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위험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일하는 사람들의 삶터, 그리고 공공의 공간에 대한 비민주적 오염수 투기를 중단하라


 2023년 11월 2일 오전 10시 21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3차 방류가 시작되었다.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2년 만이다. 도쿄전력은 1차 방류에서 7,788톤, 2차 방류에서는 7,810톤을 해양 투기했고, 3차 방류에서도 11월 20일까지 이에 준하는 7,800여 톤을 해양 투기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물로 원전 내부의 노심을 냉각하고 있기에 오염수가 계속 생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는 앞으로 최소 30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바다를 일터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민들과 대중의 목소리는 ‘비과학적’이라는 핑계로 꾸준히 주변화되고 소외되었다. 생업을 위해 매일 바다로 출근하는 해녀들을 비롯해 다양한 직종의 어업 노동자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느낄 위험과 불안감은 자연스럽고 정당한데도, 그 우려는 “괴담”으로 치부되며 묵살되었다. 일본 정부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했음에도 후쿠시마현 어민들의 동의 없이 해양 투기를 시작했으며, 자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정부에 대해 어민들은 소송에 돌입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해양 투기 결정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오염수 해양 투기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장기적 해양 투기의 잠재적 영향들은 지금으로써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자본과 국가가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해 발생한 수많은 산업재해와 사회적 참사, 그리고 생태적 오염의 사례들을 보자. 참사와 공해를 초래한 요인들은 당시에는 안전한 물질 혹은 처리 방식으로 인정되어 사용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프레온 가스 사용, 혹은 유해 폐기물 매립으로 발생한 러브 커낼 사건 등 그 예시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여 년 뒤에 바다가 과연 안전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의 건강에 대해선 더더욱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그리고 방류하지 않고서 고체화하여 육상 저장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가장 저렴한 해양 투기를 선택한 것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렇게 검증하기 어려운 위험은 사회 속에 존재하는 중층적 위계와 불평등 속에서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외주화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를 생각해보자. 도쿄전력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적절한 교육 혹은 예방 대책 없이 재난 복구에 투입하여 피폭과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시켰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한 상황이 되풀이된다. 최근에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청소 과정에서 노동자가 피폭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울러 바다를 일터로 삼아 일하고 살아가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의사 결정 과정에조차 민주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 나아가 노동 안전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의 침해이며, 위험 없이 생계를 유지하여 나갈 권리의 침해다.

 더군다나 오염수 해양 투기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오염수 방류에 영향을 받는 주체들이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선 관련된 정보들의 투명한 공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 한국 정부는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 오염수 해양 투기를 주도하거나 이에 동조해왔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64개의 방사성핵종을 거른 뒤 이를 통해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 등은 물로 희석해 방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전 사고 초기에 고장나는 경우가 많았던 다핵종제거설비(ALPS)이기에 오작동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오염수 내의 핵종 구성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양 생물에 방사능이 축적되거나 해저 퇴적물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제기되었음에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역시 침묵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 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을 이어간다면,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세계 생명체의 안전에 위협을 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IAEA의 정보 공개 또한 민주적 의사 결정의 기초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오염수 시료 분석은 3회가 원칙이다. IAEA는 3회의 오염수 시료 분석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작 1회만으로 분석을 끝낸 뒤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최종 종합보고서 발표를 강행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창 시찰단을 정부 관련기관 및 산하기관 전문가들로만 구성해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시찰단은 한 달이 넘도록 관련 보고도 없다가 IAEA 최종평가서가 나온 후에야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역시 그 이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과 ‘선동’으로 치부하며 국가적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과연 정부의 표현대로 ‘괴담’을 낳은 것은 정말 ‘선동’인지, 아니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안전성 검증 없이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막아버린 정부인지 의문이 남는다.

 오염수가 투기된, 그리고 앞으로도 투기될 바다는 특정한 국가나 자본이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공간이다. 그러나 공공의 것으로서 다양한 주체들에게 주어진 광활한 바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전에도 국가와 자본이 스스로의 잘못을 숨기고 착취와 오염의 비용을 전가하는 공간으로 쓰여왔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언 어비나는 《무법의 바다》에서 “악의적 행위자에게 바다는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광활한 무법지대”라고 썼다. 무한한 폭력과 굶주림 속에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해상 노예의 이야기, 호화 크루즈선의 폐기물 불법 투기 사건 등 그가 취재한 이야기들은 인간이 바다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무책임한 착취를 자행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때로는 다양한 생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오염된 폐기물을, 때로는 착취당하거나 저항하다 죽임을 당한 해양 노동자를, 자본과 국가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깊은 바닷속으로 투기해버리곤 했다. 바다가 생명과 안전을 저렴한 비용으로 외부화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일은 언제쯤 중단될 수 있을까. 국경이 없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착취는 국경을 초월한 착취로 이어지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또한 앞으로 전 세계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유화될 수 없는 공공의 공간에서 평화와 안전을 지켜나가고자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비민주적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아내기 위해, 바다를 일터와 삶터로 삼아온 사람들과, 그리고 해양 투기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존재와 경계를 넘어 연대하는 일이 아닐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