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전환’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
414 기후정의파업에 함께하자
노동권과 이동권이 보장되는 기후정의 캠퍼스, 셔틀버스 직영화로 이뤄내자
2022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관악구 일대가 전례 없는 수해를 겪었다. 캠퍼스의 도로는 토사로 덮였고 건물에는 물이 들어찼다.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청소 등 시설관리 및 식당 노동자들은 평소에 없던 노동 강도를 견뎌내야 했고, 물이 차올라 감전 위험이 있는 노동 환경까지 경험해야 했다. 서울대 인근 신림동의 반지하방에서는 서비스노조 활동을 하던 노동자와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탈출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폭우뿐만이 아니었다. 폭염과 한파는 냉방과 방한 시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해왔다.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2019년 여름, 공과대학 휴게실에서 발생했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은 기후정의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열악한 환경을 맨몸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세계적으로도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중심부 국가의 탄소 배출이 주변부 국가의 재난으로 먼저 전가되고 있는 형편이다.
역설적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기후재난에 노출되는 동시에 기후위기 해결의 부담까지 앞장서서 짊어지게 되었다. 물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전력 소비 세계 7위의 국가로 글로벌 기후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으며, 그중 서울대학교는 10년째 서울시 에너지 사용량 1위 시설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채 사용량을 오히려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약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선 안 된다. 최근 시민들이 ‘난방비 폭탄’이라고 불릴 만한 가정용 에너지요금 인상을 경험한 것에 비해, 정부는 10대 대기업에 대한 에너지요금 할인 혜택, 산업용 전기에의 누진제 미적용 등을 통해 에너지기업의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윤석열 정부가 공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기후정의의 명백한 후퇴를 보여준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큰 산업부문의 에너지 감축 부담을 이전 정부의 30.2%에서 21.6%로 대폭 낮추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 감축량의 75%를 2027년 이후로 몰아넣으면서 차기 정부에 대부분의 감축 부담을 전가했다.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이자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할 발전소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 문제 역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결국 기후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대기업의 이윤만을 온존하는 방식으로 떠밀려서 하는 ‘불평등한 전환’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일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대기업 중심의 재생에너지 산업, 농어촌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그리고 서민들의 에너지요금 부담과 이동권 박탈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이는 존엄한 삶을 위한 시민들의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면서, 노동자와 농민, 지역 주민, 사회적 소수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공성 주도의 에너지 전환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교통은 거의 유일하게 여전히 에너지 사용량이 급속하게 증대되고 있는 분야이며, 자동차 산업의 탄소발자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9%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폐지 시도나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의 정책들은, 교통을 공공 부문에서 사유화의 영역으로 급속히 밀어 넣으며 결국 기후위기의 비용을 서민들에게 이중으로 전가하는 ‘불평등한 전환’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와 달리, 정의로운 전환은 버스 및 지하철 노동자의 고용 및 노동 조건의 제고와 함께 대중교통의 완전공영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수반한 교통 체계의 재편을 향하는 것이다. ‘준공영제’로 국가가 버스업체의 이윤만을 보장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 노동자들은 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요금 인상을 반대하고 대중교통 완전공영화로 교통체제의 탈탄소 전환을 이루어내고자 투쟁하고 있다.
자가용의 범람과 대중교통 접근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서울대학교 역시 이러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셔틀버스 정책은 기후정의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외주용역 전세버스의 형태로 운영되는 셔틀버스 업체에 대학이 지불해야 할 입찰 가격이 작년 약 15억 원에서 올해 약 30억 원으로 두 배가 되었지만, 학생들의 이동권도 노동자의 노동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버스 수요 증가가 이유라며 외주업체가 대학본부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받아가고 있지만, 버스의 배차 대수와 운영비도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도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평등한 이동권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 또한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셔틀버스 대기줄은 길어지고 버스 안 혼잡도는 높아지는 가운데 대학 구성원들의 자가용 이용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는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극심한 탄소 배출량 증가를 초래한다.
셔틀버스가 노선별로 외주화되기 시작한 2016년 이전에도 교통 접근성의 미비나 버스기사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 및 노조할 권리 탄압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셔틀버스의 외주화는 학생의 등록금과 대학의 재정으로 버스회사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주면서도, 대학본부가 학내 교통 관련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대학 구성원은 이동권 및 노동권이 보장되는 캠퍼스 기후정의를 요구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대학이 캠퍼스 내 교통체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셔틀버스 사업을 직영화할 때, 대학의 재정이 직고용 버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평등한 이동권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 그리고 버스 노선 확충과 증차를 통한 자가용 이용 감축에 제대로 직접 투여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의 편의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울대 셔틀버스 직영화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립, 더 나아가 탈탄소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처럼 자가용 이용 감축 등 탈탄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은 개인의 결단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다양한 영역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구조적 책임을 직시하고 정책의 변화를 요구해나갈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가 점차 심각한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은, 우리 청년과 학생, 노동자, 그리고 모든 시민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모색해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지난해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분출된 사회적 열기를 기억하는 동시에, 최근 이어진 반(反)기후적인 정부 및 산업계의 행보에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불평등한 에너지 정책 및 생태 정책에 항의하고자, 4월 14일(금) 하루, 일터와 학교에서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세종시의 정부청사 앞에서 열릴 414 기후정의파업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414 기후정의파업으로 에너지기업의 이윤축적만을 보장한 채 약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전환이 아니라 사회공공성 강화를 수반한 평등한 전환을 정부에 요구하자. 더 나아가, 하루 파업이 끝난 이후엔 우리가 딛고 있는 서울대학교를 기후정의 캠퍼스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동권과 이동권이 보장되는 셔틀버스 직영화를 대학본부에 요구해나가자. 생태 전환의 과정에서 권리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민주적 목소리가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 모일 때, 대학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적 공공성을 통해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