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노동, 지역, 그리고 우리: 『현장의 힘』 책모임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 그 114일의 이야기

  • 2021년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마주해야 했을 때, 부산 지역의 신라대에서는 114일에 걸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지방대학 위기의 비용을 청소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전가하는 대학에 맞서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 오랜 파업과 농성 끝에 결국 해고 철회는 물론이고,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일해온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발령 및 안정된 고용기간의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결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배성민 작가는 누구?

  • 부산일반노조 상근활동가로서 조직부장으로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함께한 배성민 활동가는 길어지는 투쟁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또 책으로 펴내게 됩니다.
  • 대학에서 학생운동 등을 경험하며 처음엔 노동자 운동을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는, “베테랑” 노동조합원들을 만나며 “초짜” 활동가로서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그리고 시혜가 아닌 평등한 “동지”의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 투쟁 승리 이후에도 배성민 활동가는 여전히 처우 개선 문제가 남아있는 신라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그리고 서울대 생협과 너무나 흡사하게 대학이 복지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부산대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부산 지역의 노동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학의 위기?! 지방의 위기?!

  •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의 위기는 실재하는 위기입니다. 비수도권 지역의 위기와 겹치면서 “지방 사립대”에서는 그 위기가 더 극심해지죠.
  • 대학의 위기는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학을 중심으로 살아온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위기를 대하는 신라대의 모습은 대학 내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의 노동자에게 그 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났죠.
  • 전국대학노동조합에서 지속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건, 이렇게 대학의 위기가 가시화된 지금, 국가와 사회가 고등교육과 이에 수반되는 노동의 재정적 책임을 맞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란 공간: 다양한 구성원들, 다양한 노동자들

  • 대학이란 공간은 교육과 학문의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의 일터 및 삶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 노동자는 하나다?! 대학의 여러 구성원들 중에서도 다양한 직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일은 쉽지많은 않습니다. 서울대에도 다양한 직종 간의 복잡한 관계가 때로는 위계로 나타나기도 하죠.
  • 특히 “육체노동”“정신노동” 간의 오랜 분할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청소・경비 등의 시설노동자, 행정・사무직 노동자나 교육・연구 노동자 사이에 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노력이 늘 필요합니다.
  • 신라대와 서울대에서도, 대학 노동자들은 직종 간의 분할을 극복하고 서로의 직무를 평등한 가치로 바라보며 더 넓은 연대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청소노동: 고령 여성에 집중된, 저평가되는 필수노동

  • 대학 노동자 중에서도 특히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이기 쉬운 이유는?
  • 청소노동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그리고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저숙련 노동으로 평가절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소노동은 업무의 장소와 방식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고강도의 노동입니다..
  • 그러나 대학 구성원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에 꼭 필요한 청소노동은 특히 중층적으로 여성, 그리고 고령층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과정에서 더욱 평가절하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휴게시설이나 인력충원 같은 기본적인 처우에 대해서도 최대한 비용을 줄이려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도 그래서 나타나죠.

그렇다면 학생은? 교육권과 노동권은 만날 수 없을까

  • 그렇다면 대학의 구성원 중 학생은 노동자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요?
  • 신라대의 학생사회에서도 청소노동자의 투쟁과 연대하는 학생, 혹은 갈등하게 되는 학생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에서도 마찬가지죠.
  • 지난 2019년 서울대 기계・전기 노동자의 “도서관 난방 파업”을 기억하시나요? 대학과 일부 언론에선 학생의 “학습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이 제로섬 관계인 것처럼,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었죠.
  • 최근 파업 과정에서의 불편이나 시위에서의 “소음”을 둘러싸고 연세대 학생의 노동조합 고소나, 길어지는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이 이슈화되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 그런데 학생의 교육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은 정말 만날 수 없는 걸까요?

원청 대학의 책임으로, 대학 공공성으로, 함께!

  • 청소노동자의 고용과 처우를 위협해온 대학의 위기가 학생들에게도 전가되었던 사실은 신라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청소노동자 투쟁과 비슷한 시기 일방적인 무용학과의 학과 통폐합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이 벌어졌죠.
  • 그동안 “대학 기업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져온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대학이 수익성이 낮은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동시에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의 처우도 낮춰온 것이죠. 노동자의 해고와 열학한 처우는 대학 서비스의 질 저하를 통해서 학생들의 생활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왔습니다.
  • 그 과정에서 “간접고용”은 대학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원청 시장 대학의 책임을 감추는 데 이용되어왔습니다. 서울대처럼 명목상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노동자의 고용 및 이와 직결된 행정 서비스를 단과대 및 기관 등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죠. 원청 대학교육권과 노동권을 함께 제대로 책임지는 “대학 공공성”이 필요합니다.

