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0일,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1차 파업에 연대합니다

잠정 합의 이후 1년, 서울대병원은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작년 2021년 11월 9일, 파업 예정일 바로 전날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극적으로 노사 잠정 합의가 타결되었습니다. 2019년에 국공립대병원과 그 분원 및 위탁운영 병원들에서 미진하게 정규직 전환이 진행된 이후, 의료 부문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오랫동안 싸워오며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해당 잠정 합의안이 직종 간 차별을 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진짜 정규직화’, 국공립대병원이 맡아야 할 의료공공성 역할의 강화, 인력충원을 통한 인간다운 노동강도 확보를 위한 작지만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노동자와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은 함께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서울대병원은 다시 2022년 11월 10일(목) 1차 파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에 대한 국공립대병원의 종합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서울대병원은 의료공공성보다는 영리자회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듯 보입니다.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간호보조사, 시설관리직, 환자안전직 등 서울대병원 이용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인력 노동자들은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규직’으로 새로 전환되었던 미화・시설・주차 직종의 환경유지지원직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과 크게 차별적인 저임금을 경험하고 있으며, 야간 근무 노동자들은 긴 노동시간 속에 건강에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진정성 있는 개선을 약속한 작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를 맡아온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헌신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고 유급휴일을 축소하겠다는 안을 정부에 올렸으며, 인건비와 인력을 삭감하겠다는 태도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요구에 연대하는 이유는?


 우리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경험하며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공공의료와 필수노동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울러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감염병 사태에 대응해온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마워요”나 “힘내요”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력충원과 처우 개선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의료공공성과 필수노동자 인력충원은 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사회구성원 모두의 간절한 필요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요구는 서울대 노동자들의 오랜 싸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단 서울대학교가 대학병원에 대해 지녀야 할 책임 있는 자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인력충원의 미비로 인한 고강도 노동은 작년 여름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안타까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 조건은 생협 학생식당 노동자들이 점차 일터를 떠나게 만들었고, 결국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여러 생협 식당들이 현재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에 이르렀습니다. 서울대 내 많은 단과대와 기관의 자체직원은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에도 총장발령 법인직원과 심한 임금 및 수당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라는 국정감사 지적이 매년 반복됨에도 시정은 미진하기만 합니다.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국공립대병원 의료가 담당해야 할 공공의 역할, 그리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처우를 위해


 차별적 노동 조건과 열악한 노동강도로 누군가 일터를 떠나는 현실 속에서, 대학의 후생복지와 교육이, 대학병원이 담당해야 할 의료적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까요? 인건비와 인원에 대한 감축이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일까요?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부문에서도 대규모 인력 감축 시도와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예정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공공의 역할을,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처우를 되묻게 합니다. 그런 고민은 대학 노동자와 학생들, 그리고 안전과 건강을 권리로 보장받아야 할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을 위해, 11월 10일(목) 예정된 서울대병원 1차 파업에 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