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맞서다 숨진 건설노동자 故 양회동 열사를 기억하며

노동절에 분신을 선택한 한 건설노동자


 지난 2023년 5월 1일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양회동 제3지대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해 결국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검찰과 경찰은 양 지대장이 조합원의 채용과 노조 전임자 활동비 지급을 요구하며 교섭을 벌여온 것에 대해 공갈 혐의를 씌어 수사를 벌여 왔다.

 윤석열 정부는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라며 건설노조를 폭력배로 규정하고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행위’를 근절한다는 목적으로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를 동원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워크레인노동자 등의 특수기술자가 받는 ‘월례비’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건설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실태를 살펴볼 때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를 향한 압수수색은 부당하고 노골적인 탄압임이 분명하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왜 부당한가


 먼저, ‘월례비’ 지급은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대사와 계약을 해 빌리고, 임대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조종사를 원청인 건설사가 지휘・감독하는 간접고용구조에서 기인한다. 월례비는 원청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들이 조종사에게 매달 관행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수고비, 즉 연장근로수당, 급행료, 위험작업비 등 임금의 성격을 띤다. 2시간의 연장노동에 대한 추가수당, 하청업체들이 자신의 자재를 먼저 인양할 것을 요구하며 지급하는 급행료, 안전규정에 위배되는 작업을 시키기 위해 지급하는 위험작업비가 월례비의 실체로, 하청 전문건설업체들이 하도급 구조에서 이윤을 보장받고자 지급해온 금액인 셈이다.

 한편, 조합원의 채용과 노조 전임자 활동비에 대한 요구는 매우 불안정한 건설 현장 고용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공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건설사 때문에 건설노동자는 한 현장이 끝나면 실업자가 되며, 인력사무소는 중간착취가 심하여 업계 최저수준 일당 이상을 보장받기 어렵다. 법에 명시된 합법적인 도급 계약은 발주처->종합건설사(원청)->전문건설업체(하청)의 형태로 하청업체가 직접 건설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도급 팀장을 거친 여러 단계의 불법하도급 계약으로 인해 중간착취가 극심해진다.

불법 하도급 계약 극복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활동해온 건설노조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불법 하도급 계약을 깨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현장이 개설되면 노조는 하청업체와 임금, 노동시간, 노조활동에 대해 교섭을 하게 되는데, 정부는 이 과정을 조합원 채용 협박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조합원 차별 해소와 고용안정을 위해 공정에 투입되는 ‘노조팀’과 ‘일반팀’의 비율을 협상하게 되며, 협상 과정에서 집시법에 보장된 시위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월례비에 대해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크레인 조종사들에게 단체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하는 한편 위험작업을 요구하고자 지급되는 월례비를 없애자고 주장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크레인 조종사들의 안전을 위한 작업중지권을 제약하며, 건설사의 이윤을 위해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반경에 작업자가 있어도 작업중지를 못 하게 하고, 순간풍속이 기준치를 초과했어도 원도급사의 승인 없이 크레인에서 내리지 말라고 한다. 강풍과 과도한 작업속도로 크레인이 쓰러지며 거리를 지나는 시민의 생명까지 위험해짐에도 안전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시도를 ‘태업’이라 매도하고 있다. 언론의 앞에선 40여 개의 여러 건설노조를 의도적으로 뭉뚱그려 말해 다른 노조에서 발생한 일탈행위를 이용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건설노동자의 생명권을 지키는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부당한 탄압에 항거한 죽음,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연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0번 넘게 외쳤지만, 정작 크레인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제한하고 건설노조를 탄압하며, 작년에는 화물노동자의 생존권과 모든 시민에게 안전한 도로를 위해 안전운임제 쟁취를 외치던 화물연대의 파업 또한 강경하게 억압하였다. 오직 자본의 이윤을 위한 자유만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은 자신의 생명을 지킬 자유도 없는지 되묻게 된다.

 노동조합을 통한 일터에서의 권리 보장을 어렵게 하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조치들과 함께, 터무니없이 오른 물가 속에서 벌어지는 사실상의 최저임금 동결 시도, 공공요금 인상과 노동시간 연장 시도, 정부의 대학 재정 책임 부족으로 여러 대학에서 발생하는 등록금 인상, 전세 사기 사태를 통해 드러난 주거권의 불안정성은 우리 청년・학생 모두의 삶을 옥죄고 있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건설노조 탄압은 한 산업이나 직종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모두의 생존권과 존엄을 위협하는 현실의 한 단면인 셈이다. 다시 한번 故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의 노동 탄압에 맞서 함께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