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저널』 인터뷰: 학내 노동 동향 (2024년 11월)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지난 10월 11일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와 정례 면담을 진행하며 생활협동조합(생협) 학생식당의 인력 미충원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더군다나 생협 느티나무 카페가 도넛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등 카페 직종에서도 노동안전과 건강권을 위한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금체계의 미비로 인한 자체직원 노동조건의 파편화와 업무 가중으로 인한 고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향후에도 생협 노동자와 자체직원 노동자의 요구를 긴밀하게 파악하고 행동이 필요할 때 연대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대는 궁극적으로 학생의 복지와 이를 지탱하는 노동을 대학 본부가 직접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생협 복지사업 직영화와 노동자 직고용, 최종적 고용자로서 자체직원에 대한 차별 시정과 인사발령 일원화를 촉구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시설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스포츠로 연대하는 ‘호호체육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생활체육을 통한 교류와 스포츠 인권 제고를 위한 장이 됐을 뿐 아니라, 학내 여러 기관과 단과대에서 일하는 청소 직종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여성 청소 노동자가 휴게공간 개선 이후에도 다른 건물의 샤워실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등 미시적이고 질적인 차원에서 노동 및 휴식의 조건을 짚어봐야 할 지점이 많은데, 각 단과대와 기관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더욱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현재 기관장발령 시설관리직원에 대한 계절수당이 잘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눈치 보지 않고 휴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연차 사용 시 대체 근무를 하는 노동자에게 연차대체수당을 지급하라는 시설관리직원의 요구에 대해서도 연대하고자 한다. 한편 학생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는 경비인력 감축과 경비실 무인화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시기 정보를 확보해 구체적인 조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청소 직종 등에서 기존 인원이 퇴사한 자리나 새롭게 청소 공간이 생겨난 자리에 용역업체를 간접고용하고 있는지도 주요하게 조사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연말에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지난 ‘생협 조리노동자와 함께하는 밥상회’의 후속 전시 ‘식탁을 차리는 이의 식탁’을 기획하고 있다. 먹거리 운동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야기숲’과 함께 준비하는 이번 전시는 밥상회에서 오간 이야기와 생협 노동자들의 구호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중앙도서관 터널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전시의 의미를 현장 노동자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간담회도 11월 5일에 진행하고자 한다. 11월 하순에 성북구에 위치한 텍스트 중심 전시관 ‘수건과 화환’에서도 해당 전시 및 노동자 간담회를 진행해 사회적으로 서울대 생협 노동자 투쟁을 통해 본 돌봄과 더 나은 식사에 대한 이야기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파업 당시 연대하러 온 학생들이 우리에게 미안해서 식사를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많이 드세요. 열심히, 인원 늘려달라고 말할 거예요.” ‘생협 조리노동자와 함께하는 밥상회’에서 오간 여러 이야기와 구호는 조리노동과 같은 돌봄노동이 단순히 건강권을 침해하는 열악한 노동일 뿐 아니라 저평가돼 온 숙련과 전문성, 그리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내포한 노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러한 조리노동이 가정에선 무급으로 이뤄지기에 조리노동의 낮은 임금이 당연시된다. 식사를 둘러싼 우리의 관계가 일방적인 비용의 전가가 아니라 상호적인 돌봄의 관계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생협 노동 현안을 둘러싼 식사와 노동의 현안을 다층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 2학기 가을 오픈 세미나와 ‘호호체육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활동과 논의 내용을 소개해달라.

 9월 24일에 진행된 가을 오픈 세미나는 노동권과 대학 민주주의, 그리고 기후정의의 관계를 알아보고, 현재의 과제를 이야기해 보는 시간으로 꾸렸다. 대학 기업화 반대 투쟁과 비학생 조교 투쟁 간의 연대 등 그동안 대학 노동자와 학생이 대학의 의사결정에 대한 권리를 위해 연대한 사례를 살펴보고, 건물의 공간 배정을 민주주의적 권리로 보고 함께 연대하면 어떨지 이야기 나눴다. 아울러 폭염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노동자 등 최일선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후정의가 공동체의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는 점 또한 살펴봤다. 10월 13일에는 ‘호호체육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러 학교 소속의 시설노동자와 학생들이 모인 ‘모두의 운동회’가 열렸다. 그동안 여러 학교에서 요가와 댄스, 배구와 농구, 탁구 등 청소 직종을 비롯한 대학 시설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스포츠 인권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는데, 이번 ‘모두의 운동회’는 교류 행사일 뿐 아니라 우리의 운동장과 체육관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 돌아보는 자리기도 했다. 흔히 대중매체를 통해 보는 엘리트 스포츠는 노동자, 그리고 일터와 너무나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행사는 생활체육의 권리가 일터에서도 실현될 수 있고, 스포츠 접근성 자체가 노동안전과 노동자의 여가에 대한 권리에서 무척 중요한 지점이라는 사실을 환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난 10월 9일 학내 ‘민주화의 길’을 산책하며 노동권의 관점에서 해설하는 ‘서울대학교 사회운동의 길 함께 걷기’ 사업을 진행했다. 학내 ‘민주화의 길’ 자체가 기억에서 잊히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런 과정에서 민주화라는 단일 서사로만 뭉뚱그려 서술할 수 없는 사회운동의 역사와 현재성을 이야기할 공간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한 사업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열사로 기억되는 인물들이 노동권에 관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노동권을 위한 사회운동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학생 연대는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떤 변천을 겪었는지 함께 살펴봤다. 사회운동 내에서 지금까지 부차화되거나 비가시화된 역사적 기억을 돌아보는 일은 오늘날 다양한 학내 권리의제 활동이 어떤 맥락 위에 놓여있는지 반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조정식 열사 추모비를 주목해, 우리가 흔히 비정치적이라고 바라보는 안전과 생명의 문제가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의사결정 참여 권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런 의미에서 노동안전과 일터에서의 보건을 위한 활동이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운동적’인지 돌아봤다. 오늘날 위험의 외주화와 노동의 불안정화 속에서 학내 그리고 사회적으로 건강권을 요구하는 노동권 활동을 어떤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