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저널』 인터뷰: 학내 노동 동향 (2025년 3월)
12.3 내란 이후 단위에서 진행한 활동이나 특별히 주목한 부분이 있었다면.
비상계엄 이후 매주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범시민대행진에 결합했고, 학내에서도 대학노조 및 민주일반노조, 대학원생노조 등 노동 주체와 성명을 발표하고 대자보를 부착했으며, 다양한 권리의제 단위와 오픈마이크에 참여했다.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자리를 지켰고, ‘퇴진너머 차별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대학 단위와 매주 사전집회를 공동주최했다. 학내 노조와 광장에서 종종 마주치며 일상과 광장의 연결을 느끼기도 했다. 남태령에서 농민 주체와 마주하면서는 작년 ‘이야기가 있는 숲’ 먹거리 운동가들과 서울대 생협 조리노동자 밥상회를 진행하며 여성 농민이 생산한 생태 먹거리를 나눴던 경험을 떠올렸다. 이를 통해 우리의 연결과 상호의존성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퇴진 광장에서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자는 여러 노동 주체의 목소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윤석열 정권에서 공권력 투입 위협 등 파업에 대한 탄압을 마주했던 구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조선업계 하청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자 했다. 간접고용 불안정노동에 대한 원청 ‘진짜 사장’의 책임, 그리고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를 가능케 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함께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1박 2일 대행진’에 결합해 길에서 밤을 보내고, 책임 있는 교섭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한화 본사 앞 노학연대 집회에 함께했다. 이외에도 학내 시설노동자 현안과 연결된 구로구청 하청업체 청소노동자 파업에 연대하는 등 대학과 광장의 요구를 이어가고자 했다.
2월 말에는 학내 권리의제단위들과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울대 공동행동’ 집담회에 참여해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해왔는지 지적했다. 또 다양한 비정규 불안정노동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시혜적인 ‘약자’ 호명이 아니라, 노동과 결부된 권리를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가 민주주의를 재활성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과제를 대학 내의 노동 현안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동시에 노동권과 탈식민이 연결돼 있음을 알리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달고 집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권리 간의 연결을 고민해왔다.
올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관련해 어떤 활동을 전개할 예정인가.
올해 1년간 학내 노동자 휴게공간을 전수조사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간 국정감사에서 서면 자료를 확보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주요 휴게공간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공간 및 사용 당사자를 심층적으로 조사・연구한 사업은 많았지만, 학내 모든 공간을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은 없었다. 그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공간을 살펴보고, 면적과 비품, 샤워실과 세탁실 등 필수 편의시설과의 접근성, 근무지와의 거리 등을 정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기나 제습, 적정 온도 유지 실질적으로 어려운 공간을 파악해 기준에 따른 개선을 요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학내를 조사하며 경비 직종 인원이 대폭 감축됐고, 이로 인해 무인화된 경비 숙직실이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확인했다. 노동강도와 학생의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경비 직종 인력 감축 현황을 계속 살펴볼 예정이다. 그리고 숙직실이 휴게공간으로 전용될 때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사생활 보장을 위한 개선점을 조사하려 한다.
한편 서울대 생협 휴게공간은 2019년과 2021년 파업 이후에도 개선이 잘 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약 24명이 휴게하는 학생회관 휴게실이나, 식당과 카페 근무자 20여 명이 3평 미만의 공간에 휴게하는 자하연 휴게실은 면적 자체가 심각하게 협소하다. 그간 파업과 투쟁을 통해 농생대 3식당 등에서 휴게실을 개선하거나 샤워실을 신설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돌아가면서 쉬어도 눕기조차 어려운 휴게공간이 지닌 문제는 분명 조명돼야 한다. 생협이 별도법인이란 이유로 재정난이 가중돼 온 상황에서, 생협의 시설 개선에 대한 대학본부의 책임을 요구하고자 한다. 이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 그리고 학생 복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 충원 요구와도 연결돼 있다. 올해가 끝나면 많은 생협 노동자 분들께서 정년퇴직을 하시는 만큼, 노동조건 개선과 인력 충원에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나서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월 18일 자체직원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차별시정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정액급식비 등을 법인직원과 동일 노동에 종사하는 자체직원에게도 동등하게 지급해야 함을 적시했다. 서울대가 2심판결을 즉각 수용하도록,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무기계약직의 평등한 노동조건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생협 노동자와 시설관리직 노동자를 비롯한 학내 다양한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이 시정될 수 있도록 연대를 구축하고, 자체직원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해온 기관장・학장 발령의 이중적・파편적 고용구조를 총장 발령으로 일원화하기 위해 함께 요구할 예정이다. 이는 생협의 고용에 대한 대학 직영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일과도, 시설관리직 내의 기관장발령 차별 및 용역업체 간접고용 사용 확대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과도 연결돼 있다.
작년을 마지막으로 퇴직하신 시설관리직 노동자분들께 학생들의 감사 인사를 모아 전달했다. 올해도 일상 속의 소통을 이어갈 방법을 더욱 강구하고자 한다. 작년에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탁구를 배우는 ‘호호체육관’이 많은 호응을 얻었던 만큼, 올해에도 배드민턴을 비롯해 ‘스포츠권’ 제고와 구성원 간 교류를 도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