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자와의 대화가 책임있는 자세다

이정식 장관의 서울대 방문 특강에 맞추어, 무책임한 업무수행을 규탄한다


주69시간제 개악, 예정된 참혹한 실패


 올해 3월 고용노동부가 주 최대 69시간 노동시간 개악안을 발표했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이유로 ’시간주권‘을 되돌려준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조직률 14.2% (OECD 평균 32.1%) 에 불과한 한국에서 도대체 일터에서 주권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길래 그런 발상이 나온 것인가?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하에서, 주권이 일터로 돌아오면 직장은 그저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무법지대로 변할 뿐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 일하는 사람들일수록 노동시간 연장에 취약하다. 고용노동부는 그들을 책임질 수 있는가?

 주 69시간제 정책은 이미 연간 노동시간 1915시간으로 OECD 주요 국가 중 멕시코를 이어 두번째로 가장 오래 일하고 있는 한국인을 더 오랜 노동시간에 몰아넣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간의 몸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현행법상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인 52시간에서 4시간씩 노동시간이 길어질때마다 과로사 산재 인정률은 10%p씩 상승했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만 2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사로 죽었다. 자영업자, 택배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은 통계조차 없다. 이 죽음의 숫자와 노동시간은 관계가 없는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게 해야 할 고용노동부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주69시간제를 추진하는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조차 절반 이상이 한 주 평균 60시간 이상 일했다고 한다. 공무원은 월 57시간까지만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한도를 넘겨 일하면서 공짜 야근을 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공무원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였다. 입장을 작성한 공무원은 스스로도 ‘현타‘가 오지 않았을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노동부 공무원부터 책임지길 바란다.

 ‘8시간 노동, 8시간 수면, 8시간 휴식‘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가 처음 제기된 것은 1817년 산업혁명 시기이다. 200년 동안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한 결과가 그나마 오늘날의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제시하는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문장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면, 이 문장의 역사적 무게를 느껴야 할 것이다.

존재감조차 없어진 고용노동부장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욱 무책임한 일이다


 주69시간제 개악안은 3월 이후 전 사회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자와 대화한답시고220만명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민주노총-한국노총의 양대노총을 무시하고 ‘MZ노조‘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그토록 만나고 다녔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장관은 입맛에 맞는 ’MZ세대’만 만나고 다닌 것 같다. 평균연령 35세, 조합원 대부분이 ‘MZ세대‘인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진하이솔루스지회는 회사에게 준법경영을 요구하다 15일째 직장폐쇄를 겪고 있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들을 언급하는 것은 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노동자협의회조차 주69시간제에 반대하자, 앞으로 두달간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후 고용노동부장관의 이름은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노조법 2,3조 개정, 건설노조 공안탄압,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 폐지, 최저임금 인상 등 산적한 노동현안에도 담당부서인 고용노동부 장관의 존재감은 없었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정말로 지금만나고 있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노조법 2,3조 개정을 앞두고, 다시는 기업이 노동자를 손해배상으로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하청노동자들이다. 낮은 운임료로 인한 밤샘 장시간운전으로부터 보호받을 안전운임제의 정착을 요구하는 화물노동자들이다. 폭등하는 물가에 맞추어 최저임금 12000원을 요구하는 저임금노동자들이다.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터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나 공안탄압의 끝에 결국 분신하고 만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와 함께하는 건설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을 만나지 않고 노동시간이건, 노동시장 이중구조건, 제대로 따져볼 수 없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무유기 상태를 끝내고, 모든 노동자와 대화하는 길에 책임지고 나서길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