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노학연대 간담회 참석

지난 5월 17일(화) "고려대 미화・경비・주차 노동자와의 연대 모색하기" 간담회에 비서공도 함께했습니다. 고대문화 편집위원회와 민주학생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고려대를 포함하여 서울지역 13개 대학에서 샤워시설 및 휴게시설 설치, 그리고 생활임금 확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성공회대 노학연대 모임 가시, 이화여대 노동자와 함께 하는 초록빛깔 벗들: 바위,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와 비서공이 함께하는 노학연대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는데요! 각 학교 노학연대체가 집중하고 있는 사업, 코로나19 이후의 변화, 노동자와의 연대가 학생사회에서 지닐 수 있는 독자적 의미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캠퍼스 안 혹은 밖에서 학생과 노동자가 어떻게 공통의 권익을 위해 함께하는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비서공에서는 대학 생협 등에서 대학본부가 학생복지와 노동자 처우 모두에 대해 책임을 방기하는 문제에 대해 공통의 목소리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대학 노학연대체들이 만들어나갈 공동의 전망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간담회 비서공 발언 부분)
비서공 안녕하세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세, 이재현입니다. 저희 약칭 비서공은 2018년에 여러 학생단체와 노동조합이 같이 만든 연대체인데요, 당시에 전 사회적으로 정규직화가 큰 담론이 됨에 따라 학내에서 이뤄진 정규직화가 대학의 책임이나 고용 형태에 있어서 ‘진짜 정규직화’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따라 출범했고, 지금까지도 학내 노동자들의 여러 가지 고용 형태나 고용 조건 문제에 있어서 연대해오고 있습니다.
1. 각 연대체 사업 및 운영 방식 소개
민학 오늘 와주신 단위분들 모두 학내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출범하였지만 현재는 더 넓은 범위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간략한 소개를 듣긴 했는데 이 정도로는 각 단체에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정확히는 감이 잘 안 오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로 각 연대체에서 현재 어떤 사업에 집중하고 운영하고 계신지 들어보고자 합니다.
재현(비서공) 저희는 학내 사안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같은 경우 넓은 공간에 (사람과 건물이) 흩어져 있어서 각 기관이랑 단과대에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일하는지 알아보기가 어려워서 그런 걸 잘 탐색을 해보자 하는 것을 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사이에도 학내에서 많은 사안이 있었죠. (서울대의 경우) 2018년쯤에 다른 학교랑 다르게 일정 관리직이나 직종들이 형식적으로 정규직화가 되긴 했어요. 용역을 통한 간접고용은 아니게 된 경우가 많기는 한데, 이게 학내 간접고용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학교 안에서 (노동자를) 본교가 아니라 단과대나 여러 기관에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고용을 하는 거죠. 그래서 ‘진짜 정규직화’라면 지금처럼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파편화된 구조가 아니라, 총장이 최종 고용주로서 책임을 지는 고용으로 전환하자 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은세(비서공) 또 최근에 저희 학교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 식대를 인상한다는 게 학내외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식사의 퀄리티는 높이지 않고 식대만 높이는 것은 학생 복지의 측면에서도 옳지 않을뿐더러 생협은 이전부터 꾸준히 과도한 노동 강도와 저임금으로 지적받아왔기 때문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업을 우선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 생협이 그렇지만 협동조합이라기보다는 학교의 자회사 같은 게 되어버렸는데, 학교가 해야 할 학생 복지를 생협에 맡긴 것임에도 대학의 재정적 지원이 없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생협을 직영화해야 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구체적인 노동자들의 상황은 알기 어려운 분들께 학내 노동 상황을 잘 알리기 위해서 ‘노동? Know동!’이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업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코로나19가 미친 영향
민학 다음 질문입니다. 학생 사회에 코로나가 미친 영향 무시할 수 없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하여 활동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으셨는지, 어떻게 대응해보셨는지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은세(비서공)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학내 여론을 듣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큰 것 같아요. 저는 코로나 이후 학번이라 코로나 이전 학내 공론장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얘기를 들을 곳이 에브리타임(에타) 같은 커뮤니티가 되어버렸는데, 사실 그쪽이 친노동자적인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저희 학교도 상황이 다르지 않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년에 청소노동자 돌아가셨을 때 충격의 여론이 모인 곳도 에타였고, 생협 조리사분들이 정작 메인메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많은 공감을 얻은 것도 에타였습니다. 이렇듯 에브리타임이 항상 어려움만 주는 것은 아니고, 저희의 경우도 에타를 통해서 저희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하고, 일부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익명 커뮤니티의 특성상 인신공격적인 표현이 많고 비판이 아니라 비난 같은 것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모두 모니터링 하는 것이 활동가들의 소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그런 인신공격적인 발언들까지 모두 체크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3. 노학연대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
민학 노학연대 활동을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와 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세(비서공) 앞서 코로나 학번이 경험해본 것이 없어서 노학연대에 참여하는 것이 줄어들고 있지 않나 하는 말씀 해주셨는데, 저 역시도 코로나 학번이고, 비서공에 대한 이야기도 에브리타임에서 처음 접했거든요. 당연히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겠죠. 그래서 처음에 비서공에서 활동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에타의 비난이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굉장히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합류하게 된 것은 학교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게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는 게 옳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고요. 이제 대면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면 저와 비슷한 이유로 활동을 고민하거나 꺼리는 분들도 참여하실 기회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활동가 재생산의 문제
