고, 그 섭외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기억이 미화되었을 수 있지만, 교대를 하시는 시간대가 6시 30분 엄청 새벽에 교대하시는데 그 시간에 미리 가서 준비를 다 세팅해야 하기에 한 시간 정도 전에 즉 다섯시 정도에 가서 찍었는데, 처음에 다 찍은 촬영분이 너무 안 나왔어요. 한번 더 가기도 하고 아침에 새벽에 가고 하면서 세 번 정도 갔던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방청객: 마지막 감상인데, 기숙사에 살고 있는 제가, 매우 살가우신 분이 계신데, 뵐 때마다 인사를 드리고 함. 그 선생님도 학교 갈 때 오늘 하루도 편하게 보내요, 하고 인사하는 분도 있는데, 대부분은 인사를 드리지만은, 제가 바쁘거나 마스크 못 쓰거나 하면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쉬고 어디에서 사는지 등에 대해 더 살펴보고 싶다고 생각함. 같이 본 우리들도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개인들에 대해 더 살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음. 그 점을 생각하면서 영상을 봤음. 매우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음.
비서공: 상영회 제목이 “스크린으로 낯설게 본 대학, 그 속에서 본 노동”이 정식 제목임. 대학에서 노동이라는 것이 만날 기회가 많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주위에 있음을 놓치기 쉬움. 학생과 노동자가 만나서 소통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만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있으신지?
감 독: 소통할 기회가 확실히 많지가 않음.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그러한 소통을 너무 앉아서 잘 지내세요? 하는 본격적인 대화로만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은, 가깝게 지내시는 경비 선생님이 잇는 것처럼, 청소 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자주 뵈는 곳에서 소통하고 인사하는 것이 중요함. 서로 안면을 트고 익숙하게 된 관계에서 안부를 건낼 수 있는 것이 시작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함. 이것도 드물지만 여기에서 시작하면 어렵지는 않겠다고 봄. 서로에게 우호적이고 신뢰를 주는 감정이라는 게 이런 점에서 기반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노동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서 대학이 어떻게 바꾸어야 하고 노조가 어떻게 투쟁할지에 대해서 얘기해도 서로에게 피상적으로 겉돌 수는 있다는 것. 우리가 주변에서 생활하는 가까운 분들을, 이런 분들이 일하시는구나 하고 시작하고, 그 이후에 가능하면 서로 인사까지는 못 해도 목례 정도 하는 작은 실천부터 해보면 어떨까. 여기에서 서로 유대가 시작된다고 봄.
비서공: 소통이 말이 무거울 수 있는데 이것을 너무 각 잡고 하지 말고 가까운 발걸음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감 독: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제가 GV라는 것을 살면서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기회 있어서 넘 감사드림.
비서공: 이번 행사는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오면에서도 함께 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서점 사장님 말씀 들어봅시다.
김동운 사장: 저는 그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운이라고 합니다. 5월달 정도에 이런 대학과 노동과 관련된 주제의 강좌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 주셨었고, 이야기가 되어서 지금 죽 진전이 되어서 이 행사까지 하게 됨. 저도 학생운동을 하다가 공장에 들어가서 노동운동을 했고, 당시 노학연대라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을 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방향성이나 방식 등이 다르겠지만, 여전히 이런 노학연대의 흐름이 이 자리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희 서점도 그동안 굉장히 어려운 과정 속에서, 지금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학생들과 가깝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제 내년 6월에 녹두거리 큰길가로 다시 이전할 것입니다. 제가 지역적으로는 박종철기념관을 만드는 활동을 계속 하고 있고, 녹두거리에 리모델링을 하는 박종철기념관을 짓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아마 내년 정도면 개관을 할 것 같습니다. 박종철 열사도 사실 노학연대의 노력을 하고 하던 중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는데, 계속 그런 함께하는 사람들이 뜻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서공: GV 끝가지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주 13일에는 강연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학내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휴게공간에 대해 강의하고, 제가 보조강사로서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상황과 사망 사건에 대해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시간이 되실 경우에는 다음주 강연회도 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