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국민의힘의 내란 동조, ‘국민’은 누구인가?

노동권 보장을 위한 윤석열 퇴진, ‘국민’에서 배제되어온 존재들과 함께 만들어가자


 지난 12월 3일(화) 밤, 윤석열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법에 비추어 보아도 위법인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로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려 시도했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군경을 사조직처럼 움직여 각종 사법・행정기관을 장악하고 노동조합 지도부를 비롯한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 시도했다. 이는 어떠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여도 옹호할 수 없는, 명백한 내란이며 친위 쿠데타 시도이자 즉각적인 탄핵 사유임이 명백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온 권리마저도 부정하려는 시도에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계엄 직후 국회의사당 앞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막아냈고,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지난 12월 7일(토)에는 1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여의도로 모여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했다. 전국의 대학가에서도 연달아 학생과 교수의 시국선언이 발표되었고, 서울대학교에서도 학생총회를 열어 압도적인 열기 속에 윤석열 퇴진 요구 의안을 가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석열 퇴진을 위해 총파업을 선언했으며, 양대노총이 공히 탄핵 요구에 뜻을 모은 가운데 아시아와 세계의 많은 노동조합이 한국 노동계에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보냈다. 화물노동자, 학교 급식실의 학교비정규직 및 교육공무직 노동자, 철도노동자 등 윤석열 정권의 탄압으로 노동권을 침해당해 온 노동자들은 노동안전과 일터 민주주의를 위해 퇴진이 필수적이라며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와 학생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모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윤석열의 탄핵은 너무나 시급했다.

 그러나 12월 7일 밤, 윤석열에 이어 이번에는 여당 국민의힘이 시민의 뜻을 배신했다. 인권과 노동권을 정지시키려는 반민주적 폭거가 일어났음에도 자신들의 안위와 정치적 이익만을 고려하여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탄핵안이 자동폐기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내란죄를 저지른 윤석열과 한통속임을 자인하는, 사실상의 내란 동조・옹호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비상계엄하에서 4.19혁명으로 부활하던 민주노조운동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중앙정보부가 노동조합을 관제조직으로 재편하고자 어떤 폭력을 행사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그렇게 놓인 억압적 노동정책과 제도는 1970년대 유신 체제하에서 긴급조치와 국가보안법을 통한 폭압적 노동통제로 이어졌다. 또한 우리는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이후, 유신 체제를 무너트렸던 여성 노동자들의 민주노조들이 신군부의 군홧발에 어떻게 짓밟혔는지 기억한다. 산별노조를 억제하고 사회적 연대를 금지하며 노동조합원들을 대거 체포 및 배제했던 신군부 비상계엄의 역사가 노동자들의 자주적・민주적인 권리 옹호를 어떻게 가로막아왔는지, 우리는 87년 이후 오늘날의 일터에도 느끼고 있다.

 계엄과 쿠데타로 노동권을 파괴해온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는 국민의힘의 내란 동조를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 불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하며 시민에게 총구를 돌린 대통령이 계속 군 통수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내걸고 ‘국민’에 대한 내란범을 옹호하는 그 파렴치함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서 진정한 ‘국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니, 우리는 그에 멈추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저들이 말하는 ‘국민’ 바깥으로 내몰려 매일의 일상을 계엄 상태에서 살아가야 했던 존재들의 목소리와 힘을 보여주자. 노조탄압과 노동안전 미비로 죽음에 내몰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동자성’을 부정당해 최저임금 등 헌법적 권리에서 배제되었던 불안정 노동자들, 돌봄 노동 평가절하로 중층적 억압에 놓였던 여성 노동자와 일터에서 끊임없이 차별에 시달려온 퀴어 노동자들, ‘미등록’이란 이름 아래 법치와 민주주의의 예외지대로 선언되어 기본권마저 박탈당했던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퇴진 이후의 세상을 광장에서 외치며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쿠데타와 민주적 권리 박탈의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외친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행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탄핵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 외침을 모으고, 윤석열 이후의 세상을 직접 그려나갈 것이다.

2024.12.09.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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