민학 이제 활동가들이 마주하는 문제 중 당장 피부에 와닿을 것 같은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해보려고 합니다. 노학연대체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적 지향을 가지고 활동하는 대학 내 단위들이 모두 재생산의 어려움 문제를 겪고 있잖아요. 이게 단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걸 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예전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준 것 같고요. 실제 활동가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다 보니까 활동가 역량 축소도 당면하게 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활동가 재생산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너르게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현(비서공) 재생산의 ‘질’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선배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은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명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전시 사업을 할 때 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 등등요. 이런 거는 그냥 이론적으로 배울 수 있는데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작년쯤부터 느꼈습니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국면에서 뭔가를 해야 할 때 저 스스로한테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경험의 축적이나 판단의 영역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를테면 학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잘못된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는 뭘 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되고 그를 위한 기술적인 부분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안이 마무리가 되고, 정비나 새로운 게 필요한 국면에서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학생들이 어떻게 했을 때 호응을 이끌 수 있는지, 어떻게 활동해야 효율적인지를 모르겠어서 막막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것이 당장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같이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쌓아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편 양적인 부분의 재생산에 있어서는, 활동하는 사람들의 결합도는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환경에 맞춰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한편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 대응이든 어떠한 방식의 투쟁이든 간에 이러한 판단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충되는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이 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저 역시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5. 2022년에 노학연대가 가지는 의미
민학 마지막은 조금 무거운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2022년 노학연대는 어떤 운동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과거처럼 학생운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이 자체 의제를 만드는 것 자체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장 집회에 연대를 갈 수는 있지만 그게 어떻게 학생으로서 대학 단위의 운동이 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단체와 연대하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런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자 합니다.
재현(비서공) 개인적으로 와닿는 질문입니다. 작년에 서울대 내에 나름 많은 사안들이 있어서 열심히 활동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러던 중 아는 선배가 이러더라고요. “네가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네가 할 수 있는 게 굳이 노학연대여야 하냐.” 그 질문을 받고 노학연대체가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운동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런 고민은 부족했더라고요. 비서공이라는 단체도 조직의 명칭부터 시작해 운동 방식 같은 게 지금은 관성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나중에는 개편도 가능한 거잖아요. 그러려면 자체적인 고민이 필요한데 당장은 지금 연대가 필요한 사안들이 많으니 그런 고민을 미뤄두고 연대에 집중했던 거 같아요.
어쨌든 그 질문을 계기로 학생사회 내에서 학생들의 이해관계로 느끼는 것과 노학연대를 어떻게 같이 운영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올해 상반기에 열심히 했던 학식 관련 문제라는 것도 구조적인 차원에서는 생협이라는, 자회사나 마찬가지인 복지기관에 대해 학교가 학생의 복지와 그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노동에 얼마나 무책임한지에 대한 폭로, 비판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삶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사실 그런 연대를 하면서 ‘학식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라거나, ‘그게 어떻게 노학연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학생 복지와 노동자들의 처우가 어떻게 중첩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저희는 의의를 찾았고 노학연대에서도 유의미한 의제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사실 연세대의 한국어학당과 비슷한 문제가 서울대에도 있었어요. 언어교육원 같은 곳들은 물론 대학 내에서 인력이 부족해 전공수업이 잘 열리지 않아 교육권이 침해된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대학원에 가고 싶어도 강사 일자리가 있어야 학생들의 진로 고민이 덜한데 그게 잘 안되고 있으니 권리로서 일자리 담론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권이나 진로 문제와도 연결 지어서 ‘일자리가 권리가 되어야 한다’, ‘질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런 방향이 학생들에게도 와닿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청소, 경비 이런 직종들에 대해서는 시혜적인 부분이 남아있다 보니까 연대할 때 학생들의 공감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하지 않은 것이라 역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경비 인력이 감축되면 학생들에게도 위험하다, 이런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어떻게 노학연대 의제를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는 문제로 느끼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