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동결과 ‘차등적용’이 아닌 대폭 인상과 보편성 확장으로!

시간당 12,000원으로 월 250만 원 보장하고,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하라!


 올해 2023년도 어김없이 내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5월 2일 첫 전원회의로 출범하게 되었다. 그런데 출범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논의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이라는, 최저임금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허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모든 시민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요구이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와 공공요금으로 인한 생계비 폭등은 실질임금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했다. 이를테면 최저임금 심의자료인 '비혼 단신노동자 생계비'는 작년과 비교해 9.3% 증가하며 최근 5년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의 실질임금은 작년 1분기 대비 2.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곧 필수 불가결한 생활권의 문제가 되었다.

 최저임금은 특히 영세・중소사업장 및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의 생존에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기 어려운 열악한 노동자들의 생활에 최저임금 인상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전국의 7,509명 시민 대상으로 진행되어 지난 5월 24일 발표된 설문조사 중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5,377명의 미조직 노동자 대상 조사 결과를 보면, 84.8%가 2023년 최저임금 9,620원으로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가 심각해지며 중위임금의 2/3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작년보다 더 증가한 조건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 등을 운운하고 있다. 이는 지금도 심각한 노동시장 내 차별을 더욱 심화하고, 그 가치가 저평가된 업종에 더 선명한 낙인을 찍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장애인은 ‘생산성이 낮다’며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수습노동자는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만 지급해도 되는 등, 누군가의 노동을 저평가하는 차별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일각에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수입'하여 '저출산'을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다수의 여성이 종사하는 필수적 재생산・돌봄 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최저임금의 보편적 보호를 확장하기는커녕 차별의 확대를 추진하는 개탄스러운 모습이다.

 청년・학생에 있어서도 최저임금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광범위한 청년 일자리의 저임금 실태에 더해, 청년층이 다수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과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용되어야 할 헌법적 권리이며, 과업당 최저임금을 지정하는 등 세계적 추세에 맞게 기본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게다가 그동안 진행되어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면서, 저임금에 고통받는 청년 노동자들은 생활을 위해 장시간의 잔업과 특근에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의 인상이 중소ˑ영세 사업장에서의 생산성 하락 및 고용 저하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소ˑ영세 사업장이 어려움에 처하는 근본적 이유는 대기업 중심의 하청계열화 구조에 있다. 이른바 ‘본사’로 불리는 원청기업 및 상위계열사에 직접적으로 착취당하고, 막대한 독점이윤을 수취하는 거대 독점자본 탓에 이윤을 적게 분배받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갑질' 및 소상공인을 위협해온 임대료 폭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하청계열화 구조는 손대지 않으며 권리로서의 최저임금만 낮게 묶어두려는 시도는 중소ˑ영세 사업장 및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간 을들의 대립만을 조장할 따름이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문제적이다. 올해의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추동되었으며, 에너지 기업을 비롯한 독점기업은 막대한 초과이윤을 남기고 있는 한편 실질임금은 물가 인상을 따라가지 못해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며, 최저임금 동결은 물가 상승의 충격을 노동자ˑ민중에게 전가하는 일일 따름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일하는 사람이 빈곤과 장시간 노동으로 존엄을 위협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필수적인 안전망이어야 하며, 지금까지 제한적으로만 적용되어 온 한계를 넘어 사각지대로까지 그 보편성을 넓혀나가야 할 제도이다. 오늘날 최저임금이 생계를 보장하지 못하고 심지어 그 보편적 취지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조건에서, 그 제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 물론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복지를 시장화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등 삶의 존엄한 재생산을 위해선 최저임금과 함께 다양한 정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보편성 확대와 대폭 인상이야말로 이를 위한 노력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