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구성원들도 연세대 등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확성기가 되어보자

연세대 등 서울 내 14개 대학사업장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지난 4월 6일,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사업장 14곳의 청소・시설・주차관리・보안 노동자들은 하청 용역업체와 진행된 10차례의 집단교섭 및 원청 학교와의 교섭이 결렬되자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조합은 원청인 여러 대학을 순회하며 매주 수요일마다 집중집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농성을 이어가면서 짧은 점심시간 1시간을 활용해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 학생 3인이 확성기로 인한 집회의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시위 중인 청소・경비노동자들을 고소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연세대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고소를 진행한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멈춰줄 것을 이야기함과 함께 노동자와 학생 등 대학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조속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였다. 아울러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때부터 오늘날까지 노동자들과 함께해온 많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투쟁하고 있는 여러 대학의 노동자들은 결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아 온 생명권과 건강권을 일터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받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이다. 노동자들의 첫 번째 요구는 생활임금의 지급이다. 생활임금이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뜻하며, 서울시에서는 서울형 생활임금을 매년 고시해오고 있다. 본래 노동자들은 2022년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의 보장을 요구했으나, 현재 한발 양보하여 서울형 생활임금에는 미달하더라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인 440원만큼의 시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 폭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더욱 감소한 상황이기에, 저임금 문제의 해결은 노동자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둘째로 노동자들은 협소하고 허술한 휴게실의 개선과 샤워실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2019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게실에서 사망한 이후로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들의 실태가 알려졌지만, 많은 대학에서 개선은 무척 미비했다. 노동자들은 협소한 휴게실 속에 몸을 누일 공간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휴식하기 어려웠고,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은 환기가 미비하였으며, 냉난방이 원활하지 않은 공간도 많았다. 또한 많은 대학에는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실이 거의 없어 땀에 젖은 노동자들은 학생 샤워실을 눈치 보며 사용해야 하기도 한다. 셋째로 노동자들은 과중한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제대로 된 휴게실과 샤워실이 없는 현실에 더해 살인적인 더위 속에 인력 부족으로 지나친 노동강도를 감당해야 한다면 그 누구도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받기 어렵다.

 여러 대학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진짜 사장’인 원청 대학본부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학교는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였다는 이유로 교섭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업체들을 경쟁시켜온 대학들은 학내 노동자들을 저임금의 수렁으로 빠트렸다. 용역업체 간접고용을 통한 ‘책임의 외주화’ 속에서 대학이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은 사라져갔다. 더군다나 대학 청소 노동에는 직업 선택의 폭이 좁은 고령 여성 노동자가 집중되어 있으며, 청소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치가 낮은 일이라는 통념 속에서 대학은 시설을 깨끗이 유지해온 노동자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왔다. 대학들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려 했지만, 학생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학생, 졸업생, 시민 2300여 명이 참여한 연서명을 학교 총무처에 전달했다. 여러 다른 학교들에서도 꾸준히 학생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14개 대학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서울대에서도 유사하게 되풀이되어왔다. 2019년 공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드러난 휴게실 및 샤워실 등의 문제점, 2021년 관악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드러낸 과로, 생활협동조합의 만성적인 적자와 생협 노동자들의 저임금 및 인력 부족 실태 모두 본부의 이원화된 고용 구조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대는 2018년 청소・경비・기계・전기・소방・통신・영선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용역업체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대학본부의 직고용 정규직인 ‘법인직원’과는 심하게 차별적인 복지와 임금을 적용하였으며, 일부 기관들에서는 총장 발령이 아닌 기관장 발령이라는 이름으로 간접고용과 같은 구조를 학내에서 재생산했다. 이중적인 고용 구조 속에서 대학본부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족한 인력충원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렇기에 연세대 및 14개 대학 노동자들의 싸움은 서울대 내 노동자들의 싸움과 연결되어 있다. 학교의 시설을 유지하는 노동에 대한 인력충원과 인간다운 처우는 더 깨끗한 대학 시설과 쾌적한 일상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와도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함께 외칠 때 대학본부가 노동자와 학생 모두의 권익을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들 힘을 모아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학생과 노동자 등 서울대 구성원들도 서울시 내 14곳 대학 청소・시설・주차관리・보안 노동자들의 확성기가 되어보자. 그들의 권리를 위한 외침에 우리의 목소리가 더해질 때, 우리의 권리를 위한 외침에 그들의 목소리도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