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학연대 활동 총화 학생 간담회 “우리의 노학연대,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발제문

때로 변화가 너무 느리게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다치기 전에, 누군가 세상을 떠나 기 전에 달라질 순 없는 것일까. 그럼에도, 뒤늦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 여기에 남은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대학 노동자의 ‘쉴 권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2019년 공과대학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그 이후
무더운 여름철은 때로 우리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2019년 8월 9일, 폭염이 기승 을 부리던 일주일의 끝 무렵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물(302동)의 휴게공간에서 한 청소노동자 가 세상을 떠났다. 1평 남짓한 계단 아래 휴게실이 고인의 '쉼터'였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곳은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마련된 공간이 아닌, 사실상의 가건물이었 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음이 그대로 들어와 청소노동자들은 평소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 이기도 어려웠다. 오래된 선풍기 외에는 냉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뿐더러, 휴 게실이 청소 도구 창고에 덧붙여서 만들어진 터라 창고의 약품과 기름 냄새가 휴게실에도 새 어 들어온다는 문제도 있었다. 창문이 없어 환기 문제가 컸음은 물론이다. 여름철 장맛비가 내리면 습기가 차 곰팡이가 생기는 비좁은 지하 휴게실이 302동 노동자들이 숨을 돌릴 수 있 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셈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학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 및 샤워 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 조되었다. 휴게실 문제는 청소 직종 노동자들만의 문제도, 서울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서울 대 내 경비 직종, 기계‧전기 직종, 그리고 생활협동조합 식당 및 카페 노동자들 역시 ‘쉴 권 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왔으며, 다른 대학들의 상황도 이와 유사했던 것이다
휴게공간들의 열악한 실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고인이 속해 있던 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에서는 이전부터 에어컨 설치 등 휴게공간 개선을 요구해왔 으나, 이를 계속해서 미루어온 것이 대학본부였다. 그러나 사건 이후 학교는, 사망이 지병 때 문일 뿐이며 대학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들은 같은 학교의 구성원이 이토록 열악한 공간에 머무르고 있었음에 놀랐다. 동시에, 이때까지 그러한 현실을 잘 모르고 지나쳤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이 진행했던 '학내 노동자 휴게실 및 노동 환경 개선,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노동자들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해당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참여자 수가 7700명을 넘을 정도로, 대 학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을 보장하라는 학내외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서울대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전수조사하고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가이드 라인은 2019년 12월에 제정되었으나, 본격적인 휴게공간 개선은 1년이 지난 후에야 이루어졌 다. 2019년 당시 서울대는 국정감사 이후 고용노동부 점검 결과에 따른 휴게시설 권고사항 이행 조치 현황을 여영국 의원실에 제출하였는데, 자료에 의하면 학교가 조사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146개소 중 23곳의 지하휴게소, 12곳의 계단 하부 휴게소, 33곳의 냉난방기 미설치 휴게소, 9곳의 환기설비 미설치 휴게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족한 공간들이 존재했다. 사건 이후 302동의 휴게실이 뒤늦게 폐쇄되고 동료 노동자들에게는 위층의 개선된 공간이 제공되 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으나, 이것이 전체적인 휴게실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인의 1 주기가 지날 때까지 학생과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의 휴게공간 개선 요구가 지속되었고, 이에 서울대 본부가 휴게공간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이 2020년 하반기의 일이었던 것이다
개선 사업을 통해 낙후된 시설이 교체되고 지하에 위치했던 휴게실이 지상으로 옮겨지는 등 의 성과가 있었지만, 휴게공간의 미비함이나 개선 작업의 부작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021년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이후 공론화된 관 정도서관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이 개선 사업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관정도서관에 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창고 뒤 청소 용구와 비품이 쌓인 공간을 휴게공간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공개되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도서관 내 별도의 휴 게실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업무 도중 멀리 위치한 휴게실까지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에 발생한 일이었다. 개선 작업이 서울대학교와 건물의 방대한 면적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띄엄띄엄 진행되었기 때문에, 휴게공간이 개선되었음에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휴게공간의 상황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2022년 상반기부터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에서 학내 청소노동 자 휴게공간을 직접 방문하여 점검하는 활동을 진행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다만 모든 휴게실을 조사하는 것은 역량 상 어려웠기 때문에, 2019년 당시 상황이 심각했던 공간 과 현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공간들을 선정하여 방문하였다. 방법적 측면 에 있어서는 현장 실측과 더불어 노동자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휴게실을 사용하 는 이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직접 다녀온 청소노동자 휴게공간들
비서공은 1학기 동안 법학전문대학원, 미술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중앙도서관, 약학대학, 수의과대학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다녀왔다. 휴게실들을 둘러보면서, 2019년 당시 에 비해 여러 부분들이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미흡함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법학전문대학원
- 2019년 당시 법학전문대학원 내 법학도서관 등의 도서관은 계단 아래 공간 등 매우 열악한 공간이었음. 현재 상대적으로 환기가 용이한 지상 공간으로 이전됨.
