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셔틀버스를 통해 본 대학의 기후부정의: 대학 기후부정의 집담회 발제문

1. 기후재난, 서울대에는 어떤 영향이?
지난 8월 관악구를 휩쓴 심각한 폭우는 단순한 장마가 아닌 기후재난의 산물이었다. 강의실이 침수되는 등 학내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청소 등 시설관리 직종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2019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3주기가 되던 때에 폭우로 침수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했는데, 대학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에선 밤새 침수를 막기 위해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물을 퍼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감전 등의 위험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꼭 이러한 이상기상이 아니더라도, 기후재난 속에 만연화한 날씨의 변화는 노동 환경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기후변화로 이전과 다르게 가을에도 예상하기 어려운 우천이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학내에 낙엽이 더 많이 쌓이고 물을 머금어 더욱 무겁게 축적되었다. 이를 청소하기 위해선 송풍기를 이용하게 되는데, 전기 충전 송풍기로는 부족하여 휘발유 충전기를 이용하게 되고, 휘발유 송풍기는 몹시 무거울 뿐 아니라 매연 발생 등으로 사용하는 청소노동자와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을과 겨울철의 많은 비는 낙엽이 배수로 막게 만들어 여름 폭우 시기가 아님에도 역류나 침수 등의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예방 혹은 복구 작업에 동원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진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이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을 안전에 위험한 요인으로 만들고 있다.
급속하게 찾아온 겨울철의 폭한도 문제를 야기하긴 마찬가지이다. 폭설과 기온 하강으로 그늘진 곳엔 너무나 자주 빙판이 생기고, 어두운 밤에는 낙상 사고 등의 위험이 높다. 대학 내의 시설관리나 옥외 청소 업무는 환경미화 직종이 별도로 담당하지 않고 주로 학내의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게 되는데, 캠퍼스의 지형이 경사져서 더욱 위험한 서울대의 경우 제설노동의 어려움과 위험도는 배가된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대학 캠퍼스 내 작은 곳들부터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노동자의 노동 환경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이 기후재난으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야말로 기후정의의 실현을 위해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데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헌데 그렇다면 왜 서울대학교는 기후정의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기후위기에 책임 있게 대응하기보다, 전환의 비용과 부담을 노동자와 불평등한 위치에 놓인 학내 구성원에게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위치상 이동권이 무척이나 중요한 서울대학교에서, 대중교통으로서의 셔틀버스를 중심으로 서울대 내의 기후부정의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2. 외주화된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과연 기후정의에 부합하는가?
서울대학교의 위치상 셔틀버스는 학생을 비롯한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이동권을 위해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셔틀버스 이외의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대 시설들에 대한 접근성이 낮거나,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과중하거나, 수요자에 비해 배치가 과소하여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무상 셔틀버스가 이동권 차원에서 중요한 만큼, 셔틀버스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셔틀버스가 모든 대학 구성원의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셔틀버스에 전기차를 도입하고, 기존 버스를 저상버스로 늘려 부족한 장애인 콜택시로는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운 장애인의 이동권을 평등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실 대학본부의 전체 예산에서 셔틀버스를 전기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것이 그렇게 큰 부담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아직 요원하다. 과연 이유는 무엇인가?
한편, 2023년 들어 셔틀버스의 배차 간격이 불규칙하다거나 혹은 차량 배차가 부족하여 오랫동안 길게 줄을 서서 대기를 했음에도 지각을 하게 되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셔틀버스는 학생들의 등교 수단일 뿐 아니라 학교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통근 수단이기도 하다. 새벽에 출근하는 청소 직종 노동자들은 예외로 하더라도, 많은 대학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이동과 통근 교통량이 많은 시간에 출근하게 되고, 셔틀버스가 편리한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게 될 유인이 크다. 서울대학교는 학내 교통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셔틀버스 증차 등을 위한 개혁을 선택하기보다는, 많은 비용을 들여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 지하에 대규모 주차장을 증축하는 토건을 선택했다. 이는 오히려 대학 직원들이 자차를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방안이며, 탄소 배출을 증가시킴은 물론이거니와 서울대 주변의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을 결과적으로 오히려 격화시키게 된다. 기후정의에 역행하는 주차장 증축에는 예산 투자에 거리낌 없었던 서울대가, 셔틀버스의 증차를 위해선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2016년 이후 셔틀버스가 노선별로 점차 외주화되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본래 서울대학교가 직접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셔틀버스 기사들을 자체직원으로 고용해왔지만, 노선별 외주화의 결과 현재는 교내순환 버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선이 전세버스 업체와의 외주 계약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물론 학교가 직영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셔틀버스를 외주화하여 운영한다는 것은, 대학이 셔틀버스에 대해 다양한 개선을 취할 수단 자체를 대학의 손아귀에서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기에 무척이나 문제적이었다.
