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름, 두 차례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생각한다

2019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3주기, 2021년 사망 사건 1주기를 맞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돌아왔다. 누군가에게는 휴가를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재난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향한다. 무더위 속에서 우리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나 발생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학교의 한 청소노동자가 공과대학 302동 휴게공간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 계단 아래 위치한 비좁은 휴게공간에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냉방시설도, 한파에 대비하기 위한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청소 용구 창고와 맞닿아 있었던 이 공간은 머리 아픈 기름 냄새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노동자들이 무거운 업무 속에서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찾았던 휴게공간이, 고인에게는 그대로 죽음의 공간이 되었다.

 약 2년 후인 2021년 6월 26일, 또 한 차례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관악학생생활관 925동에서 발생했다. 입사 시 공무원채용 신체검사를 모두 통과할 만큼 건강했던 고인은, 196명이 정원인 925동 기숙사 건물을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혼자 청소하다 휴게공간에서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난 데다 시험 기간과 퇴사 기간 등이 겹치면서 노동강도는 폭증했고, 낡은 건물의 낙후된 샤워실에는 여름마다 청소해야 할 곰팡이가 늘어만 갔다. 심지어 고인은 지자체에서는 노동자 인권 차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100L 쓰레기봉투를 옮겨야 했고, 인력의 부족으로 제초작업 등 옥외 청소까지 담당해야 했다. 과중한 업무강도뿐 아니라 강압적인 인사관리 실태 역시 문제로 드러났다.

“다시는 단 한 명도 떠나보낼 수 없다”, 연대로 이루어낸 작지만 큰 변화들


 반복되는 청소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많은 학생과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았다. 학내에 설치된 여러 추모공간에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포스트잇이 쌓여갔다. 추모와 관심은 곧 연대로 이어졌다. 2019년에는 "사소하지 않은 죽음", 2021년에는 "다시는 단 한 명도 떠나보낼 수 없다"라는 구호 아래, 비서공을 비롯한 여러 학생 단위와 시민단체들이 대학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작년 여름 학생 및 시민 8,305명과 312개 단체가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연서명에 참여하며 오세정 총장의 응답을 촉구했고, 다양한 학생 및 시민사회 단위에서 서울대학교의 진실된 반성과 적극적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과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향한 학생과 노동자들의 강력한 요구는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열악한 휴게공간에 대한 문제 제기 속에서 대학본부는 2019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넘게 지난 2020년 말에 비로소 대대적 휴게공간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면적이나 환기, 냉난방 등의 측면에서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휴게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21년 12월 2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는 관악사에서 발생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업무상 재해 승인을 통해 고인의 죽음에 놓인 사회적 책임의 진상이 조금이나마 밝혀질 수 있게 되었다.

서울대학교는 노동에 대한 인식을 재검토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


 그럼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학교 측의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노력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2020년 말의 휴게공간 개선은 각 건물 간의 먼 거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띄엄띄엄 이루어져 실질적으로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한계를 보였다. 2021년 사망 사건 이후 관악사에서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인력 충원을 하기는커녕 주말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식의 미봉책만을 내세웠다. 그러한 주말 업무의 외주화로 인해 관악사의 재정생활관에서는 2018년 이후 사라졌던 간접고용 방식이 다시 나타났음은 물론이고, 기존의 청소노동자들도 임금 삭감과 주중 노동강도 증가로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었다.

 작년 사망 사건 이후로 이어진 대학의 소극적인 대응은 서울대의 차별적이고 이중적인 고용구조를 여실히 드러내 줄 따름이다. 기숙사의 청소노동자들이 총장발령이 아닌 관악사 관장 발령으로 고용되었다는 이유로, "진짜 사장"인 대학본부와 총장은 인건비 증액이나 처우 개선 대책에 책임을 지지 않고 기관에 떠넘겨온 것이다. 2018년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기존 간접고용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이 학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직접 재정적으로 책임지라는 취지에서 진행되었지만, 관악사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한 많은 학내의 노동자들은 단과대 학장 발령 혹은 각 기관 기관장 발령으로 고용되어 대학본부가 직접 고용하는 총장발령 직원과는 다른 차별적인 처지에 놓였다. 지난 사망 사건 이후에도 대학본부와 관악사는 인력 충원이나 처우 개선책에 필요한 예산에 대한 권한이 상대에게 있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했다.

 기관장 발령 고용과 예산 부족을 핑계로 재발 방지 대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비판적인 여론에 떠밀려서야 보여주기식 미봉책을 뒤늦게 제시하는 서울대학교의 대처 방식은 청소노동자들의 죽음을 잊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서울대학교의 이러한 대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는 대학이 그동안 노동자를 대해온 인식과 태도에 있다. 2021년 여름 청소노동자의 죽음 이후 여러 보직교수들의 부적절한 발언들은 대학이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을 어떻게 보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도마 위에 올랐다. "역겹다", "피해자 코스프레" 등의 언행은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노력을 폄훼하고, 안타까운 사망 사건에 추모와 연대를 보여준 많은 시민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외침은 서울대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을 존엄한 인간이자 대학을 지탱하는 온당한 구성원으로서 대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가 아니었던가?

 근본적 대책 수립에 무성의한 서울대학교의 태도는 일터에 남은 청소노동자들의 인권과 생존마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두 사망 사건의 3주기와 1주기가 돌아오는 지금, 서울대학교는 인력 충원을 비롯하여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제대로 단행하고, 처우 개선을 대학본부가 직접 책임질 수 있도록 총장발령으로의 고용구조 일원화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대해온 그동안의 시각을 그 출발점에서부터 다시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부디 다시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사회적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서울대학교가 진정성 있는 반성과 행동에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