투쟁은 힘든 것?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연대해요!

  • 대학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비용절감의 대상이 되어온 학생과 노동자. 2017년 비민주적으로 이윤 투기를 조장하며 결정된 시흥캠퍼스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은 대학본부를 점거했습니다. 해고에 맞서 고용승계를 위해 우정관을 점거한 비학생조교 노동자들의 투쟁은 학생들의 투쟁과 함께했었죠.
  • 교육과 노동이 있는 대학 공동체를 위해, 이를 가능케 할 사회/국가의 역할과 대학공공성을 위해, 노동자와 학생은 함께 싸워왔습니다. 그런 투쟁은 힘들고 지치기만 하는 일이 아니었죠
  • 『현장의 힘』은 투쟁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또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싸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 우리도 우리의 싸움과 연대가 더 즐거울 수 있게, 또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함께 고민해봐요!!

함께 토론해보는 시간!

  1. 대학 내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요!
  2. 더 많은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으려면?
  3.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할 수 있고 연대해야 하는 더 많은 이유들?
  4. 수도권 대학의 구성원이 비수도권 지역 대학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5. 교육권과 노동권이 함께 보장되는 대학 공공성의 모습은?
  6. 그런 대학 공공성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은?
  7. 더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활동을 이어갈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요!

그 밖에도 책을 읽으며, 혹은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대해 접하며,
들었던 감상과 나누고 싶었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얘기해봐요!

“파업 자체는 일상적인 엄무가 중단되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이를 토대로 노측이 교섭력을 가지게 되는 투쟁 형태죠. 불가피하게 손해를 동반하는 형태이지만, 불평등한 노사의 권력 관계 속에서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동법이 이를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투쟁 당사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파업과 집회 소음으로 인한 불편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이전에 오랜 시간 동안 청소노동자들이 겪은 불편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회 소음과 관련하여 노동자와 학생이 소통하고 조율하는 모습을 보명서 2021년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때가 생각났어요. 사건의 해결과 가시화를 위해 노동조합이 기숙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기숙사 공간을 사용하는 사생들의 불편도 존재하다 보니, 소통과 조율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학생들과 학교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함과 동시에, 이것이 시혜를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고 어느 정도까지 입장을 고수하며 연대를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어요.”

“청소노동자나 생협 식당 노동자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열악한 조건을 얼마나 더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 있어요. 당사자의 존엄성과 관련한 문제기도 하고, ‘수동적’인 ‘약자’로서의 노동자만 ‘대화/존중’의 대상이 되는 결과가 나올까 봐서요.”

“동정이나 시혜를 넘어 권리를 위해 싸우는 존재로서 대학 노동자를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노동자의 투쟁이든, 장애인의 투쟁이든, 사회적 공감대를 단기적으로 넓히고자 주체의 모습을 비가시화하는 건 장기적으론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대학원생 조교 등의 처우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에요. 둘 다 개선되어야 할 문제죠. ‘고학력 연구직/전문직’으로서 ‘자격’을 얘기하기보다 노동자로서 공동의 처우 개선과 그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요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근로장학생이나 대학원생 등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싸움이 중요할 것 같아요. 지방대학의 재정위기처럼 한 대학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선 여러 대학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산별노조나 정책연대로 정부에 요구해 나가야 할 것 같고요.”

“2022년 내내 서울시내 여러 대학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이 화제가 되었는데,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대학들이 노동자와 학생 간의 갈등ㅇ르 조장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온 것 같아요.”

“신라대에서는 학생자치에 대한 대학의 개입과 통제가 심각하게 드러났죠. 그렇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학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공론장을 여는 학생사회의 활성화가 있어야 노동자와 학생의 소통과 연대도 더 튼튼해질 것 같아요.”

“신라대에서 진행된 국회의원들의 조정이나 서울대 대상의 국회 국정감사처럼 기성정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죠. 그치만 당사자가 소외되는 타협이 도출되는 것처럼 한계도 있는 것 같아요. 당사자의 목소리를 ‘세력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 등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을 때로는 조율해서 합의하고, 때로는 투쟁으로 입장을 관철하는 과정 전체가 넓은 의미의 ‘정치’가 아닌가 싶어요. 학생과 노동자 등 대학사회 전체가 그런 ‘정치’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