우선 전세버스 용역업체와 외주 계약을 하게 될 경우, 대학이 셔틀버스 업체의 운영에 대해 업무지시를 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된다. 업무지시를 할 경우 이는 대학본부가 셔틀버스 용역업체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의 혐의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학생들과 대학 구성원들의 불만에 대해 업체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간접적인 방안일 뿐이다. 버스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에 적절하게 셔틀버스를 증차할 권한조차 대학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조건에서, 서울대가 구성원의 이동권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지극히 제한적일 따름이다. 기사 인력의 부족으로 셔틀버스 노동자가 제대로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갖지 못해 배차 간격이 불규칙해져도, 대학은 셔틀버스 인력의 증원을 요구하지 못한다. 어느 노선의 셔틀이 계약 조건과 다르게 임의로 소형버스로 셔틀버스를 교체했는데도 대학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뒤늦게 반응할 따름이다. 외주화는 셔틀버스에 대해 대학이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앗아가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자가용 이용 감축을 위한 셔틀버스 노선의 확충과 증차, 전기버스로의 교체, 모두의 평등한 이동권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 등을 대학이 어떻게 제대로 요구하고 관철할 수 있을까?
이렇게 외주화의 문제점이 심각함에도, 대학은 외주업체의 이윤을 보전해주느라 더 많은 비용을 버스 운영에 투입하게 된다. 2022년 서울대가 셔틀 외주업체(엑스포관광전세버스협동조합)에 지급한 계약금은 약 13.8억 원이었는데, 2023년 외주업체(주식회사 BTS)와 맺은 계약금은 30.2억 원으로 한 해 만에 2.2배로 뛰었다. 대학 구성원들의 불만은 높아지는데 이렇게 터무니없이 계약금이 오른 사태에 대해, 서울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단락된 이후 관광버스 수요가 늘었기에 증차 없이도 기존 수량의 관광버스를 확보하기 위해 2배가 넘는 금액이 필요했다고 해명한다. 이렇게 급증한 비용은 버스노동자의 임금이나, 버스의 확충에 필요한 운영비가 아니라, 버스 업체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데 충당될 것이다. 대학이 직접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면 이러한 낭비를 막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셔틀의 증차와 평등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서울대는 국정감사에서 “셔틀버스 직영화가 학생들의 부담을 늘릴 것으로 생각하여 직영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는데, 참으로 궁색하고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올해 3월, 서울대 구성원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셔틀버스 외주게약금이 갑자기 2배로 뛴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서울대 당국은 계약서 및 개찰조서만 제공할 뿐 과업지시서, 사업내역서, 산출내역서 등 실질적인 계약금 책정 근거는 전혀 공개하지 않으며, 실제 증가분의 책정 근거에 대해선 사실상 비공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7월 101인의 서울대 구성원들이 연명하여 재차 공동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서울대는 견적서와 산출내역서를 비공개하며 그 이유로 “법인등 영업상 비밀침해”를 들었다. 즉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경영상 및 영업상 비밀로 인해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이 심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서울대나 그 구성원의 이익이 아님은 당연하며, 전세버스 외주업체의 이익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운송원가나 가격의 책정 근거조차 투명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서울대가 외주화된 셔틀버스 체제 내에선 탄소 배출의 감축이나 이동권의 평등한 증진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할 따름이다.
