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하라! 청년학생 기자회견 발언문

꼭 2년 전 오늘인 지난 2021년 6월 26일, 서울대 교내 기숙사에서 청소를 하던 50대 여성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뜩이나 열악했던 노동환경에 더해, 저임금 노동에의 편견과 평가절하가 야기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의 안타까운 사건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2019년에도 공대 건물의 직원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름이 되면 40도 가까이 온도가 오르는, 에어컨도 없는 계단 아래 곰팡내 나는 좁고 열악한 공간을 대학이 ‘휴게공간’이라며 청소노동자들에게 제공한 결과였습니다. 두 사건 모두 대학이 물질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고, 인식 면에서도 편견과 통제로 노동자를 심각하게 홀대하였다는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2023년이라고 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었을까요? 여전히 대학 내의 여러 직종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뿐만이 아니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지정되어 장시간 연속노동을 감당하는 경비노동자, 높은 노동강도로 다양한 건강문제를 경험하는 단체급식 및 카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조리실의 노동자들은 40도가 넘는 고온의 환경과 마치 물속에 있는 것 같다는 높은 습기 속에서 노동하고 있습니다. 환기 설비가 미비한 가운데 심폐질환의 위험을 야기하는 조리흄을 들이마시며 노동하고 있습니다. 카페 노동자들 역시 업무시간 내내 충분한 휴식 없이 노동하고 있으며, 특히 사람이 몰리는 식사 이후 시간대에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체력적 부담을 느끼며 노동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와 진통제를 맞으면서 고강도 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노동시간의 단축은 곧 안전과 건강, 즉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현재 저임금이 강요되어온 조건에서는 노동시간의 단축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게 되기에 선뜩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보건과 안전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생활임금이 보장되지 못하게 되어 또한 생활 속에서 다시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건강권의 보장을 위해선 노동시간의 단축뿐 아니라, 삶 속에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생활임금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물가는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통해 노동시간이 단축되어도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선 고강도 노동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에 더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이러한 대학 내 여러 직종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대해, 대학 측에서는 생활임금 보장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가능케 할 인력충원에 소요될 예산과 재정지불능력이 제한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원청 대기업하에 수직계열화된 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해서, 혹은 본사에 종속되어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장에 대해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레퍼토리입니다. 그러나 생활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은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정부와 국가 차원에서 각 사업장의 예산과 지불능력에 대한 책임을 다하여야 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폭등하는 임대료 및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 등에 대한 제한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대학에 대해선 지금 당장 고등교육교부금법을 제정하여, 고등교육재정을 OECD 상위 20개국 평균인 GDP의 1.2% 이상으로 확대하고, 일반재정지원 예산 증액 및 사용범위 확대로 노동자 임금 인상 및 추가 채용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책임 확충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산업부문에서도 물가인상에 걸맞게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의 단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책임을 다하여야 합니다.
비단 학내 노동자들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전체 사회의 모든 노동자에게 있어서도 최저임금의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입니다. 유례없이 치솟은 물가와 공공요금, 생활비는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비혼 단신노동자 생계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9.3%나 증가하고, 올해 1분기의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2.7%나 하락한 상황입니다. 생존권에의 위협은 결국 건강과 안전, 즉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빈곤과 장시간 노동으로 삶 속에서 존엄을 위협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필수적 안전망인 최저임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여 생존과 건강,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국가와 정부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