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과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서울대학교 집담회’ 발제문


‘노동’을 통해 본 윤석열 정부와 윤석열 이후의 사회


 계엄/내란 이후의 퇴진 광장에서는 ‘노동’과 결부된 다양한 발언이 오갔다.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 ‘노동’이 어떠한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보여줌과 함께,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 및 이와 결부된 권리가 어떠한 폭력의 대상이 되었는지 증언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웠으며 노조의 정당한 투쟁에 국가폭력으로 답했다. 건설노조로 알려진 전국건설노동조합에 윤석열 정권은 ‘건설현장 폭력이 완전히 근절될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법치를 확고히 세워야 한다’며 ‘건폭’ 프레임을 씌웠다. 이 여파로 3만여 명이 건설노조에서 이탈했고, 결국 2023년 5월 이에 항의한 양회동 열사의 분신까지 이르렀다. 화물운송 업계에서는 ‘특수고용’이라는 이름으로 고용 형태가 파편화되어 위험한 노동조건의 책임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어 왔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화물연대’는 2022년 12월에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파업을 ‘귀족 노조’의 명분 없는 불법 행위, 정치 투쟁으로 규정하고 파업 참여자들을 제압하였다.

 그 외에도 윤석열 정부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 지원법)의 제정을 추진하면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을 ‘노동약자’로 호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불평등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펼친 파업에는 정작 탄압으로 일관하며 대응하였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은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을 통해 만들어 온 권리와 제도를 후퇴시킨 것은 물론이고, 시혜적인 ‘약자’를 넘어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서의 ‘노동자’를 상상하지 못하는 반민주적 시각을 보여준다.

 자본과 노동 간의 관계가 사회를 조직하는 핵심적 관계로 부상한 이후, 노동조합과 같이 ‘노동’과 결부된 집단적 주체는 민주주의의 진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동시에 일터에서의 민주적 관계가 평등한 시민성과 민주적 습속을 형성해나가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실천은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심화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이 만연해지고 있는 오늘날 노동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는 폭력적 탄압 앞에서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지는 주체로서 ‘노동자’의 위치를 확립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중층적인 간접고용과 불안정한 계약직 고용, 그리고 ‘위장 자영업’,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 등 새롭게 양산된 불안정노동의 파편적 형태들에 관련된 사회적 권리를 재구성해야 한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1월 “신속탄핵 안전배달”을 제목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려온 대행진과 같이 새로운 주체들의 목소리가 그 가능성을 열어내고 있다. 라이더유니온과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조직화 속에서 쟁취해낸 ‘노동자성’ 인정. 산재보험법의 개정으로 인한 노동안전 및 건강권에 대한 플랫폼 자본의 책임성 강화 등은 우리가 지닌 역량을 보여준다.

 ‘노동’과 결부된 권리를 새롭게 돌아보는 일은 주변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서울대생협 조리노동자들의 인력 충원과 건강권을 위한 투쟁,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한 노동환경을 요구하는 기억의 목소리를 떠올려보자. 이는 성별화를 비롯한 다양한 기제와 교차하며 평가절하되어 온 필수노동, 특히 돌봄노동과 재생산노동의 권리를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연대이다. 일터의 조건에 권력을 행사하는 ‘진짜 사장’의 ‘책임’을 규정하기 위해 차별적인 고용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 노동자들의 투쟁을 생각해보자. 다양한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과 마찬가지로, 기관별 고용 등으로 파편화된 대학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평등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노동자-학생 연대’를 의미하는 ‘노학연대’가 이주노동, 장애인 노동, 기후정의 등을 고민하며 지평을 넓혀가려는 취지 또한 윤석열 이후 ‘노동권’을 새롭게 상상하기 위함이리라.

이야깃거리

  1. 계엄 이후 퇴진 광장에서 혹은 라이브 등을 통해 ‘노동’ 혹은 ‘노동권’과 결부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었는지 이야기해보아요.
  2. 계엄과 퇴진 광장을 전후하여, 뉴스에서 ‘노동’에 대해 접할 때 관점이 바뀐 경험이 있나요?
  3. ‘노동’이 ‘민주주의’와 혹은 다양한 ‘권리’의제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 경험이나, 혹은 더 연결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 및 고민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4. 우리 주변에서, 이를테면 대학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과, 퇴진 이후의 대학에서 관계 맺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