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노동자에게 밥 한끼조차 내어줄 수 없다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학생들이 앞장섭시다!

 오는 3월 20일부터 대학의 청소, 주차관리, 보안 등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대학본부에 맞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섭니다. 작년 11월부터 수개월을 끌어온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이하 ‘노동조합’) 14개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은 시급 50원 인상 빼고는 아무것도 내어줄 수 없다는 대학 측의 고집 앞에서 허무하게 결렬되었습니다. 쟁의조정 절차 또한 3월 14일을 끝으로 합의를 마치지 못한 채 종결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쟁의조정 단계에서 최종 요구안으로 ▲현행 시급 10,190원에서 270원(2.6%) 인상, ▲식대 월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2만원 인상, ▲상여금 동결을 제시하였습니다. 기본급은 22년, 23년 요구안인 시급 400원 인상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과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 10월 말 기준 노동자 실질임금은 반년째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가구실질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분기 증가율 0.0%, 2분기 3.9% 감소, 3분기 0.2% 증가에 그쳤습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게, 특히 최저임금이 최고임금 수준인 대학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초고물가 시대는 더더욱 가혹합니다. 고령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일터와 삶터는 너무나 절실합니다. 그러나 식료품 가격 인상, 난방비와 교통비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필수적인 소비조차 줄여야 하는 상황은 생활고의 악순환으로 노동자를 내몰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노동조합의 요구는 유례없이 보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당국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초과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묵살하기에 바쁩니다.

 새벽 4, 5시부터 출근해 일터에서 두 끼를 해결해야 하는 청소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식대는 현재 한 끼 평균 2,700원 수준입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한다고 해도 한 끼에 3,100원 정도가 보장될 뿐입니다. 지난달만 해도 식료품 물가지수는 7.3% 상승하였고, 신선과일 가격은 41.2%나 올랐습니다. 한 개에 1만원 짜리 사과가 대형마트 매대에 오르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30개월째 전체 평균보다 높고, 가공식품 물가상승률도 24개월째 평균 이상입니다. 김밥 한 줄도 아닌, 구내식당 학식도 아닌 2,700원짜리 식사로는 새벽부터 계속되는 고강도의 노동을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세상의 항로를 밝히며, 진리를 위해 불의와 맞서 싸워온 곳이 대학이지 않습니까? 그런 대학이 오늘날에는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망언을 남겼던 윤석열과 다를 바 없는 기득권의 시선으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습니다.

 오늘날 대학 구성원 모두가 전례 없는 생존권 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캠퍼스에서 운영 중인 ‘천원의 아침밥’은 하루 한 끼라도 걱정 없이 먹고 싶은 청년학생 대다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줍니다. 그러나 여태껏 대학공동체로부터 배제당해온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그조차 꿈만 같은 일입니다. 지난 2010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해고를 당한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 전까지 하루 300원 꼴의 식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은 온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비슷한 시기 고려대학교에서는 식대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학교에서 나온 폐지를 팔아 식대를 충당하자, 쓰레기도 학교 재산이라며 청소노동자들의 폐지 수거를 가로막은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가 말해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요구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아가고, 노동해야 할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사학재단의 책임 전가는 학생, 교직원, 그리고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대학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노동을 “최저임금만 줘도 되는” 최저노동으로, 밑바닥 노동으로 평가절하하는 현실, 이제는 끝장내고자 합니다. 대학공동체의 위기에 맞서, 더 많은 학생들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를 바랍니다. 2024년 서울지부 집단교섭투쟁 승리를 위해, 노학연대 기획단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단국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 새벽,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모임 가시,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사회과학 학술소모임 포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화여대 노학연대 모임 바위,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육권・노동권・성인권 특별위원회 미대의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