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기고문: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의 학식
지난 4월 1일부로 생활협동조합(생협) 직영 식당 여섯 곳에서 판매되는 세트 메뉴의 가격이 1,000원씩 인상됐다. 인상의 근거는 ‘인건비와 재료비 및 경비 상승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됐다는 것인데, 실제로 생협 단체급식실이 계속 적자를 겪어 왔고 최근 식자재비가 인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정한 정도의 식대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생협의 재정 부담이 학생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현상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많은 학생들이 식사의 질은 그대로인데 식대가 인상되는 상황에 불만을 표했다. 가격 대비 식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식대가 인상된 것은 올해 4월의 일이지만, 코로나19와 비대면 등교 속에서 저가의 세트 메뉴를 고가의 세트 메뉴로 변경하는 우회적 방식을 통해 이미 실질적인 식대 인상이 이뤄진 바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식사의 가격이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메뉴나 기본 반찬의 개선은 미비했기에 식대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했다.
학식이 과거와 같은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면 식사의 질이 향상돼야 한다. 학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대학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학생 복지의 영역이다. 대학이 목표로 하는 교육은 학내에서의 생활을 일정 부분 요구하므로 대학은 구성원의 원활한 생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서울대는 지금까지 학식에 대한 책임을 생협이 부담하게 했다. 학생식당이 기본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학식 제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식 판매 사업에서의 적자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생협만의 문제로 남겨두는 것은 대학이 구성원 복지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본부는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로 학식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왔다. 물론,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 형식적으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와 분리된 독자적 법인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부의 주요 보직교수가 당연직 생협 이사를 맡아 정책 결정권을 가진다는 점은 생협의 지위가 실질적으로는 그다지 독립적인 것이 아님을 잘 보여 준다. 대부분의 대학 생협이 그렇듯이 서울대 생협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민주적 운영이 이뤄지는 소비자협동조합이라기보다는 학교 구성원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대학 기관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대학이 생협을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하며 학생 복지의 재정 책임을 생협에 떠넘기는 행위는 생협의 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생협 노동자의 노동 조건 악화뿐 아니라 학식 가격 인상과 같은 학생 복지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본부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생협은 값싸고 질 좋은 학식을 제대로 제공하기 어렵다. 생협 학식에 대한 수요가 계속 감소해 학생식당의 대부분을 외주 업체가 담당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좋을 수 있지만 학생의 의견 반영이 어려운 만큼 결국에는 가격 인상 압력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지속적인 생활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본부가 학식의 질 향상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대안으로서 학생식당의 대학 직영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학식을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자율 배식으로 먹을 수 있는데, 학교가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적자를 부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학교마다 상황이 크게 다르므로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직영화 아래에서 ‘저렴하고 질 좋은 학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학식에 대한 본부의 재정적 책임을 주장하면 ‘생협의 편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는 생협 경영진의 파행적 경영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정적 어려움을 학생들의 복지 후퇴와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 악화에 전가하고 있는 생협 경영진을 비판하고, 필수적 복지에 대한 재정적 책임을 대학 본부가 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다. 생협 사무처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것과 본부에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병행 가능하다. 학문과 연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를 위한 생활의 공간이기도 한 대학의 역할에 관해 본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책임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