- 15동으로 이전된 휴게실의 경우, 남성 휴게실은 5.7평 면적에 4인이 사용, 여성 휴게실은 5.8평 면적에 5인 사용.
- 여성 휴게실의 경우 여전히 5인이 한 번에 눕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함.
- 건조기나 별도 건조공간이 부재하여, 땀에 젖은 근무복을 세탁할 경우 좁은 휴게실 내에 말려야 하여 습도가 높아짐.
- 분산되어있던 열악한 휴게실들을 개선된 공간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좁은 공간에 다수 인원이 밀집되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등 감염병 시기 집단감염 위험이 높아지며 사생활 보장 등이 미비하여 만족도가 낮아지기도 함.
-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의무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수강해야 하는 경우가 많음. 그러나 근무의 일환인 교육 수강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 설비 등이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존재.
- 미술대학
- 51동 휴게실
- 3.5층에 2~2.5평 면적의 여성 휴게실이 위치, 2인 사용.
- 4층에 비슷한 면적의 남성 휴게실이 위치, 1인 사용.
- 해당 공간은 2019년 사망 사건 이후 개선되었으나 특이한 건축 구조로 인해 휴게실의 접근성이 높지 않음.
- 좁은 면적의 휴게실임.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이 한번에 휴게실을 사용하기에 여러 사람이 밀집되어 사용되는 휴게실보다 사생활 보호 등의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기도 함.
- 74동 휴게실
- 1층에 3인이 사용하는 6.6평 면적의 남성 휴게실이 위치함.
- 내부에 각자 사용 가능한 간이침대가 있으며 침대 위의 전기장판을 통해 난방이 가능.
- 창문이 없는 공간이라 채광이나 환기 등이 부족하지만 개인 공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임.
- 같은 건물 내에 샤워실에 부재한 점이 큰 문제. 같은 층 장애인 화장실에 설치된 샤워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해당 공간은 장애인 화장실로도 샤워실로도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황. 장애인 화장실과 분리된 별도의 샤워시설 설치가 중요함.
- 농업생명대학
- 농생대 휴게공간은 최근에 개선 작업이 진행되어 시설이 쾌적한 편임.
- 그러나 공간 배정에 있어서 성차 문제가 존재. 200동의 남성 휴게실은 4.7평 공간을 3인이 사용하나, 200동 여성 휴게실은 하나의 공간을 파티션으로 나누어 각각 5.1평 공간을 5인이 사용하고 2.7평 공간을 3인이 사용함. 1인당 사용 면적이 좁으며, 협소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것이 불편하여 휴게실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존재.
- 같은 건물 지하주차장 하역장에 위치한 샤워실은 내부 시설은 쾌적도가 높도록 개선되었지만, 진입환경이 열악하며 지하 공간으로 인한 습기 등의 문제가 존재.
- 중앙도서관
- 중앙도서관 본관과 관정관을 청소하는 총 21인의 노동자들이 본관 1층의 휴게공간 5곳을 나누어 사용하고 있음.
- 본관 1층은 명목상 지상층이지만, 건물 구조상 지하나 다름없는 공간으로 이로 인해 환경이 매우 열악함.
- 각 공간은 창문이 부재하여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며 공기 질이 매우 나쁘고, 습기나 각종 악취가 쉽게 빠지지 않음. 공기청정기 및 천장의 열교환기가 설치되었지만 이는 효율적인 환기에는 부적합함.
- 5곳 중 1곳의 남성 휴게실에는 벽을 뚫고 환풍기를 설치하여 강제환기를 실시하여 상대적으로 습도가 낮음. 그러나 여성 휴게실로 배정된 4곳의 공간은 더운 여름에도 눅눅할 정도의 높은 습도를 낮추기 위해 바닥에 보일러 난방을 실시해야 할 정도로 쾌적도가 낮음.
