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사상 첫 흑자 전환, 혁신이 아닌 노동자 탄압의 결과
김은희 쿠팡물류지회 부천분회장의 부당해고를 규탄하며
지난 11월, 쿠팡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흑자 전환 이유로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 투자”를 뽑았지만, 그 흑자는 사실 노동자를 착취하고 생명을 갉아먹어 얻은 영업이익이었다.
냉난방 시설이 미비한 쿠팡 물류센터는 여름에는 열대우림, 겨울에는 남극과 같은 엄혹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 수 없어 40도가 넘는 온도를 기록하여 흡사 한증막과 비슷한 느낌이 들고, 겨울에는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겨우 쿠팡에서 주는 핫팩 하나로 버텨야 한다. 이렇게 혹독한 노동환경 속에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가고 있다. 지난 7월 동탄물류센터에서만 3명의 여성 노동자가 온열 질환을 진단받았다. 작년 겨울에는 같은 동탄물류센터의 화장실에서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는데, 급작스러운 심혈관질환 발병과 사망은 혹독한 추위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년 전 야간근무와 과로에 시달리던 고 장덕준 씨의 사망 사건이 드러냈듯, 장시간 노동과 극심한 업무 강도도 심각한 문제이다. 쿠팡에서 야간조는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 연장이 있을 시 새벽 4시까지 식사시간만 제외하고 휴식 없이 일하게 된다. 물량에 비해 인력이 적은 쿠팡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은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으로 근골격계 질환들을 겪고 있으며, 쿠팡 사업장은 지난 8월 기준으로 산재신청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온 UPH(시간당 생산량) 기준 적용은 명목적으로는 사라졌지만, 강압적인 노동 통제는 암묵적으로 남아있다. 생산 능률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관리자들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출고량을 줄이고 인원수를 감축해버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추기 위해 쿠팡은 반인권적인 휴대폰 반입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과 과중한 노동강도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냉난방 시설 설치와 2시간당 20분의 유급휴게시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별다른 변화는 없다. 오히려 쿠팡은 불분명한 무기계약직 전환기준을 이용해,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 요구를 이야기하면 무분별한 해고를 일삼았다. 특히 일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노조 간부들을 해고 표적으로 삼으며 노동자들의 권리 추구를 탄압했다. 물류센터에서만이 아니라,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기본 배달료 삭감 등 비용만을 절감하려는 모습이 다양한 쿠팡 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8월,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이하 비서공)은 쿠팡 본사 앞 천막 농성장을 연대 방문하여 김은희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천센터 분회장을 인터뷰했다. 꾸준히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던 김은희 분회장은 이번 11월 30일부로 해고되었다. 휴게시간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유급휴게시간・휴게공간보장・생활임금보장’이 적힌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을 진행한 노동자들의 간절한 요구를 짓밟은 것이다. 쿠팡은 지난 6월 인천센터분회의 정성용 분회장과 최효 부분회장을 해고하기도 하였다.
쿠팡 물류센터는 청년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일터이기도 하다. 쿠팡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일을 그만두기 힘든 청년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해왔다. ‘혁신’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쿠팡의 성장 앞에서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비서공은 김은희 부천센터 분회장의 해고와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냉난방 시설 개선과 2시간당 20분 유급 휴게시간 보장 등 안전하고 인간다운 노동조건 보장을 위해 쿠팡이 책임 있게 나서기를 요구한다. 지난 7월, 김은희 분회장은 자신이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에 대해 “프레시안”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회사, 우리가 사람이 아닌 기계인 것처럼 노동을 시키는 회사, 여기가 내가 일하는 일터이고 바꿔야 하는 일터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일터로 돌아가 노동조합이 하는 정당한 일들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