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입을 틀어막는다. 계엄을 선포한다. 그래도 목소리는 결코 멎지 않는다.

반헌법적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와 인권 위협한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지난 12월 3일 밤 우리는 '계엄'이라는, 도무지 믿기 힘든 단어를 마주했다. 의회에서 야당 의원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졸업식에서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보아야 했던 때를 지나 이제는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폭력적인 궤변을 보고 들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입맛에 맞지 않는 목소리를 억눌러 지워버리려는 정권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는 모습 역시 보았다. 계엄이 선포된 차갑고 어두운 밤에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국회로 달려가 계엄 철폐를 외치며 새벽까지 그곳을 지켰다.
 입을 틀어막았다. 윤석열 정권은 그 시작에서부터, 자유와 행복과 삶을 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무시하고 탄압해왔다. 계엄을 선포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경시하는 정권에서, 배제와 폭력의 범위는 넓어져만 왔다. 그럼에도 목소리들은 멎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정권이 지우려고 했던 목소리와 말을 엮는다.

 “윤석열은 집권기간동안 건설노조를 포함한 다수의 노동조합을 탄압하며 노동3권을 크게 손상시키고,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로 노동인권을 후퇴시켰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짓밟은 권력은 이제 총구를 다름 아닌 모든 국민에게 겨눈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른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유린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소리 높인다.” (빗소리)

 “계엄령으로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정권의 폭력성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데 먼저 동원되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하는 시민이 곧 노동자이고, 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가 곧 시민인데, 국가와 자본은 언제나 노동자와 시민을 분리하는 수사를 구사하며 노동 탄압을 자행해왔다. 이는 노동자들이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심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역사 속 기억이 두렵기 때문이다. 투표에 국한된 권리를 넘어 일터와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자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민주주의 활성화의 원동력이란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전태일 열사와 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노동자들이 쌓아온 민주주의를, 깊디깊은 차별을 넘고자 하는 오늘날 불안정 노동자들의 외침을 폭력과 혐오로 부정하려 했던 정권은, 결국 반인권적 쿠데타 시도를 통해 모든 시민을 적으로 돌리기에 이르렀다.” (비서공)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윤석열의 돌발스러운 12.3 계엄 쿠데타는, 일전에 지속적으로 생명을 경시해 온 윤석열 정부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동조해 해양생물의 삶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고, 개발제한구역 대규모 해제 및 가스전 개발사업 등을 통해 비인간동물의 거주지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해, 화재・열사병・폭우 등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비인간동물이 사망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 방기로, 폭우 인명피해 발생 및 온열질환 사망자 증가 등 생명의 위협은 기후재난에 취약한 인간으로까지 확장해 오고 있었으며, 윤석열 정부는 이를 무시해 왔다. 이번 계엄령은 자기 자신의 이권과 안위만을 위해 행동하던 윤석열 정부 생명 경시의 결과이며, 우리는 더 이상 생명을 경시하는 윤석열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누비건스)

 “우리가 목격한 사건은 44년만에 발생한 초유의 사태이며,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린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판단의 결과물이다. 수많은 존재들을 비정상으로, 시민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내쫓으며 대통령 자리에 오른 윤석열은 임기 내내 기득권자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비리를 은폐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그날, 윤석열은 또다시 그 울타리가 얼마나 권력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는 허상인지를 몸소 증명했다. 그날, 본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 군대가 오로지 사적 이득을 위해 국회 앞으로 동원되어,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목소리를 낸 이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날, 계엄령은 그 존재 자체로 이들 또한 손쉽게 울타리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그날, 탐욕과 차별이 규정하는 시민의 경계 밖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쫓겨날 수 있는지를 우리는 다시 한번 보았다. 이러한 경계를 허물어 모두가 존엄한 사회를 만들기는커녕 민주 사회의 공론장을 무력으로 위협한 자를 우리는 결코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윤석열은 조속히 헛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속죄하라. 나아가 국민의 일꾼으로 임명되었음에도 그 임무를 우습게 여긴 점에 대해,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즉각 하야하라.” (QIS)

 “윤석열 정부는 선거 시기부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강조해 왔고,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은 10개월째 공석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여성혐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탄생하였으며, 임기 중에도 여성 대상 폭력 방지, 성평등 예산의 삭감과 인사 농단으로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온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켰다. 윤석열은 내용과 절차상 위헌, 불법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민 모두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는 여성 대상 인권 침해를 일삼던 윤석열 정부의 태도와 분리될 수 없다. 여성의 인권, 나아가 모든 사람의 인권을 위해 윤석열은 퇴진하라.” (달)

 “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위디는 회칙상 교내 장애인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존재하나,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경계를 뚜렷하게 하여 비장애인의 인권을 배제하는 문장이 아니다. 위디에게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인권을 증진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때의 인권은 의무이기도 하여 모두가 누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조차 없는 일련의 행위를 최근 보여주었다. 비상계엄령을 통하여 무력을 이용해 올바른 정치적 결사 혹은 시위의 권리를 막으려 시도하였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체제전복세력으로 환원하는 몰상식한 행위를 자유민주주의 체제 재건으로 표방하는 현 정권을 규탄한다.” (with:D)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죽음들을 제대로 애도하는 일조차 가로막고,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시민권의 요구를 폭력적 이익 추구로 매도하며, 과거를 부정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현재를 좀먹어온 윤석열 정권입니다. 계엄령으로 눈과 입을 틀어막고 우리의 슬픔과 미래마저 앗아가려는 폭압에, 결코 하나일 수 없이 다양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합쳐 저항합니다. 이념이나 신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로 동시에 외칩니다. 차별과 폭력을 일삼는 정권 장악 멈추어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THISABLE)

 우리는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정권에 맞서 시민이 이룩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다.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는 윤석열 정권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다. 윤석열 정권과 그를 비호한 이들은 민주주의를 흔들고 인권을 위협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장애인을 여성을 성소수자를 그리고 수많은 존재들을 배제하면서 이 사회를 조각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쪼개져 있지 않는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침묵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투쟁하는, 배제되고 불화하는 모든 불온한 이들과 함께 외친다,
 “반헌법적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와 인권 위협한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2.05.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빗소리 of SNU
서울대학교 비거니즘 동아리 누비건스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IS
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with:D
서울대학교 장애인권자치언론 THISABLE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