- 코로나19 이후 여성 휴게실들의 공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설비를 최신화하고, 휴게실 내부의 세탁기를 샤워실로 이동하며, 남녀가 오전과 오후에 번갈아 사용하였던 샤워실을 성별 분리하는 등 개선 사업이 이루어짐. 그러나 건물 구조상 입지 자체의 문제로 인해 근본적인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여성 휴게실들은 벽에 환풍기조차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 샤워실의 경우 여성 샤워실의 칸수가 16인이라는 인원에 비해 크게 부족함. 또한 건조기 등의 설비가 부재하여 그렇지 않아도 습기가 높은 휴게실 내에 젖은 옷을 말려야 함.
- 관정도서관의 경우 중앙도서관 본관과의 거리가 매우 멀기에 본관 휴게실을 쉽게 방문하기가 어려움. 관정관 내에서는 청소 용구 등을 보관하는 탕비실을 제외하고는 근무 중에 잠시 숨을 돌릴 공간을 찾기 어렵기에, 창고 등의 유휴공간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2021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에도 공론화된 바 있음. 실제 근무지에서 접근성이 높은 공간에 휴게공간이 설치될 필요성이 있음.
- 약학대학
- 142동 여성 휴게실의 경우 4.3평 면적에 2인이 사용.
- 건물 자체는 매우 노후화되고 실험실 기계 소리 등의 소음이 잦아 열악한 공간. 그러나 4층에 큰 창문이 뚫린 공간에 위치하고 있기에 만족도가 높은 편임. 채광이나 환기, 습도 조절 등의 차원에서 창문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
- 해당 건물에 세탁기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타 단과대와 달리 땀에 젖은 작업복을 일터에서 쉽게 빨래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
- 아울러 기숙사 등 학내 타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건물 내부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외곽 청소까지 담당해야 하여 무거운 낙엽 청소 장비 등을 사용하느라 노동 강도가 높음
- 수의과대학
- 85동 남성 휴게실의 경우 청소노동자 2인과 경비노동자 2인(1인씩 교대 근무), 총 3인이 한번에 3.2평의 공간을 사용. 경비실과 연결된 좁은 공간으로 3인이 사용하기 매우 협소함. 냉방 설비 자 체도 미설치된 상태라 휴게실의 활용도가 낮음. 경비실에 냉방기가 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은 냉방 시설을 미설치하고 있으나, 휴게공간의 성격상 업무 소음 등이 잦은 경비실과의 연결문을 열어놓 고는 쉽게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환경.
- 85동 3층의 여성 휴게실은 명목상 지상층이지만 건물 구조상 공간의 일부가 지하에 묻혀 있어 환기나 제습이 어려움. 환풍기가 존재하지만 입지 자체로 인한 열악함을 극복하기 어려움.
법학전문대학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하나 반지하, 계단 하부에 위치한 휴게공간들은 대부분 지상으로 옮겨졌다. 노후화된 시설이 교체되고 냉난방 설비와 공기청정기 등이 설치되 었으며, 남녀가 함께 사용하던 샤워실 공간을 성별에 따라 분리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휴게실 입지, 1인당 면적, 샤워 시설, 공간 접근성 등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먼저, 명목상으로는 지상층에 있지만 실질적인 여건은 지하와 마찬가지인 휴게공간들이 존재 한다는 문제가 있다. 중앙도서관 휴게실과 수의대 여성 휴게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공간에서는 높은 습도로 인해 쾌적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공기 질이 나쁨은 물론이다. 아울러 미대 74동과 같이 실제로 지상층에 위치하지만 창문이 없는 곳이나, 농생대와 같이 샤워시설이 지하에 위치해 진입 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있다.
여전히 1인당 휴게공간 면적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열악했던 여러 휴게실을 하나의 개선된 공간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1인당 면적이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있다. 2019년 및 2021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한 사람이 혼자 휴식하다 사망하는 경우 에 대응하겠다며 여러 휴게실들을 한 곳으로 통폐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통폐합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집단감염을 초래했을뿐더러 여러 사람이 밀집된 공간에서의 휴식을 불 편해하는 노동자들이 휴게실을 잘 사용하지 않게끔 만들기도 했다
샤워 시설은 특히 열악한 곳들이 많았다. 미대 74동은 별도의 샤워 시설이 부재하여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노동자 샤워공간으로 활용하는 실정인데, 이 경우 해당 공간은 장애인 화장실서 도, 청소노동자 샤워 시설로서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약대처럼 청소노동자에 게 꼭 필요한 세탁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휴게공간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공간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어 느 정도 개선된 휴게실이 존재함에도, 관정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먼 거리 탓에 휴게실 을 활용하지 못하고 관정관의 유휴공간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던 것이다. 샤워 시설도 턱이 높 은 계단을 거쳐야 하는 지하에 위치하는 등, 현장 노동자들의 접근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위치한 경우가 있었다.
