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실 외면으로 한마음 된 서울대병원과 서울대학교

인력충원과 차별 해소를 위한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이 지난 11월 9일(화)에 노사 잠정합의를 체결했습니다. 파업이 예고되어 있었던 10일 바로 전날에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국공립대학병원과 그 분원 및 위탁운영 병원들의 노동자들은 의료공공성 강화와 노동 강도 완화 및 이를 위한 인력충원, 2019년 진행된 미진한 정규직 전환 이후의 차별 없는 ‘진짜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의 내용은 아직은 너무나 부족하지만, 궁극적 목표의 쟁취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우선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공립대병원으로서 의료공공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의 한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화장품 회사를 세우고 서울대병원을 브랜드로 내세워 사익을 취한 바가 있습니다. 정부 지원으로 연구하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를 개인 회사의 지적재산으로 활용하여 수익을 챙긴 것입니다. 해당 교수를 비롯해 여러 서울대병원의 교수들이 영리회사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공적 책임을 통감해야 할 국공립대 교수가 국립병원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해온 행태에 문제의식을 느낀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서울대병원 원장은 기부받은 영리 출자회사의 주식에 대해 매각과 기부 등의 처분방안을 검토하고 이사회에 보고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의료공공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미진하기에, 서울대병원의 치료와 연구가 사익 편취에 이용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주시가 앞으로도 필요합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강도 노동도 노동자들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의 경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11월부터 이행해야 하지만 잠정합의 이전까지 가이드라인 준수를 거부해 왔습니다. 이밖에도 서울대병원의 수많은 부서에서 부족한 인력을 시간 외 근무로 메우고 있으며, 병가와 청원휴가 시 업무를 대체할 인원조차도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지나치게 높아 안전한 간호 업무가 불가능해지는 등 인력의 부족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도 위험을 드리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은 제대로 된 인력충원 계획을 세우지 않아 왔습니다. 이는 식당 등에서 일하는 생활협동조합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 강도를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인력충원이 필요함에도 이를 위한 생협 재정 지원을 거부해 왔던 서울대의 태도와 닮아있습니다. 또한 이는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 속에서 동료의 사망 사건을 경험하였던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의 청소 노동자들, 넓은 캠퍼스에서 학생안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경비 노동자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이번 합의를 통해 교대근무자를 충원하는 등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노사 공동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보라매병원의 경우 가이드라인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간호사 배치기준을 상향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냈습니다. 인력 부족이 초래한 문제점을 더 절실히 통감히고 학생/환자의 복지와 노동자의 생명・안전 모두를 위해 인력충원을 결단력 있게 추진하는 인식의 전환이 서울대에도 서울대병원에도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대병원은 새로 정규직화된 인원들에 대한 임금 차별 문제도 서울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정규직화 과정에서 기존에 정규직이었던 운영기능직(급식과, 환자이송, 간호보조원 등)과 별도로 새로 전환된 인원을 포괄하는 환경유지지원직(미화, 시설, 주차)을 신설하여,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직급별 기본급과 상여금에 차이를 둘 뿐 아니라, 가계지원비의 경우 연 4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큰 격차를 두어 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합의안에서 환경유지지원직 가계지원비를 20만 원 인상하는 합의를 쟁취하여 조금이나마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임금 차별의 시정을 위해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한편 서울대는 총장발령으로 직고용된 법인직원들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자체직원에 대하여 총장발령이 아닌 각 기관 및 단과대에 고용되어 있다는 이유로 정근수당, 특수업무수당, 업무대행수당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같은 12년을 일한 법인직원과 자체직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교해보면 기본급에서는 월 100만 원 이상의 격차, 상여금에서는 약 180만 원의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겉으로는 ‘정규직 전환’을 이행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같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격차를 두어 손쉽게 관리하려는 데 서울대병원과 서울대가 한마음이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이제 서울대도 자체직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차별 시정을 위한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저희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교육 공공성과도 맞닿아 있는 의료공공성의 확보, 서울대 노동자들의 인력충원 및 ‘진짜 정규직화’와 맞닿는 병원의 인력충원과 신규 정규직화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함께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나아가는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서울대병원에 요구합니다.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외면으로 한마음 되어 온 그동안의 모습을 반성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인력충원과 차별 해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십시오.