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코로나19 핑계로 일터에서 내몰리는 일 없었으면

추운 겨울날 농성에 나서야 했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에게 서울대에서 연대를 전합니다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해를 기쁘게만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2년에 그동안 지키고 가꾸어온 일터를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건 아닐지, 불안 속에서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산 아래 위치한 세종호텔의 식음료파트에서 일해온 조리・식기세척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추운 겨울날 호텔 로비에 설치한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아야 할지 모릅니다.

 세종호텔 경영진은 경영난을 이유로 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방 노동자들 중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한다며 ‘외국어 구사능력’(5점)을 포함한 평가를 실시하였습니다. 외국인 호텔 투숙객을 상대하는 접객 직원도 아닌 식당 노동자에게 직무와 무관한 영어시험을 강요하며 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것입니다. 세종호텔 대표 또한 직접 “외국어시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1년 여름 발생한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겪으며 우리 서울대 구성원들은 한자와 영어로 “관악학생생활관”의 정식 명칭을 쓰라는 문항이 청소노동자 대상 시험에 포함된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세종호텔에서 실시된 외국어 시험을 보며 우리는 고용노동부 조사와 인권센터 조사를 통해서도 각각 직장내괴롭힘과 인권침해로 인정된 지난 갑질을 떠올리며 기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세종호텔이 소속된 세종투자개발은 학교법인 대양학원 산하의 수익사업체입니다. 대양학원은 세종대학교를 비롯한 4곳의 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학재단으로, 호텔을 비롯한 수익사업체는 물론이고 교육기관을 통해서도 소유주의 이윤만을 위한 경영을 진행해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습니다. 사학재단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세종대학교에서는 재단이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법정 부담 전입금을 지급하지 않아 학교의 재정난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전가되었습니다. 교육기관과 산하 사업체를 통해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수취하면서도 노동자와 학생은 희생시켜온 대양학원의 경영은 한국 내 모든 대학이 마주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경영 속에서도 막상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대양학원의 모습에 대해, 학생들은 이것이 과연 “학교법인”이라는 이름에 적합한 ‘교육적’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경영난을 핑계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그동안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받는 휴직을 비롯하여 위기를 함께 넘길 수 있는 대안들을 꾸준히 제시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이러한 대안이 존재함에도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밀어붙였으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간부와 조합원들을 해고 대상에 대거 포함하며 ‘노조 탄압’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최소 인원 운영과 외주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세종호텔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면서 대표는 두 명으로 늘린다는데, 대표 수를 늘릴 재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재편될 호텔 사업에서도 분명 식당에서 조리하고 식기를 세척할 노동자들이 필요할 텐데, 재정난 핑계와 일방적 해고를 빌미로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무노조 경영을 해나가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경영진은 호텔 문을 걸어 잠그는 직장폐쇄로 답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일터의 소중함을 알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해고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호텔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따르는 비용이 경영진이나 대학 당국 대신 노동자와 학생에게만 전가되어온 현실을 서울대에서도 2년째 보아온 우리는, 해고자 원직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전합니다. 2022년 새해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책임이 약자들에게만 전가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비용이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일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내몰리는 일도 이제는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종호텔과 대양학원은 노조 파괴 의혹과 코로나19 비용 전가로 얼룩진 일방적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재정적 위기를 함께 넘길 수 있는 대안을 위한 대화에 나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