이제는 ‘뒤늦지’ 않은 변화를 위해
상반기부터 진행된 휴게공간 조사 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건캠퍼스 휴게공간이나 관악학생생활관 휴게공간1️⃣ 등 계획에 있었으나 아직 방문하지 못한 곳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살펴본 곳들의 상황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지난 6-7월 동안 “일터 서울대, 쉼터 서울대! - 작은 문 뒤, 청소노동자 휴게실 이야기 -”라는 제목의 소식지 를 온라인으로 발간하였다. 단과대나 기관별로 휴게공간의 상황을 간략히 소개하고, 어떤 부 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언급하는 소식지였다. 학내 인권주간 행사가 있던 때에는 해당 소식 지를 인쇄하여 부스에 전시하기도 했다. 다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던 탓에 실제로 전시가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는 기존에 관심을 가 지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새롭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이러한 소식을 더 많은 학내 구성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한편, 국정감사와 총장선거에서 학내 노동자 휴게공간 문제가 다뤄질 수 있도록 대응을 준비 하기도 했다. 특히 국정감사 질의에서는 청소노동자 휴게공간뿐만 아니라 기계・전기 및 생활 협동조합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휴게공간에 대한 문제까지 다루고자 했다. 2019년 당시 이들 직군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휴게공간 역시 열악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후 일정한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계・전기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휴게공간의 경우 소음 문제가 개선되고 냉・난방기가 새롭게 설치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사무공간과 동일한 층에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샤워 시설이 부재하는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경우, 식당 노동자들의 휴게실 및 샤워실은 개선되었으나 카페 노동자들은 독립적인 휴게실을 잘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2️⃣
이러한 문제점들을 언급하면서, 휴게공간 개선과 관련해 노동자들과의 충분한 대화와 의견수 렴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적된 문제들에 대한 점검 및 개선 계획이 있는지 질문하는 의원실의 서면 질의서가 학교에 발송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서류상의 체크리스트를 만족했다고 답변할 뿐, 지적된 문제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상시적으로 발전협의회 및 노사교섭 등을 통해 노동조합과 소통하여 휴게시설 등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말만 내놓았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중앙도서관 노동자들은, 빛이 들어오는 지상으로 휴게공간을 옮겨줄 것을 학교 측에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한다.3️⃣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휴게실 위치 자체를 옮기는 것이 어렵다면 환기가 잘 되도록 벽을 뚫어 환풍기를 설치해달라고 이야기했으나 이마저도 받 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가 정말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정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의견 을 청취하고, 휴게시설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4️⃣ 총장예비후보자들에게도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개선과 관련된 내용을 서면으로 질 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은 없었다
서울대학교의 변화는 제때 찾아오지 못했다. 2019년에도,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 는 한 노동자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고, 그 대응과 변화마저도 완전하 지 못했다. 휴게공간 개선 작업 역시 위로부터 추진되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청 취하지 못했기에, 충분한 개선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학내 노동자에 대한 대학의 인식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다. 대학이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학내 노동자들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휴게공간을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 인식하는 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은 이 루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비단 ‘쉴 권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들의 전반적인 처우에 있어서도 해당되는 문제이다.
‘뒤늦은’ 변화가 더 이상은 ‘뒤늦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이곳에 남은 우리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이것을 학교의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연결해나갈 수 있을까.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눠볼 수 있다면 좋겠다.
각주
- ⬆️ 9월 중순에 작년 사망사건이 발생했던 관악학생생활관 925동을 방문했으나, 청소노동자분께서 퇴근하 신 이후였던 터라 휴게공간 내부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 ⬆️ 카페 지점 중 한 곳은 근처에 휴게실이 존재하지 않아서, 카페 노동자들이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학생식당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휴게실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휴게시간을 자유로 이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거리를 이동해 휴식을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 이렇게 입지가 열악한 공간에 대해 대체 공간을 요구할 때 대학 측이 건물 구조상 유휴공간을 찾기 어렵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물의 재건축 및 신축 단계에서부터 휴게공간을 적극적으로 반영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 따옴표 안 문구는 학교의 답변서에서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