2016년 1월 18일, 노선별 셔틀버스 외주화가 한창일 때에 전세버스노동조합 제로쿨투어지부 故 신형식 지부장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한 끝에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내외에 큰 충격을 주었던 이 사건은 셔틀버스의 외주화 전환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책임을 방기하는 가운데, 외주업체가 저임금 고강도 노동과 부당한 노동조합 탄압 속에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후에도 셔틀버스 업체가 교체되고 계약금이 인상되는 과정에 대해 대학 구성원이 투명하게 인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셔틀버스를 증차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데 필수적인 직영화는, 셔틀버스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과 안전한 노동강도를 보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대학본부가 직접 셔틀버스에 책임질 수 있고, 그리하여 대학 구성원들이 셔틀버스 운영 관련된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셔틀버스 인력이 부족하여 노동자는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구성원들은 불규칙한 배차 간격에 불편을 겪는 사태도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의 학생들은 학내 노동자들과 함께 셔틀버스의 직영화, 이를 통한 기후정의의 실현과 이동권 증진 및 노동권 확충을 위해 앞으로도 더 노력해나가고자 한다.
3. 대학의 일상 속 곳곳에서, 기후부정의와 기후재난을 찾아보자
이번 발제에서는 셔틀버스를 주요한 예시로 삼아 대학 내 기후부정의의 실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기후정의의 전망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나누어보았다.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학내에 나타나는 다양한 기후부정의와 기후재난의 양태를 개괄적으로나마 더 살펴보고, 이를 해결해나갈 고민도 약소하게나마 나누어보고자 한다.
탄소 배출의 상위권에 놓였다고 악명이 높은 서울대 내에서도 이공계 연구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장비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과연 감축을 위한 노력이 충분한가? 의료용품의 경우에도 그동안 일회용으로 사용되어온 품목을 다회용으로 교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전기, 물, 플라스틱 등에 대해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한편, 서울대가 매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량 자체는 상당히 많지만, 대학 내의 많은 에너지 소비량으로 인해 비율상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한 건물을 녹색건축물로 인증받으려면 해당 건물 옥상뿐 아니라 주변 공터에까지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이는 유휴 부지가 필요한 사업인데, 그렇다고 하여 구성원 복지에 필요한 공간을 희생시키거나, 혹은 자연 삼림을 파괴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확충하는 것은 기후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유휴공간 중 무의미한 공터로 활용되는 공간에 설치하거나, 혹은 학생들이 쉴 수 있는 대형 가림막 등을 태양광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은 불가능할까?
서울대 내에서 생태 의제를 담당하는 기구는 ESG 위원회,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시설관리국 등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처럼 파편화된 행정을 넘어 더욱 포괄적으로 기후정의를 다룰 책임 있는 기구가 필요하진 않을까? 아울러 그러한 기구와 이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학생과 노동자 등 대학 구성원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과정에서 환경 의제에 집중하는 단위들은 물론이거니와, 기후정의와 관련한 권리 의제 활동을 이어가는 다양한 학생 단위들과 노동조합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 단위들이, 단순히 ‘거버넌스’에 대한 참고적 의견 조회를 넘어 어떻게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는 2008년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 선언’을 발표한 바 있는데, 정세가 변화하고 기후재난은 더욱 심화한 조건 속에서 새로운 전환과 목표 설정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런데 그러한 목표 설정이 명목적인 선언으로 전락하거나, 그린워싱이 악용되지 않고 실질적 변화를 근본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아울러 대학본부의 통제력이 약하고 각 단과대와 기관의 ‘자율성’이 강해 심지어 고용과 노동에 있어서도 통일적인 편제가 마련되지 않은 조건에서, 단과대의 탄소 감축 노력을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목표를 관철해낼 수 있을까?
위에서 개괄한 사항들은 서울대에서 기후재난과 관련해 제기되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떠오르는 질문들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것일 뿐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이 책임 있게 기후정의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설정하지 않으면 제도 변화는 자리잡기 어려우며, 대학의 책임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노동자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주체적인 압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런 과정에서 개인에게 탈탄소 책임의 비용을 청구하거나 혹은 기업화된 대학 내 중층적 권력 관계 속에서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린워싱이 자행되지 않도록, 주체들의 조직화와 민주적 의사결정 참여가 중요하다. 대학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입는 직접적 현장이니만큼, 대학은 구성원들이 기후정의를 위해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셔틀버스 직영화 이슈를 비롯해, 다양한 의제에 있어 기후부정의를 극복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앞으로 여러 주체들과 더 노력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